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여고생 살인범 장윤기(23) 사건을 둘러싼 부실수사와 유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과 경찰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대한 동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21일 광주지검에 따르면 검찰은 이날 오전 6시15분부터 국가수사본부 강력범죄수사과장실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 중이다. 사진은 2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뉴시스

경찰청이 장윤기 사건을 계기로 순환인사 확대를 검토하는 가운데 일선 경찰관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청은 전 계급 순환근무와 강제적인 시·도 간 전출 방안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경찰 내부에서는 인사제도 개편보다 당시 국가수사본부의 수사지휘 책임을 먼저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2일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검찰과 경찰은 전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강력범죄수사과장실과 강력계, 여성청소년수사과장실, 성폭력수사계, 스토킹수사계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동시에 진행했다.

광주지검은 공무상비밀누설과 증거인멸·증거인멸방조 혐의와 관련한 자료 확보에 나섰다. 경찰 특별수사단은 장윤기 사건 수사 과정에서 이뤄진 보고와 지휘 체계를 확인하고 있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당시 국수본의 수사지휘와 분리수사 판단이 적절했는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장윤기 사건에 대한 쇄신책으로 제시된 순환인사 확대가 사건의 본질과 맞지 않는다는 경찰 내부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장윤기 사건 분리수사 판단 놓고 국수본 책임론

전 광산경찰서 형사과장 측은 동일한 피의자의 성범죄 사건과 살인 사건을 병합해 수사하겠다고 국수본에 여러 차례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수본은 병합수사를 막은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 관계자는 살인사건은 송치기간 안에 처리해야 했지만 성폭력 사건은 입증이 완료되지 않아 함께 송치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폭력 사건은 여성청소년과가 수사하되 살인사건 기록에 관련 수사자료를 첨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분리수사 여부는 수사 절차에 관한 문제인 만큼 이를 조율한 것이 이례적인 일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국수본은 구체적인 혐의 적용을 직접 지휘하지 않았다는 입장도 내놨다. 해당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서도 국수본이 혐의 적용을 직접 지휘하지 않았으며, 강간살인 혐의를 적용하지 말라는 지시도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이 같은 해명에도 당시 지휘라인의 판단과 개입 여부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국수본이 잘못 지휘한 사건인데 왜 일선 경찰이 인사 대상이 되느냐”, “문제는 수사지휘인데 처방은 순환인사다”, “병합수사를 막은 이유부터 밝혀야 한다”는 취지의 글이 잇따라 게시됐다.

경찰청 “전 계급 순환·강제 전출 사실 아냐”

경찰청은 전 계급 순환근무와 강제적인 시·도 간 전출이 추진된다는 소문을 부인하며 논란 진화에 나섰다.

경찰청 인사담당관은 전날 내부 공지를 통해 현재 운영 중인 순환인사 제도의 큰 틀을 유지하되 현행 제도를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민과 조직 구성원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도 전했다.

최근 경찰 내부에서 확산한 전 계급 순환과 강제 시·도 간 전출, 특정 부서 순환 등의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재차 선을 그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도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장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순환인사에 따른 지원 방안도 함께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총경은 1년, 경정은 1∼2년을 주기로 전국 단위 순환인사를 하고 있다. 경감은 시·도경찰청별로 4∼5년마다 동일한 시·도 안에서 순환근무를 한다. 순경으로 입직한 경찰관은 통상 경감에 이를 때까지 한 지역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

순환근무 대상이 하위 계급까지 확대될 경우 근무 도중 거주지를 옮겨야 하는 경찰관도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지방에서 근무하는 경찰관들은 시·도 간 순환근무가 확대되면 장거리 출퇴근과 가족과의 분리, 거주지 이전 등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사 전문성과 지역 치안 역량 약화 우려”

순환인사 확대가 수사 전문성과 지역 치안 역량을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서울 지역 일선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경감이 현재도 같은 시·도경찰청 안에서 순환근무를 하고 있다며, 논란의 핵심은 시·도 간 이동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거리 출퇴근과 가족 문제뿐 아니라 장기간 축적한 지역 정보와 수사 경험까지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강력·형사 분야에서는 팀을 구성해 장기간 수사를 이어가는 경우가 많아 인력의 연속성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핵심 인력이 순환인사로 교체되면 수사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경찰이 확대를 추진해 온 자치경찰제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왔다. 자치경찰제는 지역 실정과 주민의 요구를 잘 아는 경찰관이 지역 특성에 맞는 치안 정책을 수행하는 것이 핵심이다.

시·도 간 순환근무가 확대되면 장기 근무를 통해 쌓은 지역 지리와 인적 관계, 범죄 동향에 대한 이해가 약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경감 순환근무제 폐지를 공식 요구하고 나섰다. 경찰직협은 21일부터 이틀 동안 진행되는 경찰청과의 실무협의에서 경감 순환근무제 폐지를 정식 안건으로 제시하고, 장거리 출퇴근 부담과 수사 전문성 저하 우려 등을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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