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혁주의설교연구원(원장 강문진 목사)이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세곡교회(담임 박의서 목사)에서 ‘종교개혁의 다섯 가지 솔라’를 주제로 제40기 정기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종교개혁 신학의 핵심으로 꼽히는 다섯 가지 솔라를 중심으로, 성경적 교리의 의미를 재확인하고 오늘날 한국교회의 신앙과 목회 현장에 주는 함의를 성찰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김준범 목사(양의문교회), 서문강 목사(중심교회 원로), 이상웅 교수(총신대신학대학원), 서창원 박사(전 총신대신학대학원), 김효남 교수(총신대신학대학원)가 각각 발제자로 나서 ‘오직 성경’, ‘오직 은혜’, ‘오직 믿음’, ‘오직 그리스도’, ‘오직 하나님께 영광’에 대한 신학적 논의를 이어갔다. 발제자들은 종교개혁자들의 신학적 유산을 토대로, 개혁주의 교리가 단순한 교리적 선언이 아니라 교회와 성도의 삶 전반을 형성하는 실제적 원리임을 강조했다.
◆ “선언에 머무는 신앙을 넘어 삶으로 구현되는 ‘오직 성경’”
‘오직 성경’을 주제로 발제한 김준범 목사는 오늘의 시대 상황을 ‘포스트스크립투라(post Scriptura) 혹은 포스트 트루스(post-truth)의 시대’로 진단하며 “절대적 진리와 권위를 부정하는 문화 속에서 ‘오직 성경’의 정신이 더욱 절실하다”며, 인류 역사상 성경에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성경의 절대적 권위가 삶 속에서 실천되지 않는 현실을 지적했다.
김 목사는 한국교회가 성경을 사랑한다고 고백하면서도, 그 고백이 선언적 차원에 머물러 있는 점을 문제로 짚었다. 그는 “실천되지 않는 오직 성경의 구호는 우리를 가장 크게 속일 수 있다”며 “교리가 삶을 변화시키지 못할 때 교회는 점점 무뎌지고 차가워질 수밖에 없다. 종교개혁자들과 청교도들에게 ‘오직 성경’은 삶의 전 영역에서 작동하고 실천되어야 할 기준이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성경을 하나님의 음성으로 다시 들어야 할 필요성을 언급하며 “모세가 시내산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을 때 두려움과 떨림으로 반응했던 것처럼, 오늘의 성도들도 성경을 통해 하나님의 살아 있는 말씀을 경험해야 한다”며 “이럴 때 하나님의 말씀의 능력과 복음의 강력이 다시 교회 가운데 역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구원의 전 과정은 하나님의 은혜 위에 서 있다”
‘오직 은혜’를 주제로 발제한 서문강 목사는 “성경에서 말하는 은혜가 단순한 개념이 아니라, 은혜를 베푸시는 하나님과 그 은혜로 구원받은 백성 사이의 인격적 관계를 전제한다”며 칼빈의 신학을 중심으로, 구원의 전 과정이 하나님의 은혜에 의해 지탱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서 목사는 칼빈이 경계한 두 가지 오류를 언급하며 인간의 행위를 은혜의 조건이나 보상으로 이해하는 관점을 비판했다. 그는 “이러한 사고가 하나님의 은혜를 값없는 은혜로 이해하지 못하게 만든다”며 “‘오직 은혜’는 ‘오직 성경’과 ‘오직 믿음’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개혁주의의 핵심 원리이며,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상실될 경우 나머지 역시 함께 무너질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오늘날 교회의 외적 영향력이 감소하는 현실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개혁주의 신앙의 근본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라며 “하나님께서 다시금 교회를 은혜 위에 견고히 세워주시기를 기도해야 한다. 종교개혁을 이끄셨던 성령의 역사가 오늘날에도 성경을 통해 재현되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 “전인적이고 역동적인 믿음, 개혁주의 신앙의 본질”
‘오직 믿음’을 주제로 발제한 이상웅 교수는 조나단 에드워즈의 신학을 중심으로, 믿음이 단순한 지적 동의가 아니라 전인적이고 체험적인 행위임을 설명했다. 그는 “에드워즈가 믿음을 복음의 진리와 그리스도를 마음속에 받아들이고 그분과 연합하는 행동으로 이해했다”고 소개했다.
이 교수는 에드워즈가 믿음을 ‘마음의 새로운 감각’으로 정의하며 “성령의 조명으로 인해 회심자의 마음에 하나님과 영적 사물을 인식하는 새로운 감각이 주어진다고 보았다”며 “이러한 믿음은 본질적으로 확신을 포함하며, 그리스도를 신뢰하기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 수 있는 태도”라고 했다.
아울러 “에드워즈의 이신칭의론이 개혁주의 전통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며 “인간의 공로나 선함이 아닌 그리스도의 의의 전가만이 칭의의 근거이다. 오늘날 한국교회 안에 확산된 피상적 신앙과 대비되는 에드워즈의 믿음 이해가, 교회 현실에 건전한 해독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 “구원과 중보의 유일한 근거, 오직 그리스도”
‘오직 그리스도’를 발제한 서창원 박사는 “이 원리(오직 그리스도)는 종교개혁의 핵심 신앙 고백으로, 죄인의 구원과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중보가 오직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음을 선언하는 것”이라며 “인간의 구원과 관련해 그리스도의 위격과 사역의 충분성, 중보성의 최종성이 이 원리를 통해 확정된다”고 했다.
이어 그리스도의 삼중직 사역인 선지자·제사장·왕의 직분을 설명하며 “이 세 직분이 분리될 수 없고 어느 하나라도 없으면 구원은 불완전하다”며 “가톨릭의 성인이나 마리아 중보 개념을 비판하며, 예수 그리스도 외에 다른 중보자는 필요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의 가르침을 언급하며 “신자의 선행은 구원의 원인이 아니라 구원받은 결과로 맺히는 열매”라며 종교개혁자들이 그리스도와 십자가를 중심으로 설교와 예배를 세웠던 전통을 상기시키며 “오늘날 교회 역시 오직 그리스도를 고백하는 신앙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 “인간의 행복과 구원을 관통하는 ‘오직 하나님께 영광’”
‘오직 하나님께 영광’을 주제로 발제한 김효남 교수는 ‘솔리 데오 글로리아’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초대교회부터 종교개혁과 청교도 전통, 조나단 에드워즈에 이르기까지 기독교 역사를 관통하는 신학적 실체임을 설명했다. 그는 “하나님의 영광이 인간의 행복과 구원과 분리될 수 없다”고 했다.
김 교수는 “하나님의 영광이 그 자체로 완전하며, 성육신과 십자가를 통해 가장 분명하게 계시되었다”며 또한 인간이 하나님을 최고의 목적으로 즐거워할 때 하나님이 가장 큰 영광을 받으신다는 교회사적 통찰을 소개했다. 그는 “이러한 신학이 오늘날 예배의 회복, 자기 부인을 통한 경건한 삶, 기쁨을 동반한 순종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오직 하나님께 영광’은 인간을 억압하는 원리가 아니라, 창조주 안에서 참된 안식과 행복으로 인도하는 생명의 원리”라며 “성도들이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반사하는 증인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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