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계명과 산상수훈, 관계의 준칙이자 재판규범성 갖춘 하나님의 법, 도덕 아니야”
“율법을 다 지킬 수 없는 죄인임을 깨달아야 예수 복음의 은혜와 사랑 알아”

은혜제일교회 9월 북콘서트
천종호 판사는 “십계명과 예수님의 산상수훈을 통해 하나님과 우리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지희 기자
은혜제일교회 9월 북콘서트
최원호 목사가 인사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십계명은 지켜도 되고 안 지켜도 되는 도덕이 아니라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를 규율하는 엄격한 법입니다. 지금 당장 하나님께 처벌받지 않더라도, 우리가 죽거나 예수님이 다시 오실 때 반드시 그 법에 따라 심판을 받습니다. 십계명의 의미가 선명할수록 인간이 온전히 지킬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심판받을 수밖에 없는 우리를 구원하시는 예수 십자가 복음의 의미도 선명해질 수 있습니다.”

법정에서는 ‘호통판사’로, 법정 밖에서는 사회적 약자와 위기 청소년을 위해 청소년회복센터 확산 등에 헌신해 온 천종호 판사(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가 12일 서울 중랑구 상봉동 은혜제일교회(최원호 담임목사)에서 열린 9월 북콘서트(매.마.토.2) 강연자로 나섰다. 천 판사는 지난 4월 출간한 저서 ‘천종호 판사가 들려주는 십계명’(홍성사)의 내용을 중심으로 법학적 관점에서 ‘십계명’과 마태복음 5장 ‘산상수훈’을 해석하고, 성경이 말하는 정의와 공의·사랑, 율법과 복음을 균형 있게 선포해야 하는 것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천 판사는 1965년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대 법과대학과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1994년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1997년 부산지방법원 판사로 임관됐다. 현재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로 재직 중이며, 2015년 제1회 대한민국 법원의 날 대법원장 표창, 2017년 현직 법관 최초로 제12회 영산법률문화상 수상, 2020년 보건복지부 옥조근정훈장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천종호 판사의 선, 정의, 법’, ‘천종호 판사의 예수 이야기’, ‘천종호 판사의 하나님 나라와 공동선’, ‘천종호 판사는 바울에게 무엇을 물을까, ‘내가 만난 소년에 대하여’, ‘호통판사 천종호의 변명’ 등이 있다.

◇법은 ‘관계의 준칙’, 십계명이 ‘법’인 두 가지 이유는?

천 판사는 이날 “우주는 ‘창조된 세계’이자 ‘관계의 세계’”라며 “하나님이 시공간과 물질을 창조한 뒤 인간과 영혼을 만들고, 나아가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만드셨다”고 말했다. 특히 “하나님이 관계를 창조하셨다는 것은 법학자들이 아니면 잘 표현하지 않는 말”이라며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사랑을 주시기 위해 하나님과 우리의 관계를 설정해 주셨다. 관계가 성립돼야만 법이 있으며, 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관계의 준칙”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법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관계의 준칙’에 ‘재판규범성’이 더해져야 한다며 “한국 청년이 병역법을 위반하면 처벌받지만, 한국에 근로하러 온 태국 청년에게는 병역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특정 대상에게 법을 적용하는 재판규범성이 있어야 실질적인 법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십계명의 첫 번째 특성으로 ①‘십계명은 법이며 관계의 준칙’이라고 강조했다. 천 판사는 “십계명은 하나님과의 관계(1~4계명)와 인간과의 관계(5~10계명)를 다루는 관계의 준칙이며, 죽은 뒤 하나님의 법정에서 재판을 받는 재판규범성까지 갖췄기에 진짜 법”이라며 “현재 십계명에 대해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부분이 재판규범성이다. 그래서 십계명을 법이 아닌, 위반해도 되는 도덕으로 여기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십계명이 도덕인가, 법인가를 명백히 해야 참된 기독교인의 삶을 살 수 있다”며 “그것이 무너지면 기독교인의 삶에 문제가 생긴다. 십계명을 위반해도 괜찮고 재판이 필요 없다고 말하는 순간 종교인에 불과하게 된다”고 말했다.

