현대차그룹이 구글과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빅테크와 손잡고 피지컬 인공지능(AI) 경쟁의 전면에 나섰다.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개돼 온 인공지능 경쟁이 하드웨어와 제조 현장으로 이동하는 흐름 속에서, 현대차그룹은 자사가 축적해 온 방대한 제조 데이터와 산업 현장 경험에 빅테크의 핵심 기술을 결합하는 전략을 구체화했다. 연구용 시제품에 머물던 로봇을 실제 현장에 즉시 투입 가능한 산업 자산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제조 현장 데이터와 빅테크 기술의 결합
이번 협력의 핵심은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제조 현장 데이터와 공정 노하우,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구글의 생성형 AI 모델을 하나의 기술 생태계로 통합하는 데 있다. 이를 통해 로봇은 단순 반복 작업을 수행하는 수준을 넘어, 제조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변수에 대응하며 복합적인 작업을 수행하는 피지컬 AI로 진화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빅테크와의 삼각 협력을 통해 글로벌 피지컬 AI 패권 경쟁에 본격적으로 합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글 딥마인드–보스턴 다이나믹스 인적 연결
구글 딥마인드와 보스턴 다이나믹스 간 인적 교류 역시 이러한 협력 구도를 뒷받침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개발을 이끌었던 아론 손더스 전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지난해 사임 이후 구글 딥마인드로 이직해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손더스 전 CTO는 아틀라스의 핵심 설계를 주도한 인물로 알려져 있어, 보스턴 다이나믹스와 구글 딥마인드 간 로봇 기술 협력이 인적 차원에서도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CES 2026에서 공개된 ‘진화한 아틀라스’
이 같은 협력의 결과물은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전자 전시회 ‘CES 2026’를 통해 공개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에서 구체화됐다. 이번에 공개된 아틀라스는 기존 3지였던 손가락 구조가 4지로 변경됐고, 관절의 가동 범위 역시 한층 넓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제조 공정과의 호환성을 고려한 설계를 통해 경제성과 실용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제미나이와 엔비디아 칩으로 구현되는 피지컬 AI
아틀라스는 향후 구글 딥마인드의 생성형 AI 모델이 탑재된 형태로 진화할 예정이다. 로봇의 ‘두뇌’ 역할을 맡는 것은 구글 딥마인드의 제미나이 파운데이션 모델이다. 이를 통해 자연어 명령을 이해하고, 여러 단계로 구성된 작업을 스스로 판단해 수행하는 피지컬 AI 로봇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고도화된 연산과 학습을 뒷받침하기 위해 엔비디아의 AI 칩이 핵심 인프라로 활용된다.
◈제조 현장 우선 투입 전략과 공급 계획
현대차그룹은 아틀라스를 제조 현장에 우선 투입하는 데 전략적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동차 생산 공정은 정밀성과 반복성이 동시에 요구되는 영역으로, 피지컬 AI의 성능과 안정성을 검증하기에 적합한 환경이라는 판단에서다. 회사 측은 아틀라스 로봇을 이르면 연내 현대차 피지컬 AI 애플리케이션 센터와 구글 딥마인드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6년 생산 물량은 이미 소진됐으며, 현재는 2027년 물량을 놓고 추가 고객사와의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로봇 산업 흐름과의 접점
현대차그룹의 전략은 글로벌 로봇 산업 전반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삼성은 레인보우 로보틱스를 통해 산업용 로봇을 먼저 고도화한 뒤 가정용 로봇으로 확장하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옵티머스 3 공개를 앞두고 있는 테슬라 역시 가정용 로봇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초기 활용 무대는 산업 현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아틀라스는 연구용 플랫폼을 넘어 산업용 제품 단계로 전환된 인상을 준다”며 “피지컬 AI 로봇이 실제 제조 현장에 투입되는 시점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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