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애 박사
이경애 박사

창세기의 창조 역사는 이 세상 존재하는 모든 것의 절대적 가치를 보여준다. 동식물로 대표되는 자연의 모든 피조물은 하나님의 보시기에 좋은 것들이었다. ‘좋다’는 것은 가치를 반영하고 있는 표현으로 하나님의 피조물들은 그 자체 선한 것임을 의미한다. 그 창조의 절정은 물론 인간이었다. 창세기의 하나님은 당신의 모든 피조물을 보고 그 가치의 선함과 아름다움에 감탄하셨다. 그리고 그 창조의 정점이 되는 인간을 창조하시고는 ‘보시기에 심히 좋다’고 하셨다(창세기 1장 31절). 이 땅의 모든 피조물은 그 자체 선하고 아름다우며 가치 있는 존재임을, 그리고 그 중의 인간은 다른 피조물과 견줄 수 없는 더 상위의 고상한 가치를 지닌 존재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러한 창조의 결정체인 인간 창조에는 어떤 결함도 없는 듯 보였다. 그러나 창조의 하나님은 이러한 인간을 보시고 ‘사람이 혼자 사는 것이 좋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셨다(창세기 2장 18절). 그리고 그의 배필 하와를 창조하신다. 이것은 첫 사람부터 이루어진 거룩한 가정의 형성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그 의미는 더 확장될 수 있다. 다시 말해 그렇게 완전해 보이는 창조, 특히 인간 창조에도 사람이 홀로 있게 되는 경우 불완전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하나님은 당신의 최고 걸작품인 인간을 창조하시고도 이 창조가 완전하기 위해서는 ‘함께 하는’ 공존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셨고 마침내 아담의 배필을 창조하신 것이다.

인간은 공동체적 존재로 창조되었다. 그래서 어떻게 관계를 맺느냐 하는 것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마음의 능력 중 하나이다. 그도 그럴 만한 것이, 모든 이 땅의 살아있는 존재 중 인간만큼 자신을 낳아준 존재에게 절대적으로 의지하는 ‘절대 의존 기간’이 이렇게 긴 존재가 얼마나 있을까? 인간은 지능과 영적인 면에서 다른 피조물과 견줄 수 없는 우위를 차지하지만, 태어나 간신히 걷기까지도 1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한 존재임을 생각한다면, 인간은 날 때부터 주 양육자로부터 그리고 그 삶의 과정과 마지막까지 관계의 망(living web)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에게 좋은 관계 경험만큼 중요한 것이 없으며, 외로움은 인간의 가장 비참하고 서글픈 감정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아무리 관계가 중요하다고 할지라도 혼자 있는 즐거움과 가치를 모른다면 그 관계는 매우 융해되고 중독적인 관계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혼자 있는 시간을 너무나 두려워해서 끊임없이 사람을 찾거나, 심지어 타인을 있는 그대로의 존재가 아닌 자신의 외로움 해소를 위한 위안의 수단으로 여기며 가까이한다면, 그 관계는 중독적인 관계가 될 것이다. 이 관계는 상대방의 독립적인 영역을 존중해주지 못하는 자기애적인 착취적 관계가 되며, 자신의 주체적 존재로서의 인식도 부족해지므로 의존성을 야기하고 결국 낮은 자존감의 상태에 머무르게 될 것이다.

예수님도 때로는 홀로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시며 자신을 회복하는 시간을 지니셨다. 우리는 복음서에서 예수님이 한적한 시간, 한적한 곳을 찾으시는 사건을 본다(누가복음 5장 16절, 마가복음 1장 35절). 예수님은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셨다. 마음을 추스르고 회복하며, 아버지 하나님과 독대하며 삶의 지혜와 방향을 새롭게 얻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을 아신 것이다. 이 예수님은 외로워서가 아니라 홀로 있는 시간의 가치를 아셨기 때문에 의지적으로 이러한 시간과 공간을 자발적으로 확보하신 것이다.

외로움(loneliness)은 홀로 있어서 야기되는 부정적인 결과이지만, 고독(solitude)은 홀로 있어서 생성되는 긍정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많은 사람들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때로는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발견되고 들리는 내면의 소리에도 귀 기울여보자. 나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 하나님이 내게 기대하시는 것은, 때로는 혼자 있는 고독의 시간 속에서만 들리고 보이는 너무나 섬세한 소리이기 때문이다. 관계 중독의 시대 속에 가장 소외되고 묻힌 내 내면의 소리, 그 틈 속에서 세미하게 들리는 내 하나님의 사랑의 부르심, 홀로 있을 수 있을 때만 들리는 마음의 보물이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경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