천 판사는 이어 ②‘하나님은 법의 주인이시다’며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그 주권은 하나님이 주셨다”며 “입법권·행정권·사법권의 삼권분립은 민주주의 국가의 매우 중요한 개념”이라고 말했다. 이어 야고보서 4장 12절을 인용해 “하나님 나라에서는 하나님은 입법자이고 재판관으로서, 법 해석과 법 적용을 하시는 오직 한 분이시다”며 “그러나 하나님은 선하시고 오히려 아들인 예수 그리스도까지 보내 주셔서 사랑을 베푸시는 분이므로 겁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예수님이 해석하신 하나님 나라의 법인 십계명과 산상수훈

천 판사는 십계명의 해석도 인간의 해석보다 하나님, 곧 예수님의 해석을 우선시해야 한다면서 “성경에서 십계명 중 4가지를 하나님의 입장에서 해석한 부분이 마태복음 5장 산상수훈의 ‘6가지 대립명제’”라고 말했다.

이어 예수님이 마태복음 5장에서 재해석한 계명들을 차례로 소개했다. 먼저 “살인죄에 대해 사람을 죽인 게 아니라 형제에게 노하거나 ‘라가’, 미련한 놈이라 부르는 것만으로도 살인죄에 해당한다고 하셨다. 또 여자를 보고 음욕을 품는 자마다 간음죄를 저질렀다 하신다”고 말했다. 이어 “맹세와 관련해서는 도무지 맹세하지 말고, 맹세한 것을 지키라고 했으나 한국의 위증 사건이 일본보다 많다”고 했다.

악한 자를 대적하는 보복을 하지 않는 것과 원수 사랑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천 판사는 “예수님이 오른뺨을 맞으면 왼뺨도 돌려대라고 하셨는데, 이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원칙을 폐기하라는 뜻이 아니라, 다툼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상호적 정의를 넘어서라는 의미”라고 설명했고, 원수 사랑에 대해서는 “이웃과 원수를 구분하지 말고 사랑하라는 계명이야말로 산상수훈에서 가장 실천하기 어려운 부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정의는 관계 속 올바른 대우, 성경이 말하는 정의

천 판사는 “이러한 십계명, 산상수훈의 법적 성격이 선명해지면, 우리가 매일 이를 위반하고 사는 죄인이 되고, 하나님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복음도 선명해진다”며 “십계명은 정의와 공의에서 최소한 지켜야 할 것이다. 특히 열 번째 계명인 ‘탐내지 말라’는 마음의 문제를 건드리는 순간 지킬 수 없다는 것이 정해져 있다”고 설명했다. 천 판사는 또 십계명의 특성으로 ③‘십계명은 정의와 공의의 최소한’이며 ④‘인간에게는 복음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또한 성경이 말하는 정의를 ‘엄격한 처벌’로만 이해하는 것은 오해라며, 정의를 ‘관계상의 올바른 대우’로 소개했다. 이어 무언가를 나눌 때 작동하는 ‘배분적 정의’와 잘못을 바로잡을 때 작동하는 ‘시정적 정의’의 개념을 구분하여 소개하고, 배분적 정의는 ‘상호적 정의’, ‘연대적 정의’, ‘은혜적 정의’가 있다고 말했다.

천종호 판사는 “종교개혁자들도 십계명을 매우 중요시하고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선언했지만, , 지킬 수 없는 것을 왜 지키느냐며 흐지부지됐다”며 “우리가 이 법을 지키지 못하더라도 하나님의 용서와 사랑이 있다는 것을 함께 가르쳐야 한다. 복음을 강조하면서 법을 강조하지 않는 것도, 법을 강조하면서 복음을 강조하지 않는 것도 모두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수님의 이러한 선포를 통해 하나님과 우리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해 나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성경이 말하는 사랑과 용서의 의미

