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애 박사
이경애 박사

창세기의 창조 이야기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얼마나 다양한 모양과 기능과 가치를 지닌 존재들의 공동체인가를 보여준다. 하나님은 창세기 첫 장에서부터 하늘과 땅의 식물과 동물들을 다양하게 창조하셨음을 선포한다(창세기 1장). 그리고 그 다양성은 하나님의 보시기에 좋았다고 말씀하신다. 하나님의 눈에 좋은 것은, 그 자체 가치 있음을 말씀하고 계신다. 사실 우리가 ‘이름 없는 꽃’이라고 치부하는 꽃들도 사실은 함부로 이름이 없다고 말할 게 아니라, 아직 우리가 적절한 이름을 붙여주지 못한, 그래서 우리에게 남아있는 미완의 과제가 아닌가?

굳이 동, 식물을 보며 감탄하지 않아도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실로 다양한 생각, 감정, 종교와 정치적 신념, 성격과 도덕적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이 공존한다. 현재 이 지구상에 약 80억이 넘는 인구가 공존하고 있다고 하니 다른 피조물은 제외한다고 하더라도 이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인생들이 존재하는지, 그리고 그들의 생각과 행동양식이 모두 다르다고 한다면 이 세상은 얼마나 다양한 존재들이 같이 존재하는 복합체인지 놀랍기만 하다. 이러한 다양성이 협업과 개성 존중, 배려와 순전한 호기심, 배우고 익히려는 전제하에 공존하는 것이라면 참으로 다행일 텐데, 실상 우리 인간 세상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끝없는 전쟁과 갈등, 시기와 질투와 미움과 다툼은 국가와 민족 간, 그리고 한 국가 내에서도 계층 간, 가깝고 먼 인간관계에서 심지어 가족 내에서도 계속되는 것이 우리의 정직한 실존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러한 다양한 인간들의 공동체에서 갈등을 줄이고 서로 협업하는 공동체를 만들어 갈 수 있을까?

우선은 개인의 생각과 감정 경험이 개인마다 다를 수 있음을 겸손하게 인정해야 한다. 성격의 차이를 보고자 하는 비 진단 검사인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는 개인이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과 그 인식된 정보를 처리하는 판단의 과정에 개인차가 있음을 이해하기 위한 도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어떤 유형이 좋은 성격이라는 판단은 MBTI가 지향하는 목표가 될 수 없다. 심리유형의 차이를 보고자 하는 MBTI와 연결되는 맥락에서 인간의 행동 유형의 차이를 이해하고자 하는 DISC 검사도 인간의 다양한 행동양식을 이해하고자 하는 도구라고 할 수 있다. 과업중심과 관계 중심, 외향성과 내향성의 사분면에서 개인의 행동 대처 양식의 차이를 이해하고 그 차이를 내 중심의 것으로 조종하고자 하는 시도가 아닌, 상대방을 깊이 공감하는 몸짓의 조율을 지향하는 것이, 이 검사의 근본 목표인 것이다.

각기 종류대로 지음을 받은 나와 타인의 이해는 매우 중요하다. 이것이 전제되어야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가 성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간혹 혹은 점점 ‘나는 이런 유형이니까 나를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어지고 이것이 갈등을 유발하는 경우도 증가하는 것을 본다. 자존감 과잉 시대처럼 잘못 이해된 자존감으로 나의 심리유형이나 행동 유형만을 주장하고, 이것의 차이가 가져오는 갈등을 조율하는 대신 다투며, 자기를 주장하는 도구로 악용되는 경우도 보게 된다. 하나님의 ‘각기 종류대로’는 자신의 독특성을 주장하기 위함이 아니라, 서로 존중하고 공감하며 배려하기 위한 다양성이다. 갈수록 자존감이란 본래 적인 가치가 오해, 오용되고 있음을 본다. 우리 모두 나를 주장하는 태도가 아닌 타인을 배려하는 태도에서 진정한 자존감이 유지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행동한다면 우리의 공동체는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공동체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80억의 인생들이 서로 조율하며 윈-윈(win-win) 하는 삶을 살도록 조율하시는 우리 인생의 지휘자 하나님 안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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