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스 부통령
J. D. 밴스 미국 부통령.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분쟁 여파가 이어지고 있는 아르메니아를 방문해 이 나라를 “기독교 문명과 문화의 초석”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방문 기간 중 아르메니아 집단학살을 언급한 게시물이 삭제되면서 배경을 둘러싼 관심도 커지고 있다.

밴스 부통령은 지난 9일(이하 현지시간) 아르메니아에 도착했으며, 이는 현직 미국 대통령 또는 부통령의 첫 공식 방문이다. 이번 방문은 트럼프 행정부가 아르메니아와 이슬람 다수 국가인 인접국 아제르바이잔 간 장기 분쟁 종식을 위한 미국 중재 평화 구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협력 확대를 모색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AP통신에 따르면 밴스 부통령은 니콜 파시냔 총리와 만나 민간 원자력 에너지 협력 협정을 체결하고, 미국이 첨단 마이크로칩과 감시용 드론을 아르메니아에 수출하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도 발표했다.

밴스 부통령과 우샤 밴스 여사는 방문 기간 중 1915~1916년 오스만제국 시기 최대 150만 명의 아르메니아 기독교인이 희생된 것으로 알려진 아르메니아 집단학살 추모시설인 치체르나카베르드 국립기념관을 찾아 헌화했다. 미국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재임 시절 해당 사건을 집단학살로 공식 인정했으며, 현재까지 30여 개국 이상이 이를 인정하고 있다.

밴스 부통령은 당초 엑스(X·구 트위터) 공식 계정에 추모식 영상을 게시하며 “1915년 아르메니아 집단학살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헌화식에 참석했다”는 설명을 덧붙였으나, 해당 게시물은 다음 날 삭제됐다. 이후 부통령실 대변인 테일러 밴 커크는 집단학살 표현을 제외한 채 헌화와 방명록 서명 일정을 소개하는 별도 게시물을 올렸다. 게시물 삭제 이유는 공식적으로 설명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아르메니아 집단학살 공식 인정 문제와 관련해 아르메니아계 단체들로부터 비판을 받아온 바 있다.

밴스 부통령은 파시냔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아르메니아의 기독교 유산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아르메니아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독교 국가 가운데 하나이자, 기독교 문명과 문화의 진정한 토대”라며 “독실한 기독교인으로서 이 나라가 전 세계와 우리가 공유하는 신앙에 갖는 의미를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밴스 부통령 부부는 밀라노 동계올림픽 방문 일정을 마친 뒤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에 도착했으며, 이후 아제르바이잔도 방문했다.

이번 순방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8월 8일 백악관에서 파시냔 총리와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을 초청해 평화 정상회의를 개최한 이후 이어진 것이다. 당시 양국 정상은 수십 년간 이어진 분쟁 종식을 목표로 한 평화협정과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합의에 따라 서기 301년 기독교를 국교로 채택한 최초의 기독교 국가로 알려진 아르메니아는 자국 영토를 통과하는 국제 운송 회랑 조성에 동의했으며, 해당 통로는 “국제 평화와 번영을 위한 트럼프 루트”로 명명됐다. 이 회랑은 아르메니아 영토 내 약 20마일 구간을 통해 아제르바이잔 본토와 나흐치반 자치공화국을 연결하며, 아르메니아 법률 체계 아래 운영된다.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간 갈등은 1980년대 나고르노-카라바흐(아르차흐) 지역 분리 문제에서 비롯됐다. 2023년 아제르바이잔의 군사 공세 이후 12만 명이 넘는 아르메니아계 주민이 해당 지역을 떠나 아르메니아로 이주했다.

밴스 부통령의 이번 방문은 2026년 선거를 앞둔 시점과 맞물려 있으며, 파시냔 총리와 아르메니아 사도교회 간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뤄졌다. 최근 1년간 아르메니아 정부가 여러 교회 지도자와 고위 성직자들을 체포하면서 국제 기독교 인권단체들의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아르메니아 사도교회와 정부는 2024년 중반 이후 국경 마을 일부를 아제르바이잔에 넘기는 합의 이후 대립해 왔다. 교회 지도자들은 대규모 시위를 조직했고, 반정부 운동을 이끈 바그라트 갈스타냔 대주교는 지난해 6월 쿠데타 모의 혐의 등으로 체포됐다. 그는 최근 옥중 서한을 통해 “기독교 아르메니아 국가가 실존적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주장했다.

스위스에 본부를 둔 기독교 인권단체 세계기독연대(CSW)의 국제 커뮤니케이션 책임자 조엘 벨트캄프는 미 의회 브리핑에서 아르메니아 정부와 교회 간 갈등 심화가 미·아르메니아 외교 관계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이 중재하는 평화 합의가 유라시아 교역로 확대와 미국의 지역 영향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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