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한국에 대한 관세 재인상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거론하며 대미 전략투자의 조속한 이행과 비관세 장벽 완화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한국 경제와 수출 전반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고 있다. 특히 자동차를 비롯한 핵심 수출 품목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정부와 산업계 전반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자동차 산업, 관세 재인상 시 직격탄 우려

자동차 부문은 관세 재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가장 큰 충격이 예상되는 분야로 꼽힌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301억54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3.2% 감소했다. 통상 당국과 업계에서는 관세 협상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가격 경쟁력 약화로 수출 감소세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미 투자가 조속히 이행되지 않을 경우 한국에 25% 관세를 재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조현 외교부 장관 등을 미국에 파견해 입장을 설명했지만, 양측의 시각 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비관세 장벽 요구, 협상 난이도 한층 상승

미국이 관세 재인상 압박 카드로 비관세 장벽 문제를 다시 꺼내 든 점도 협상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30개월 미만 미국산 소고기 수입 제한, 온라인 플랫폼 규제, 구글의 정밀 지도 반출 제한, 쌀 관세 제도 등은 국내 여론과 제도적 절차상 단기간 내 타협이 쉽지 않은 사안으로 평가된다.

이들 사안은 국민적 합의와 국회 비준 동의 또는 법 개정 절차가 필요해 정부가 독자적으로 결단하기 어렵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관세 협상 타결 당시 비관세 장벽 문제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를 통해 논의하기로 했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성과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미 투자 이행을 둘러싼 두 가지 시나리오

정부는 대미 투자 이행을 뒷받침할 대미투자특별법의 조속한 국회 처리를 추진하는 한편, 외교·통상·안보 라인을 총동원해 관세 재인상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통상 전문가들은 현 국면에서 두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첫 번째는 한국이 대미 투자를 본격화해 관세율 15%를 유지하고, 비관세 장벽 문제는 추후 논의로 넘기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행정부 차원에서 미국의 원전 건설 투자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를 통해 투자 의지를 우선적으로 보여주고, 관련 법안 통과 이후 약속을 이행하는 전략이 거론된다.

반면 최악의 경우로는 미국이 관세율을 15%에서 25%로 재인상하는 시나리오가 지목된다. 이 경우 자동차 관세가 대폭 인상되며 대미 수출 전반에 상당한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고율 관세 적용은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수출 감소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전문가들 “투자 의지 명확히 하되 비관세는 단계적 대응 필요”

통상 전문가들은 비관세 장벽 철폐 요구로 관세 재인상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의 대미 투자 의지를 분명히 하면서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백철우 덕성여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LNG와 원전 투자 논의를 병행하고 대미투자특별법의 국회 통과에 속도를 내는 것이 협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석재 우석대 경영학부 교수 역시 비관세 장벽 완화는 한국에 민감한 사안인 만큼 단계적이고 선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산 LNG 수입 확대 등 비교적 충격이 적은 분야에서 성의를 보이되, 국내 파급력이 큰 비관세 장벽은 신중하게 관리하며 장기적인 협상을 이어가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관세 재인상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정부와 산업계는 대미 투자 이행과 협상 전략을 병행하며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상호관세 #미국관세 #기독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