천 판사는 고대 그리스어의 4가지 ‘사랑’ 개념인 에로스(남녀 간), 필레오(동료 간), 스토르게(가족 간), 아가페(희생적 사랑)를 소개하며 “사랑은 관계 맺음(관계적 요소)을 통해 긍정적 감정, 즉 기쁨(감정적 요소)을 주고받는 것이다. 기쁨이 동반되지 않는 희생은 은혜적 정의는 될 수 있어도 사랑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사랑의 ‘존재론적 요소’, ‘의무적 요소’를 소개하며 “원수 사랑에서는 어떻게 기쁨을 누릴 수 있는가. 그 사랑은 하나님께서 성령님을 통해 주시는 것이기에, 직접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고린도전서 13장을 인용하며 “사랑 없는 말은 빈말에 불과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며, 사랑 없는 희생은 상대에게 생명을 주지 못한다”며 “사랑은 인격적으로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예수님이 주신 새계명으로 “황금률(마 7:12)을 통해 상호적 정의를 유지하고,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며(마 22:40),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요 13:34)는 말씀을 따라야 한다”며 “옛 계명이 상호적 정의라면, 새 계명은 절대적 사랑(수직적)과 선제적 사랑(영원성, 롬 5:8, 5:10)에 기초한다”고 말했다.

또한 원수 사랑의 출발로서 용서를 꼽으며 “용서는 ‘가해-피해 관계를 소멸시키는 행위’로 상대의 회개 없이도 가능하지만, 화해는 ‘원관계를 회복시키는 행위’로 상호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다른 개념”이라고 정리했다.

천종호 판사는 “율법은 인간의 능력으로는 지킬 수 없는 하나님의 법과 계명이며, 복음은 죄인인 우리를 하나님 앞으로 부른다”며 “인간이 십계명과 산상수훈을 온전히 지킬 수 없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를 온전히 지키심으로 그 한 의가 우리에게 전가되어 율법의 저주에서 복음의 축복으로 갈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에스더서처럼 성경적 법 제정을 위해 기독교인의 역할 해야”

강연 후 질의응답에서 천종호 판사는 30년 판사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미성년 임신 관련 재판을 소개했다. 이어 최원호 목사가 최근 정부의 임신 중지 약물(미프진) 도입 논의와 서울고법의 36주 태아 낙태 무죄 판결에 대해 질문하자, “세상은 힘겨루기 장소로, 기독교인만 사는 것이 아니라 비기독교인도 살아간다”며 “힘이 있는 쪽에서 법을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어가면,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이 정해주신 법을 지킬 수 있도록 국가의 법을 만들기 위해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이것을 입법투쟁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천 판사는 에스더서에서 하만이 유대인을 멸절시키는 명령을 담은 조서를 왕에게 받아 집행하려고 했지만, 이를 모르드개, 에스더가 막아낸 사례를 들며 “그리스도인들도 잘못된 법은 고쳐 달라고 하고, 잘못된 법을 만들려고 하면 안 된다고 외쳐 주어야 한다. 또 입법하는 위치에 선 기독교인들은 성경 말씀대로 법을 만들도록 노력하고, 우리는 그분들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콘서트를 진행한 최원호 은혜제일교회 담임목사는 “천종호 판사님의 법정에서의 판결이 청소년과 다음세대의 삶을 좌우해 왔다”며 “우리가 다음세대에 성경적 가치관과 민주주의, 자유의 가치가 흔들리지 않도록 물려주어야 아이들이 살고, 교회가 살고,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내며, 하나님 나라가 확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천 판사의 강연에 앞서 유은경 자매가 플롯으로 하나님을 찬양했고, 행사 후에는 참석자들에게 ‘천종호 판사가 들려주는 십계명’ 책을 선물로 증정하고 북 사인회가 진행됐다.

한편, 은혜제일교회는 오는 10월 31일 오후 2시 상담심리전문가인 최원호 목사와 임은묵 목사가 공저한 신간 ‘놓아줄 용기’를 중심으로, 가족 간의 상처와 갈등 회복을 주제로 한 토크콘서트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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