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기독교 예배당 기공식
카타르 도하에서 과거 선교센터 기공식이 열렸던 모습. 왼쪽에서 12번째 시삽하는 인물이 사랑의교회 주연종 부목사. ⓒ기독일보DB

한국복음주의협의회(한복협, KEF)의 명칭과 조직 개편 등을 둘러싸고 사랑의교회(담임 오정현 목사) 인사들의 ‘조직 장악’ 의혹이 제기됐다. 아시아복음주의연맹(AEA)에 제출된 회원 교회 명단에서는 교회 차원의 가입 의사를 전달한 적이 없다는 담임목사의 증언도 나왔다.

기존 KEF 체제 유지를 요구하는 회원들은 사랑의교회 주연종 부목사가 문창선 목사와 함께 한복협 운영과 개편에 깊이 관여했으며, 문 목사가 인사 논란으로 물러난 뒤에도 박명수 사무총장과 개편을 추진해 왔다고 주장했다.

한복협은 11일 열린 임시총회에서 남북통일 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주 목사를 위촉하려 했다. 문제는 이 남북통일 위원회가 한복협 회칙에 존재하지도 않는 유령 위원회란 것. KEF 유지 측은 “사랑의교회 영향력 확대를 위해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주 목사가 한복협에 들어가려 했다”고 비판했다.

◈친교단체에서 연맹으로… 회원들은 무엇에 동의했나

KEF 유지 측은 한복협이 한국교회 전체를 대표하는 정치적 연합기구가 아니라 복음주의자들의 신앙적 교제와 협력을 위한 친교단체라고 강조했다. 고 김명혁 목사가 지켜 온 정체성도 여기에 있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영문 명칭의 ‘Fellowship’을 ‘Alliance’로 바꾸고 개인 중심의 회원 구조에 교회·단체를 포함하는 것은 단순한 명칭 정비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조직의 성격과 의사결정 구조를 바꾸는 만큼 회원들의 논의와 회칙에 따른 의결이 먼저라는 것이다.

KEF 유지 측은 연맹이 필요하다면 동의하는 이들이 별도 단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 조직을 만드는 일과 기존 한복협의 이름·역사·회원 기반을 가져가는 일은 다르다는 것이다.

◈회원 명단에 오른 교회… 담임목사 “가입 의사 전달한 적 없다”

한복협 측이 AEA에 제출한 것으로 파악된 회원 교회 명단에서도 의문이 제기됐다. 명단에 포함된 교회들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한 교회 담임목사는 아예 본지와의 통화에서 “교회가 회원으로 가입하겠다는 의사를 (한복협 측에) 전달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목회자 개인의 참여와 소속 교회의 기관 회원 가입은 별개다. 해당 교회들을 어떤 근거로 명단에 넣었는지, 누구의 동의를 확인했는지, 누가 명단을 작성하고 승인했는지가 확인돼야 한다. 전체 교회의 가입 의사 검증이 필요한 대목이다.

명단에는 에큐메니칼 진영으로 분류되는 경동교회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복음주의 단체를 표방하는 한복협이 어떤 기준과 절차로 기관 회원의 범위를 정했는지도 쟁점이다.

박명수 사무총장의 명단 관리 책임 역시 확인 대상이다. 가입 의사를 전달하지 않았다는 교회가 포함된 경위와 함께, 대외 제출 전 동의 여부와 자료의 정확성을 어떻게 점검했는지 설명이 필요하다.

◈주연종 목사의 권한은… 사랑의교회와 사전 조율 의혹도

지난 6월 9~12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AEA 아시아 교회와 선교 컨퍼런스에는 주연종 목사 등 사랑의교회 측 인사들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 목사는 한복협 인사들과 함께 AEA 관계자들을 접촉한 것으로 파악됐다.

KEF 유지 측은 주 목사가 과거부터 한복협 업무에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고 주장하며, 최근 AEA에 제출된 회원 교회 명단의 작성·제출을 함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서류는 낙마 전 문창선 목사가 속한 팀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AEA 측은 제출된 서류가 허위임을 알고, 한복협 명칭과 조직 개편에 대한 승인을 보류한 것으로 보인다.

한복협 개편 방향을 사전에 조율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주 목사와 박 사무총장이 회원들의 의결에 앞서 방향을 정하고, 한복협 운영에 사랑의교회 측 의사를 반영해 온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KEF 유지 측은 주 목사가 누구에게 어떤 권한을 위임받았으며, 사랑의교회 측과 협의하거나 보고한 사실이 있는지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이 묻는 것은 단순한 행사 참석이나 대외 교류가 아니라, 한복협의 진로를 결정하는 데 관여했는지에 대한 것이다.

◈“의혹 해소 전 개편 중단”… 사실 확인 땐 책임 요구

KEF 유지 측은 한복협 중요 결정들이 어떤 경로로 이뤄졌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원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일부 인사가 사전에 조직 진로 결정에 개입했다면, 친교와 협력이라는 한복협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들은 사랑의교회 측과 박 사무총장이 개편 방향을 사전에 정했는지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해당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박 사무총장은 사퇴를 포함한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고, 퇴임을 앞둔 오정현 목사는 사랑의교회 측의 관여 경위를 설명하며 회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EF 유지 측은 의혹과 절차 문제가 해소될 때까지 개편을 멈추고 기존 체제를 유지하라고 촉구했다. 한복협의 이름과 역사를 이어받아 조직의 성격을 바꾸려면, 그 결정권을 가진 회원들의 동의부터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한복협 대표 오정호 목사는 기자가 전화와 문자로 질의했지만 답이 없었다. 사무총장 박명수 교수는 사랑의교회와 주연종 목사의 한복협 개입설에 대해 “아니다”라며 부인했다.

주연종 목사는 의혹에 대한 기자의 질의에 대해 “본인이 답변할 일이 아닌 것 같다”며 “그럴 사안도 아니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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