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대학 총장은 단순히 학문적 능력이 뛰어난 사람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신학대학은 일반 대학과 달리 학문과 신앙, 교회와 사회, 전통과 미래를 함께 바라보아야 하는 특별한 교육기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총장에게는 교수로서의 학문성뿐 아니라 목회자로서의 영성, 지도자로서의 행정력과 경영능력, 그리고 사람을 품는 인간적 품성이 함께 요구된다. 특히 오늘날 인공지능(AI)과 급격한 사회변화의 시대에는 과거의 경험을 관리하는 지도자보다 미래를 내다보고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는 창조적 지도자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신학대학 총장을 평가할 때 무엇을 살펴보아야 하는가? 필자는 그가 지금까지 살아온 열 가지의 ‘궤적’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첫째, 학문적인 궤적이다. 총장은 신학적 전문성과 학문적 깊이를 갖추어야 한다. 연구와 교육, 저술과 학술활동을 통해 자신의 학문적 역량을 검증받아야 한다. 학문은 총장의 권위를 세우는 중요한 토대다.
둘째, 영성적인 궤적이다. 신학대학은 하나님을 연구하는 곳인 동시에 하나님을 섬기는 사람을 길러내는 곳이다. 따라서 총장의 영성은 매우 중요하다. 얼마나 오래 기도하고 말씀을 붙들며 하나님 앞에서 살아왔는가 하는 영성의 궤적은 쉽게 만들어낼 수 없는 지도자의 자산이다.
셋째, 헌신적인 궤적이다. 지도자의 진정성은 말보다 살아온 헌신에서 드러난다. 교회와 학교, 선교와 사회를 위해 얼마나 자신을 내어놓았는가를 보아야 한다. 명예와 직책을 추구한 궤적보다 공동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섬긴 궤적이 더 중요하다.
넷째, 인간적인 궤적이다. 필자는 지성·영성·인성 가운데 특히 인간성이 중요하며, 인간성의 핵심에는 인간 상호관계가 있다고 본다. 지식이 많고 일을 성실하게 잘한다고 해서 훌륭한 지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을 존중하고 이해하며 함께 일할 수 있는 품성이 있어야 한다. 아무리 뛰어난 학문성과 행정능력을 갖추었다 해도 인간성이 빈약한 지도자는 공동체를 이끌기 어렵다.
다섯째, 사회적인 궤적이다. 오늘의 신학대학은 교회 안에만 머물 수 없다. 지역사회와 국가, 다양한 기관과 단체, 다른 대학과 타 교단 및 사회 각계와 협력해야 한다. 따라서 총장에게는 폭넓은 사회적 관계와 공공적 리더십이 절대 필요하다.
여섯째, 목회적인 궤적이다. 신학은 현장을 떠나 존재할 수 없다. 목회현장에서 사람을 만나고 교회를 섬기며 성도들의 아픔과 기쁨을 함께 경험한 지도자는 신학교육의 현실을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학자적 전문성과 함께 목회적 경험을 갖춘 지도자는 신학대학에 또 하나의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
일곱째, 행정·조직적인 궤적이다. 대학은 거대한 조직이다. 총장은 교수와 직원, 학생, 법인과 동문, 교단과 지역사회를 조정하고 하나의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아무리 훌륭한 학자라도 조직을 이해하고 사람을 배치하며 갈등을 조정하는 행정능력이 부족하다면 대학을 발전시키기 어렵다.
여덟째, 경영적인 궤적이다. 오늘의 대학은 재정과 인사, 시설과 대외협력, 발전기금과 대학 경쟁력까지 종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총장은 대학을 단순히 ‘운영’하는 사람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설계하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경영자적 안목도 가져야 한다.
아홉째, 소통·통합적인 궤적이다. 좋은 지도자는 자신의 생각만 관철하는 사람이 아니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통점을 찾아 공동체를 하나로 묶어내는 사람이다. 특히 신학대학은 다양한 신학적 견해와 세대가 공존하는 곳이므로 소통하고 포용하며 통합하는 리더십이 더욱 중요하다.
열째, 창의적·미래지향적인 궤적이다. 마지막으로 총장은 과거의 성공을 반복하는 관리자가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창조적 지도자여야 한다. AI 시대의 교육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신학교육도 새로운 교육방법과 학문적 융합, 국제화와 디지털 환경에 대응해야 한다. 전통을 지키되 변화에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창의성이 필요하다.
결국 신학대학 총장의 자격은 어느 한 가지 경력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지금까지 어떤 궤적을 살아왔는가이다. 이력서에 적힌 직함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직함 뒤에 있는 삶의 흔적이다. 그가 걸어온 길을 살펴보면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갈 것인지도 예측할 수 있다. 과거의 궤적은 미래의 방향을 보여주는 가장 정직한 이력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학대학 총장은 단순한 ‘학장’이나 ‘행정 책임자’가 아니라 신학자이면서 목회자이고, 행정가이면서 경영자이며, 사람을 품고 소통하는 통합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창조적 지도자 곧 지나온 삶의 궤적이 뚜렷한 헌신적인 지도자라야 한다.
“아무 일에든지 다툼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고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라”(빌립보서 2:3)
양기성 교수(Ph.D., Hon. Th.D.)
서울신학대학교 행정학 특임교수
웨슬리언교회지도자협의회 대표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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