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구 장로
이훈구 장로

성경은 자녀교육의 주체를 언제나 부모의 신앙 태도에서 찾는다. 그중에서도 한나는 ‘어머니의 기도가 한 사람의 인생과 한 시대를 어떻게 바꾸는가’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인물이다. 한나는 자녀를 통해 자신의 상처를 보상받으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녀를 하나님께 돌려드림으로써 이스라엘의 영적 전환점을 열었다.

자녀가 없어 자녀를 달라고 기도하는 젊은 부모들을 주변에서 생각보다 많이 볼 수 있다. 그럴 때 대체로 하나님께 자녀를 허락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한다. 그러나 한나는 자녀를 달라고만 기도하지 않았다. 자녀를 주시면 하나님께 바치겠다는 서원 기도까지 드렸다. 이 점에서 한나의 기도는 오늘날 많은 부모들이 드리는 기도와 분명히 다른 차별성을 보여준다.

하나님의 은혜로 나는 세 자녀를 가졌다. 그리고 큰딸은 자녀 셋, 둘째 딸은 자녀 둘을 두어 감사하게도 손주가 다섯이 있다. 그러나 막내인 아들은 결혼한 지 몇 년이 지났음에도 아직 자녀 소식이 없다. 그래서 필자는 하나님께 기도하게 된다. “아들의 가정에 자녀 하나 꼭 허락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계속 기도 중이다. 그러나 한나처럼 아들에게 자녀가 생기면 필자의 친손이 되지만, 서원 기도는 하지 못하고 지금도 계속 자녀를 달라고만 기도하는 필자의 신앙은 한나의 기도를 따라갈 수 없구나 하는 생각에 필자의 작은 믿음이 부끄럽게 느껴진다. 그런 면에서 한나의 기도는 참으로 귀한 기도였음을 알 수 있다.

한나의 아픔은 기도의 자리로 향했다

한나는 아이를 낳지 못하는 고통 속에 살았다. 당시 사회에서 이는 단순한 개인적 슬픔을 넘어 존재의 가치까지 흔들리는 상처였다. 더구나 남편 엘가나의 다른 아내 브닌나의 조롱은 한나의 마음을 매일같이 무너뜨렸다.

그러나 한나의 위대함은 상처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상처를 안고 하나님 앞으로 나아갔다는 데 있다. 그녀는 사람에게 항변하지 않았고, 상황을 탓하는 데 머물지 않았다. 실로의 성소에서 한나는 마음을 쏟아놓듯 기도한다: “마음이 괴로워 여호와께 기도하고 통곡하며”(삼상 1:10)

그녀의 기도는 형식적이지 않았다. 말조차 나오지 않을 만큼 간절한 기도였다. 제사장 엘리는 그 모습을 보고 술에 취한 줄로 오해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하나님은 사람의 오해 속에서도 한 어머니의 마음을 정확히 들으셨다.

자녀교육의 출발은 환경의 개선이 아니라 부모의 무릎에서 시작된다. 나는 한나처럼 무릎을 꿇고 간절히 자녀를 달라고 기도하지 않았음에도 세 자녀를 허락하신 하나님께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드리게 된다.

‘달라’에서 ‘드리겠습니다’로 바뀐 기도

한나의 기도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녀는 하나님께 한 가지 중요한 결단을 덧붙인다. “아들을 주시면 내가 그의 평생을 여호와께 드리고”(삼상 1:11) 이 서원은 감정의 분출이 아니라 신앙의 방향 전환이었다. 한나는 자녀를 ‘소유’의 대상으로 구하지 않았다. 그녀는 처음부터 자녀를 하나님의 목적을 위해 드릴 존재로 인식했다.

오늘날 많은 부모가 기도한다. “아이를 주세요.” “아이를 잘되게 해주세요.” 그러나 한나는 이렇게 기도했다. “아이를 주시면 하나님께 드리겠습니다.”

