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비행기 체크인 좀 해줘."
스마트폰 메신저에 이 한 줄을 남기면 인공지능(AI) 에이전트 ‘오픈클로(OpenClaw)’가 항공사 웹사이트에 접속해 좌석을 선택하고 체크인을 완료한 뒤 탑승권을 저장했다. 사용자가 운전 중이거나 잠들어 있어도 작업은 중단되지 않았다. 질문에 답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로 컴퓨터를 조작해 업무를 처리하는 ‘행동하는 AI’가 현실로 등장했다.
기존 음성 비서나 대화형 AI와는 작동 방식이 달랐다. 시리(Siri)는 요청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관련 앱을 실행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았고, 챗GPT(ChatGPT)는 체크인 방법을 설명하는 데 집중했다. 반면 오픈클로는 웹페이지를 탐색하고 버튼을 클릭하며 사용자의 지시를 끝까지 수행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영화 아이언맨의 AI 비서 자비스에 가장 근접한 구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 ‘행동하는 AI’의 등장…반응형 AI를 넘어 능동형 AI 에이전트로
오픈클로는 오픈소스 기반의 개인 AI 에이전트로, 사용자의 컴퓨터에 직접 설치돼 작동하는 구조를 채택했다. 파일 정리, 인터넷 검색, 이메일 작성 및 발송, 일정 조율, 프로그램 실행 등 기존에 사람이 마우스와 키보드로 수행하던 작업을 대신 처리했다. 왓츠앱, 텔레그램, 디스코드 등 13개 이상의 메신저와 연동돼 일상 대화처럼 자연스럽게 업무를 지시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실제 활용 사례도 빠르게 늘어났다. 자동차 구매를 앞둔 한 사용자는 오픈클로에 딜러십과의 가격 협상을 맡겼고, AI는 며칠에 걸쳐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견적을 비교해 최저가를 도출했다. 스마트홈 기기를 메신저로 제어하고, 매일 아침 날씨와 일정, 주요 뉴스를 요약해 브리핑받는 기능도 구현됐다.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실행까지 이어지는 점이 ‘행동하는 AI’의 핵심 차별점으로 부각됐다.
특히 ‘하트비트(Heartbeat)’ 기능은 능동성을 강화했다. 오픈클로는 백그라운드에서 스스로 작동하며 이메일을 확인하고, 주가를 모니터링하고, 특정 조건이 충족되면 사용자에게 먼저 알림을 보냈다. 24시간 상시 작동하는 디지털 비서가 구현된 셈이었다. 또한 과거 대화와 사용자 선호도를 로컬 파일에 저장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정교한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는 기존 반응형 AI와 구분되는 능동형 AI 에이전트의 특징으로 평가됐다.
■ 오스트리아 개발자의 실험에서 글로벌 이슈로
오픈클로의 출발점은 오스트리아 개발자 피터 스타인버거의 개인 프로젝트였다. 문서 소프트웨어 기업 PSPDFKit을 창업해 매각한 뒤 은퇴 생활을 하던 그는 기존 음성 비서 기술의 한계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개발에 착수했다. 지난해 11월 앤트로픽의 ‘클로드 오퍼스 4.5’를 활용해 단 1시간 만에 프로토타입을 완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 명칭은 ‘클로드봇(Clawd)’이었으나, 브랜드 유사성 문제로 이름 변경 요청을 받았다. 이후 ‘몰트봇(Moltbot)’을 거쳐 최종적으로 ‘오픈클로’로 정착했다. 바닷가재가 허물을 벗는다는 의미의 ‘몰트’에서 유래한 이름과 붉은 바닷가재 마스코트는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상징처럼 확산됐다.
개인 개발자의 실험적 프로젝트는 곧 글로벌 기술 이슈로 번졌다. 오픈클로는 깃허브에서 18만 개 이상의 스타를 기록했고, 일주일 만에 200만 방문자를 끌어모았다. ‘행동하는 AI’에 대한 기대가 폭발적으로 확산된 결과였다.
■ 맥 미니 품귀와 클라우드 경쟁…AI 인프라 시장 자극
오픈클로는 24시간 상시 구동이 필요했고, 맥 환경에서 운용이 용이하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이로 인해 애플의 맥 미니(Mac Mini)가 개인 AI 서버로 재조명됐다. 549달러 M4 맥 미니를 구입해 가정 내 ‘개인 AI 인프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북미 일부 지역에서는 품귀 현상이 나타났다.
클라우드플레어는 오픈클로를 자사 클라우드 환경에서 월 5달러에 구동할 수 있는 ‘몰트워커(Moltworker)’ 서비스를 발표했고, 발표 직후 주가가 20% 상승했다. 중국의 알리바바와 텐센트 역시 유사한 구조의 AI 에이전트를 선보였다. 개인이 개발한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하드웨어 수요와 글로벌 기업의 전략에까지 영향을 미친 셈이었다.
■ 무료 배포, 그러나 높은 API 비용 부담
오픈클로 소프트웨어 자체는 무료로 배포됐지만, 외부 AI 모델 API 사용료는 현실적인 부담으로 지적됐다. 애플 전문 매체 맥스토리스 설립자 페데리코 비티치는 오픈클로를 본격적으로 활용한 첫 달에 1억8000만 개의 API 토큰을 소진해 약 3600달러의 비용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자동화 작업이 루프에 빠지면서 하루 만에 200달러가 청구된 사례도 보고됐다.
행동하는 AI가 일상 업무를 대신 수행하는 만큼,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비용도 급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효율적인 설정과 모니터링이 필수 과제로 떠올랐다.
■ ‘말하는 AI’에서 ‘행동하는 AI’로…변곡점 맞은 AI 에이전트 시대
업계 관계자는 “AI 에이전트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며 “오픈클로는 AI가 말하는 단계에서 실제로 행동하는 단계로 넘어갔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고 말했다. 질문에 답하는 AI를 넘어 사용자를 대신해 실행하는 AI가 일상으로 스며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행동하는 AI’로 불리는 오픈클로는 단순한 기술 실험을 넘어 AI 에이전트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드러냈다. 능동형 AI가 개인의 디지털 환경을 직접 조작하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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