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는 루크 문의 기고글인 '유대-기독교 전통은 단순한 신학이 아니라 문명이다'('Judeo-Christian' isn't just theology — it's civilization)를 7월 30일(현지시각) 게재했다.
루크 문은 ‘제너레이션 시온(Generation Zion)’의 설립자이자 ‘이스라엘을 위한 기독교계 회장단 회의(Conference of Christian Presidents for Israel)’의 공동의장이며, 헤리티지재단의 객원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음은 기고글 전문.
오랫동안 ‘유대-기독교(Judeo-Christian)’라는 용어에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아마 지난 80여 년 동안 이 표현의 ‘유대(Judeo)’라는 부분을 향한 적대감이 주류 사회의 변두리로 밀려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최근 몇 년 사이 그러한 적대감이 다시 주류 담론 안으로 들어왔고, 그와 함께 ‘유대-기독교’라는 용어를 둘러싼 논쟁도 다시 불붙기 시작했다.
이 논란은 기독교 변증가이자 평론가인 웨스 허프(Wes Huff)가 소셜미디어 X에 올린 글에서 촉발됐다.
허프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온라인에서 ‘유대-기독교’라는 용어를 둘러싼 잡음이 너무 많다. 여러분, 학계에서 이 단어는 단순히 구약과 신약이 결합된 전체 성경을 가리키는 표현일 뿐이다. 히브리 성경의 유대적 유산이 신약성경과 결합됐다는 뜻이다. 그것이 전부다. 어떤 음모가 존재하기를 바랄지 모르지만 그런 것은 없다. 우리는 이 단어를 그런 의미로 사용한다. 지정학이나 세계 단일 정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이 글에 대한 반응은 크게 두 진영으로 나뉘었다.
첫 번째 진영은 하나님의 구속 역사에서 유대 민족이 차지하는 독특한 위치를 인정했다. 이들은 유대인을 통해 이방인들에게 복이 전해진다고 말하는 수많은 성경 구절을 제시했다.
두 번째 진영은 유대인에게 어떤 특별한 위치가 있다는 생각 자체를 거부했다. 일부는 구약성경조차 ‘유대인’과 관련된 모든 것에서 분리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기독교 민족주의를 다룬 저서로 알려진 스티븐 울프(Stephen Wolfe)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만약 ‘유대적인 것’이 이미 ‘기독교’ 안에 온전히 포함돼 있고, ‘기독교’가 ‘유대적인 것’을 넘어선 추가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면 왜 그냥 ‘기독교’라고 말하지 않는가. 도대체 왜 굳이 ‘유대’라는 말을 붙여야 하는가.”
유대인과의 역사적·신학적 연관성을 언급하는 것 자체에 불편함을 느끼는 이들은 구약성경의 주요 인물들이 스스로 자각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사실상 모두 기독교인이었다는 식의 최대주의적 해석을 취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무슬림들이 예수님을 ‘독실한 무슬림’이었다고 주장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후대의 종교적 정체성을 과거 인물들에게 소급 적용해 그들의 본래 역사적·종교적 맥락을 지워버리기 때문이다.
구약성경과 기독교 신앙의 유대적 뿌리를 지우려는 이러한 태도는 그것을 주장하는 사람이 기독교인이든 무슬림이든 설득력 있는 역사 해석이라고 보기 어렵다.
유대-기독교는 지정학과도 관련이 있다
그러나 웨스 허프 역시 이 용어의 의미를 다소 좁게 설명했다. ‘유대-기독교’라는 표현은 성경의 두 부분을 결합한 신학적 용어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정치와 법, 사회 질서와 문명 형성에도 깊이 관련돼 있다.
서구 문명은 흔히 아테네와 로마, 그리고 예루살렘에서 비롯된 사상 위에 세워졌다고 말한다.
그 가운데 성경에서 국가 형성과 공적 질서를 가장 구체적으로 다루는 부분은 신약성경보다는 히브리 성경, 곧 구약성경이다.
신약성경에도 마태복음 22장 21절과 로마서 13장, 베드로전서 2장 13~14절처럼 국가와 통치 권력을 다루는 본문이 있다. 그러나 신약성경의 중심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하나님과의 관계,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이 이웃과 맺어야 할 관계에 놓여 있다.
반면 구약성경은 법과 재판, 토지와 재산, 통치자의 책임, 전쟁과 평화, 가난한 자의 보호, 언약 공동체의 질서 등 국가와 사회를 구성하는 광범위한 문제를 다룬다.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발명 이후 평범한 사람들이 성경 전체를 직접 읽을 수 있게 된 시기에 계몽주의와 근대 정치철학의 중요한 흐름들이 등장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성직자나 소수 지식인의 설명을 통해서만 성경을 접하지 않았다. 구약과 신약을 직접 읽으며 선지자들이 통치자를 어떻게 비판했는지, 하나님께서 인간 공동체의 번영을 위해 어떤 원칙을 제시하셨는지를 스스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그들은 권력자가 하나님의 도덕적 심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왕 역시 법 위에 군림할 수 없으며, 가난한 자와 나그네, 고아와 과부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사실도 배웠다.
