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약물 도입 규탄대회
낙태약물 도입 규탄대회 참석자들이 단체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태여연
태아·여성보호국민연합(이하 태여연)과 생명운동연합 등 생명보호단체들이 17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이재명 정부 낙태약물 도입 규탄대회’를 열고, 정부가 발표한 임신 9주 이하 먹는 낙태약의 단계적 도입 방침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참석자들은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는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가장 약한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국회에서 낙태 관련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행정적으로 낙태약물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건강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졸속으로 처리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정부가 초기 2년 동안 병원에서 의사의 처방과 직접 조제·투약을 시행하고, 이후 약국 조제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병원에서 투약한다고 해서 태아의 생명을 종결시키는 약물의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며 “단계적 도입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결국 낙태약물에 대한 접근성을 전면 확대하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여성과 태아를 함께 살리는 정책을”

김길수 목사(생명운동연합)는 성명을 통해 “임신 주수라는 숫자가 생명의 가치를 결정할 수 없다”며 “태아는 특정 시점에 갑자기 생명이 되는 존재가 아니라 수정 이후 연속적으로 성장하는 생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불법 유통과 해외 직구로 인한 위험이 있다면 불법 유통을 차단하고 관리체계를 강화해야지, 이를 낙태약물 제도화의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며 “위기 임신 여성에게 필요한 것은 손쉽게 낙태약을 제공하는 국가가 아니라 상담과 의료, 주거, 경제적 지원을 통해 출산과 양육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국가”라고 말했다.

낙태약물 도입 규탄대회
생명운동연합 대표 김길수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태여연
김 목사는 특히 청소년 임신의 경우 임신 사실 은폐와 가족 갈등, 성적 착취 및 강요 등 복합적인 위험이 있을 수 있다며 “정부가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은 ‘어떻게 낙태 접근성을 높일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엄마와 아기를 함께 살릴 것인가’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2019년 헌법재판소 결정은 낙태약 도입을 무조건 허용하라는 결정이 아니었다”며 “태아의 생명 보호와 여성의 권리를 함께 고려하는 후속 입법과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산 과정에서 겪은 출혈과 고통, 결코 가볍지 않았다”

세 자녀의 어머니인 시민 배은주 씨는 임신 10주 무렵 자연유산으로 극심한 통증과 과다출혈을 겪었던 경험을 전했다. 배 씨는 “갑작스러운 출혈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으며, 받아줄 병원을 찾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며 “당시 남편이 곁에 없었거나 즉각적인 응급조치를 받지 못했다면 어떻게 됐을지 지금도 두렵다”고 말했다.

이어 “유산은 단순히 임신이 끝나는 사건이 아니라 여성의 신체와 정신, 가정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일”이라며 “약물 사용 이후 출혈이나 불완전 유산 등의 상황을 여성이 충분한 도움 없이 감당하게 되는 사각지대가 생겨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배 씨는 “한 여성과 가정, 생명 모두를 무너뜨릴 수 있는 낙태약물 도입에 반대한다”며 “우리 사회의 미래인 태아를 지켜달라”고 촉구했다.

“분만 의료체계 붕괴 속 약물 부작용 대응 가능한지 검증해야”

산부인과 간호사이자 조산사인 정승민 둥지조산원 원장은 의료현장의 현실을 들어 낙태약물 도입에 반대했다. 정 원장은 “정부의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낙태의 대부분이 임신 초기에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임신 9주까지의 허용은 일부 예외적인 사례에 대한 제한적 조치가 아니라 실제로는 상당수 낙태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저출생과 분만 인프라 붕괴로 분만실과 여성병원이 잇따라 문을 닫고 있으며, 의료진도 심각하게 부족한 상황”이라며 “약물 복용 이후 과다출혈이나 불완전 유산, 극심한 복통 등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이를 감당할 의료체계가 충분한지 먼저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책의 책임을 일선 산부인과와 분만 의료진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며 “여성과 의료인, 전체 의료전달체계에 미칠 영향을 면밀하게 검토하지 않은 낙태약물 도입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낙태약 도입, 단순한 의약품 허가 문제 아냐”

낙태약물 도입 규탄대회
세 자녀의 어머니인 시민 배은주 씨가 자녀들과 함께 규탄대회에 참여하고 있다. ©태여연
참석자들은 낙태약물 도입이 단순한 의약품 품목허가 문제가 아니라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건강권, 청소년 보호, 의료인의 양심과 책임, 부성권, 의료폐기물 처리 및 응급의료체계 등 다양한 문제가 연결된 중대한 사회적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부가 결론을 먼저 정한 뒤 국민에게 통보해서는 안 된다”며 “국회와 정부는 의료계·법조계·윤리학계·여성단체·생명보호단체와 위기 임산부 지원 현장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공개적인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태여연은 “낙태 위기에 놓인 여성을 비난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선 것이 아니”라며 “여성과 태아 가운데 어느 한쪽을 포기하는 정책이 아니라 두 생명을 함께 보호하는 실질적인 지원정책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생명을 보호해야 할 자리에서 생명을 제거하는 약물을 제도화한다면 시민사회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며 “합법적이고 평화적인 시민행동과 정책·입법 활동을 통해 여성과 태아가 함께 보호받는 대한민국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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