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검’이라며 오사마 빈 라덴을 옹호했던 이슬람 성직자에게 9·11 테러 25주년 당일 ‘종교 간 화해상’을 수여했다가 전격 철회한 캔터베리 대주교의 결정이 전 세계 교계에 복음적 분별력에 대한 중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2026년 9월 17일(현지시각), 영국성공회 사라 멀럴리 캔터베리 대주교는 파키스탄 이슬람 성직자 하피즈 무함마드 타히르 메흐무드 아슈라피에게 수여했던 ‘휴버트 월터 화해 및 종교 간 협력상’을 철회했다. 불과 며칠 전인 9월 11일(현지시각), 9·11 테러 25주년 당일에 런던 램버스궁에서 이 상을 받은 아슈라피의 과거 발언이 논란의 불씨가 됐다.

논란의 핵심은 아슈라피가 2007년 이슬람 비판 소설 ‘악마의 시’ 작가 살만 루슈디에게 영국 정부가 기사 작위를 수여하자, 당시 알카에다 지도자였던 오사마 빈 라덴에게 ‘사이풀라’(Saifullah, 하나님의 검) 칭호를 수여하겠다고 발언한 사실이다. 당시 보도에는 그가 빈 라덴을 ‘무자히드’(이슬람을 위해 싸우는 전사)로 표현한 내용도 포함됐다. 9·11 테러 25주년이라는 민감한 시점에 테러 주범을 옹호했던 인물에게 ‘화해상’이 수여된 것은 전 세계 교계에 충격으로 다가왔다.

캔터베리 대주교 측은 이전 발언들이 새롭게 알려져 상을 재검토하게 되었음을 밝히고 결국 철회를 결정했다. 이는 종교 간 대화의 원칙과 현실적 한계 사이에서 캔터베리 대주교가 겪었을 고뇌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아슈라피는 자신의 발언이 ‘맥락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2018년 영국 정부 자료에 따르면 그가 파키스탄의 아흐마디야 공동체 문헌 금지와 꾸란 압수를 주장한 기록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그의 종교적 관용에 대한 의구심은 더욱 증폭됐다.

물론 아슈라피는 2012년 신성모독 혐의로 기소된 기독교인 소녀 림샤 마시 사건 당시 그녀를 옹호하고 파키스탄 내 종교적 소수자(특히 기독교인)를 지원하는 등 긍정적인 활동을 펼친 공로로 당초 상을 받았다. 그러나 그의 양면적인 행보는 기독교계가 특정 인물을 평가할 때 복음적 분별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더욱이 캔터베리 대주교의 상 철회 직후인 9월 18일(현지시각), 파키스탄교회(Church of Pakistan)는 라호르에서 아슈라피에게 ‘글로벌 평화상’을 수여해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됐다. 파키스탄교회 총회장 아자드 마셜 주교는 평화와 종교 간 화합, 관용, 비무슬림 시민의 권리 보호 등에 기여한 점을 수상 이유로 들었다. 이는 같은 기독교계 내에서도 특정 인물과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차가 존재함을 드러내며 한국교회가 종교 다원주의적 흐름 속에서 기독교 정체성을 어떻게 지켜나가야 할지 고민하게 한다.

이번 사건은 ‘종교 간 대화’와 ‘화해’라는 명목 하에 기독교의 본질적 가치와 신앙의 순수성이 훼손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한국교회는 이슬람 등 타종교와의 교류에 있어 맹목적인 포용보다는 기독교적 가치관에 입각한 복음적 분별력을 견지해야 한다. 특정 인물의 부분적인 ‘친기독교적’ 행적만을 보고 그의 전체 사상이나 과거 행적을 간과할 경우, 자칫 이슬람 극단주의적 사상이나 반기독교적 행태에 대한 용인으로 비춰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캔터베리 대주교가 뒤늦게나마 상을 철회했지만, 애초에 논란의 소지가 다분한 인물에게 최고 권위의 상을 수여했다는 사실 자체가 교회의 분별력에 대한 심각한 질문을 던진다. 한국교회는 이번 논란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기독교적 가치와 신앙의 본질을 굳건히 지키면서 진정한 평화와 정의를 추구하는 지혜로운 복음적 접근이 무엇인지 심도 깊게 성찰해야 할 것이다. 2026년 9월 17일의 상 철회와 9월 18일의 또 다른 상 수여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은, 교회가 이 시대에 추구해야 할 복음적 분별력과 세상 속에서의 신앙적 위치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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