오스 기니스(Os Guinness)는 이러한 문명사적 관점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우리는 그리스인들에게 많은 것을 빚졌고, 로마인들에게도 큰 빚을 졌다. 그러나 우리의 서구 문명은 본질적으로 유대교에 뿌리를 둔 기독교 문명이다.”
이것이 바로 ‘유대-기독교’라는 표현이 정치적·문명사적으로 중요한 이유다.
유대교와 기독교가 신학적으로 서로 대체 가능한 종교이기 때문이 아니다. 서구 사회를 형성한 언약과 법, 자유와 책임, 예언자적 심판, 질서 있는 자유라는 핵심 개념들이 성경의 유대적 유산에서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종교개혁은 이 성경적 유산을 성직자와 학자들의 전유물에서 평범한 사람들의 손으로 돌려놓았다.
히브리 성경과 근대 정치철학
종교개혁은 단순히 “성경으로 돌아가자”고 외친 신앙운동에 그치지 않았다. 그것은 정치와 사회를 바라보는 방식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정치 이론가 에릭 넬슨(Eric Nelson)에 따르면 초기 근대의 기독교 학자들은 히브리 성경을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자손을 위해 설계하신 정치적 헌법”으로 이해하기 시작했다.
새롭게 접하게 된 랍비 문헌들 역시 이상적인 공화국의 제도와 관습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자료로 받아들여졌다.
존 밀턴과 제임스 해링턴, 토머스 홉스 같은 정치사상가들은 단순히 세속적 이성만으로 근대 정치체제를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이들은 히브리 성경과 유대교 문헌을 깊이 연구하며 왕권과 법, 재산권과 종교적 관용, 국가 공동체의 본질을 고민했다.
그들이 이러한 주제에 주목한 것은 랍비들과 유대인 현자들이 이미 수 세기에 걸쳐 같은 문제들을 치열하게 탐구해 왔기 때문이다.
근대 서구 정치사상은 헬라 철학과 로마법만의 산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히브리 성경과 유대교의 법적·도덕적 전통에도 상당한 빚을 지고 있었다.
미국 건국과 출애굽기의 정치적 상상력
미국의 건국자들 역시 출애굽기를 단순한 종교적 이야기로만 읽지 않았다. 그들은 출애굽 사건을 폭정과 해방, 자유와 하나님의 심판을 설명하는 정치적 언어로 이해했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미국의 국새에 모세가 지팡이를 들어 홍해를 가르고, 파라오가 병거와 함께 물에 휩쓸리는 모습을 새기자고 제안했다.
그 아래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를 넣고자 했다: “폭군에 대한 반역은 하나님께 대한 순종이다.”
이 제안의 핵심은 다른 종교를 향한 감상적인 포용이 아니었다. 그것은 결박에서의 해방과 폭정에 대한 심판, 정치권력의 도덕적 한계라는 히브리 성경의 강력한 정치적 상상력이었다.
출애굽기는 억압받는 백성이 자유를 얻는 이야기인 동시에, 절대 권력을 주장하는 통치자가 하나님의 심판 아래 놓인다는 이야기다.
미국의 건국자들은 이 이야기를 자신들의 정치 현실을 이해하는 중요한 틀로 사용했다.
유대적 기여를 지우지 말아야 한다
약 300년 전 책을 폭넓게 읽고 토론을 즐기던 지식인들은 오늘날 소셜미디어 담론을 주도하는 일부 인사들보다 서구 문명에 대한 유대인의 기여를 훨씬 높이 평가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유대-기독교’라는 표현에 위협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이 용어를 유대교와 기독교를 무리하게 섞는 종교 혼합주의로 받아들이기보다, 서구 문명을 형성한 유대적 유산과 기독교적 발전을 함께 인정하는 표현으로 이해했을 가능성이 크다.
‘유대-기독교’라는 말은 유대교와 기독교 사이의 중요한 신학적 차이를 없애자는 표현이 아니다. 그리스도인이 유대교의 모든 가르침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도 아니다.
그것은 기독교가 역사적으로 유대교와 히브리 성경의 토대 위에서 시작됐으며, 서구 문명의 법과 자유, 정의와 인간 존엄에 관한 핵심 개념들이 유대적·기독교적 전통의 상호작용 속에서 형성됐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표현이다.
신약성경은 구약성경을 폐기하지 않는다. 예수님과 사도들은 모두 유대인이었으며, 그들이 사용한 성경은 히브리 성경이었다. 기독교 신앙의 언어인 창조와 언약, 죄와 속죄, 메시아와 구원, 하나님 나라와 부활 역시 유대적 성경 세계 안에서 형성됐다.
그러므로 기독교의 유대적 뿌리를 인정하는 것은 기독교를 약화하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기독교가 어디에서 시작됐으며 어떤 역사와 사상을 물려받았는지를 정직하게 인정하는 일이다.
‘유대-기독교’는 단순한 신학 용어가 아니다. 그것은 성경의 유대적 유산과 기독교적 발전이 함께 빚어낸 법과 자유, 책임과 정의, 인간 존엄과 도덕적 질서의 문명을 가리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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