자녀를 향한 기도의 내용은 곧 부모의 신앙 수준을 보여준다. 자녀를 주시면 하나님께 드리겠다는 마음으로 간절히 기도한 한나의 신앙을 나는 따라갈 수 없을 것 같다. 그러나 한나의 그 기도하는 신앙의 자세는 오늘의 내가 분명히 본받아야 할 기도의 태도라고 생각하게 된다.

젖을 떼기까지, 그리고 그 이후의 신앙교육

한나의 믿음은 서원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녀는 사무엘이 젖을 떼기까지 직접 품에 안고 신앙의 기초를 심었다. 이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한나는 아들에게 무엇을 가르쳤을까?

성경은 자세히 기록하지 않지만, 분명한 것은 있다. 사무엘은 어린 나이에 성전에 들어갔음에도 하나님의 음성을 알아들을 수 있는 아이로 자랐다. 이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다.

한나는 아들을 성전에 맡긴 뒤에도 매년 작은 겉옷을 지어 올려보냈다. 이는 단순한 물질적 관심이 아니라, 기도와 사랑이 끊어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자녀를 하나님께 맡긴다는 것은 책임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이 기도하는 자리로 옮기는 것이다.

자녀를 달라고 기도하여 낳은 사무엘을 위해 한나는 어릴 때부터 늘 기도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기다리는 어머니였다. 사무엘이 어느 정도 자라 아직 어린 나이였지만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성전에서 기도할 때에도, 한나는 계속해서 아들을 위해 기도하며 필요한 것을 준비하고 관심을 놓지 않았다. 이러한 어머니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한나의 믿음과 헌신적인 기도, 그리고 섬김을 분명히 볼 수 있다. 그러한 점에서 부모로서 한나의 믿음과 자녀를 위한 헌신적인 기도의 자세를 본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 어머니의 헌신이 한 시대를 세우다

사무엘은 훗날 이스라엘의 마지막 사사이자 첫 선지자가 된다. 그는 혼란과 타락의 시대 속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전하는 사람으로 쓰임 받았다. 그 출발점에는 언제나 한나의 기도가 있었다.

한나는 자녀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회복받았고, 하나님은 그 자녀를 통해 민족을 회복하셨다. 이것이 성경이 말하는 자녀교육의 놀라운 역설이다. 자녀를 붙잡으면 불안이 커지지만, 자녀를 하나님께 맡기면 사명이 열린다.

기도 없는 자녀교육은 방향을 잃기 쉽다. 정보와 방법은 많지만, 기도하는 무릎이 없으면 길을 잃을 수 있다. 자녀를 통해 나를 증명하려 하지 말고, 자녀를 부모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도구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맡기신 가장 귀한 존재로 볼 때, 우리는 가장 과감하게 자녀를 하나님께 맡길 수 있다.

한나는 자녀가 가장 사랑스러울 때 사무엘을 드렸고, 떨어져 있어도 기도는 멈추지 않았다. 그 모습을 통해 우리는 물리적 거리가 곧 신앙의 단절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보게 된다.

한나는 자녀를 통해 인생을 붙잡지 않았다. 대신 자녀를 하나님께 드림으로써 인생의 사명을 얻었다. 한나의 신앙을 그대로 따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자녀를 하나님께 맡기고 늘 간절히 자녀를 위해 기도하는 부모가 될 때, 자녀들은 부모의 기도에 귀 기울이며 신앙 안에서 올바른 삶을 살아가는 자녀로 자라가게 될 것이다.

[핵심 포인트] 기도로 자녀를 하나님께 드린 어머니, 한나

* 자녀교육의 출발은 환경이 아니라 부모의 무릎 위에 올려진 기도에서 시작된다.
* 한나의 기도는 ‘달라’는 요청을 넘어 ‘드리겠습니다’라는 헌신의 결단이었다.
* 자녀를 하나님께 맡긴다는 것은 책임을 내려놓는 것이 아니라 기도의 깊이를 더하는 것이다.
* 어린 시절에 심어진 부모의 신앙은 자녀가 하나님의 음성을 분별하는 토대가 된다.
* 자녀를 붙잡으면 불안이 커지지만, 하나님께 맡길 때 자녀와 부모 모두의 사명이 열린다.

이훈구 장로 G2G 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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