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스틸 신임 주한미국대사가 3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 성명을 발표한 후 미소 짓고 있다.
미셸 스틸 신임 주한미국대사가 3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 성명을 발표한 후 미소 짓고 있다.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기 행정부에서 첫 주한 미국대사로 임명된 미셸 스틸 대사가 30일 한국에 도착해 한미동맹 강화와 양국 간 협력 확대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스틸 대사는 이날 오후 남편 숀 스틸 변호사와 함께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했다. 그는 입국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한미동맹은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동맹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경주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은 우리 동맹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며 “철통같은 한미동맹이 역내 평화와 안보의 핵심축으로 계속 남을 수 있도록 한국과 협력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의 합의 사항을 이행하는 데 힘쓰겠다는 뜻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미국 대표해 돌아와”

스틸 대사는 “이 지역을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고 안전하며 번영하게 만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전을 함께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미국과 한국은 1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함께했다”며 “우리의 동맹은 전쟁 속에서 다져졌고, 자유를 지키기 위해 어깨를 맞대고 싸운 이들을 통해 흔들림 없는 신뢰가 거듭 입증됐다”고 말했다.

영어로 성명을 발표하기에 앞서 한국어로 “한국 국민 여러분께 인사드린다”며 “저는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미국을 대표해 이 자리에 섰다. 다시 이 자리에 서니 만감이 교차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 이름이 ‘박은주’인 미셸 스틸 주한 미국대사는 1955년 실향민 부모 사이에서 서울에서 태어났다. 가족과 함께 중·고교 시절을 일본에서 보낸 뒤 1975년 미국으로 이주했다.

스틸 대사는 2006년 캘리포니아주 조세형평위원회 위원에 당선되며 본격적으로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2014년 오렌지카운티 감독위원을 거쳐 2020년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됐으며,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캘리포니아주 제48선거구와 제45선거구를 대표했다. 의정 활동 기간에는 중국 견제 정책을 지지하고 북한 인권과 탈북민 문제에도 꾸준히 관심을 보여왔다.

스틸 대사는 성 김 전 대사에 이은 두 번째 한국계 미국인 주한 미국대사다. 여성으로는 캐슬린 스티븐스 전 대사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의 지명을 받은 뒤 약 두 달 만에 미 상원의 인준을 통과했다.

◈1년 반 대사 공백 해소…한미 현안 조율 과제

미셸 스틸 주한 미국대사의 부임으로 약 1년 반 동안 이어진 주한 미국대사 공백도 해소됐다. 주한 미국대사직은 바이든 행정부에서 임명된 필립 골드버그 전 대사가 지난해 1월 이임한 이후 대리대사 체제로 운영돼 왔다.

스틸 대사는 이르면 다음 주 외교부에 신임장 사본을 제출한 뒤 공식 활동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의 대미 투자 계획 구체화를 비롯해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 우라늄 농축 권한과 원자력 협력,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북핵 대응 등이 주요 과제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심을 보이는 미국 군함의 한국 건조 문제와 쿠팡 사태, 정보통신망법 등 양국 간 통상 현안도 조율해야 한다. 이에 따라 스틸 대사가 안보와 통상 분야에서 한미 간 이견을 어떻게 좁혀갈지 주목된다.

한편 스틸 대사가 성명 발표를 마치고 공항을 빠져나갈 무렵 일부 시민단체 회원들이 부임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스틸 대사를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노선을 대변하는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인근에서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단체 회원들이 스틸 대사의 부임을 환영했으며, 양측 간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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