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종말 시계 자정까지 85초 전”
미국 핵과학자회(BAS)가 지난 1월 23일 워싱턴DC 카네기국제평화재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표한 내용이다. 작년보다 4초 앞당겨졌다고 했다. 주 요인은 러시아, 중국, 미국 등이 더 공격적이고 민족주의 성향을 나타내면서 지구가 어느 때보다 종말에 가까워졌다고 지적했다.
어느 시대나 종말에 대한 경고와 예언이 있어 왔다. 특히 21세기를 맞이하기 전 종말이 눈 앞으로 다가와 곧장 실현될 것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예언은 빗나갔고 경고는 세력이 약화되고 말았다. 최근의 세계적 동향으로 AI와 로봇시대가 열려 새로운 신세계를 인류가 누리게 될 것이라는 희망이 선포되고 있음이 현실이다.
하지만 종말론자들의 억지스러운 예언이 아니라 핵과학자들의 경고는 무시해도 좋을 메시지라고 치부할 순 없다. 이 표현은 선동이 아니라 경고다. 인류 문명이 축적해 온 위험의 밀도를 상징하는 말이다. 문제는 위기의 크기가 아니라 우리의 태도다. 재난은 일상이 되었고, 경고는 소음처럼 흘려보낸다. 위험이 커질수록 감각은 둔해진다. 이것이 지금 시대의 가장 무서운 징후다.
기후는 이미 한계를 두드린다. 폭염과 가뭄, 초대형 홍수는 더 이상 예외가 아니다. 생태계 붕괴는 식량 생산을 줄이고, 식량 부족은 사회 불안을 낳는다. 자연의 이상은 곧 정치의 불안이다. 식량과 에너지는 더 이상 단순한 상품이 아니다. 전략 자산이자 외교 무기다. 곡물 수출 제한 하나가 국제 긴장을 만들고, 에너지 공급 차질 하나가 외교 지형을 흔든다. 자원이 협력의 다리가 아니라 갈등의 지렛대가 된 시대다.
국제질서는 분열로 기울었다. 규범보다 힘이 앞선다. 국제기구의 조정력은 약해지고, 지역 분쟁은 상시화된다. 전쟁은 뉴스의 예외가 아니라 일상의 한 장면이 되었다. 사회 내부도 흔들린다. 가족 해체, 공동체 약화, 극단적 개인주의는 신뢰를 갉아먹는다.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인간성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연결은 넘치는데 책임은 사라진다.
이런 시대에 종말 서사가 다시 소환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공포 이야기가 아니라 문명에 대한 도덕적 질문이다.
세계 문학과 영화는 오래전부터 이 질문을 던져왔다. 코맥 매카시의 《더 로드》는 문명이 무너진 뒤에도 아버지와 아들이 인간다움을 붙드는 여정을 그린다. 살아남는 것보다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를 묻는다. 조지 스튜어트의 《어스 어바이드》는 대재앙 이후 인간이 다시 질서를 세우는 과정을 통해 문명의 본질이 기술이 아니라 관계와 책임임을 보여준다.
영화 On the Beach는 핵전쟁 이후 서서히 사라지는 인류의 모습을 통해, 파괴는 적의 손이 아니라 인간 자신의 선택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직시하게 한다. 영화 The Road 역시 폐허 속에서 희망이란 무엇인지 되묻는다. 이 작품들의 공통 질문은 단순하다. 문명이 사라질 때, 인간다움도 함께 사라질 것인가.
해답은 거창하지 않다. 화석연료 의존을 줄이고, 식량 낭비를 줄이며, 군비 경쟁을 늦추고, 기술에 윤리를 세우는 일이다. 가족과 공동체를 회복하고, 편리함 일부를 내려놓는 선택이다. 기술은 충분하다. 부족한 것은 결단이다.
과학자 요한 록스트룀은 지구 시스템이 한계선에 가까워졌다고 말한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기술이 인간을 구할 수도, 위협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는 국가 이익만으로는 인류 공동선을 지킬 수 없다고 강조한다. 이들의 메시지는 같다. 아직 늦지 않았지만, 시간이 많지도 않다는 것.
이제 질문은 우리에게 돌아온다.
우리는 편리함을 조금 덜고 미래를 택할 용기가 있는가.
성장의 속도를 낮추고 생존의 질서를 선택할 수 있는가.
국경보다 인류를 먼저 생각할 준비가 되었는가.
종말은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선택의 결과다.
그리고 늦출 수 있는 힘도, 여전히 우리의 손에 남아 있다.
하지만 인간의 생명처럼 지구의 생명도 탄생을 거처 종말로 다가갈 것이다.
종말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들을 생각하며 성경의 권고를 기억하자.
“그러나 그 날과 그 때는 아무도 모르나니 하늘의 천사들도, 아들도 모르고 오직 아버지만 아시느니라… 이러므로 너희도 준비하고 있으라 생각하지 않은 때에
인자가 오리라”(마 24:36,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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