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모부성보호제도 확대에도 직장인 절반가량은 육아휴직과 가족돌봄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여성 비정규직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가족돌봄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응답이 모두 30% 안팎에 그쳤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여론조사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1일부터 9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19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출산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응답은 58.4%였다. 육아휴직은 53.3%, 가족돌봄휴가·휴직은 48.0%로 나타났다.
반대로 보면 직장인 41.6%는 출산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하기 어렵다고 답했고, 육아휴직은 46.7%, 가족돌봄휴가·휴직은 52.0%가 자유로운 사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 비정규직은 사용 가능 응답 30% 안팎
출산·육아·돌봄 제도의 사용 여건은 고용 형태와 사업장 규모, 직급 등에 따라 차이가 컸다.
여성과 비정규직, 비사무직,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비조합원, 일반사원급, 저임금 노동자일수록 관련 제도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응답이 낮았다.
여성 비정규직 가운데 출산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은 34.1%였다. 육아휴직은 29.8%, 가족돌봄휴가·휴직은 31.7%에 그쳤다. 여성 비정규직 3명 중 2명 이상이 관련 제도를 자유롭게 사용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반면 상위관리자급에서는 출산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응답이 82.9%, 육아휴직은 73.2%로 나타나 뚜렷한 격차를 보였다.
육아휴직급여 수급자는 반기 기준 처음으로 10만 명을 넘어섰지만, 제도 이용 증가가 모든 노동자의 사용 여건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것이 직장갑질119의 설명이다.
복직 후 업무 배제·전보 등 불이익 호소
직장갑질119에는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상담 가운데 출산과 육아 관련 갑질 상담이 36건 접수됐다.
상담 사례에는 육아휴직 후 복직한 직원을 업무에서 배제하거나 조직적으로 따돌린 경우가 포함됐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사용한 뒤 오히려 업무량이 늘거나, 승인 직후 기존 근무지에서 150㎞ 떨어진 곳으로 전보된 사례도 있었다.
육아휴직 계획을 밝힌 뒤 직책에서 해제되거나, 5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무하던 계약직 노동자가 임신 사실을 알린 직후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는 상담도 접수됐다.
최근에는 이케아코리아에서 육아휴직 후 복귀한 직원이 조직 개편을 이유로 임원급 직책을 잃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해당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국제 기준에 맞춰 엄정하게 조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법으로 불이익 금지했지만 현장 갑질 지속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가족돌봄휴가 사용을 이유로 노동자를 해고하거나 불리하게 처우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직장갑질119는 법적 보호 규정에도 사업장에서 업무 배제와 인사 불이익, 계약 종료 등 다양한 형태의 갑질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체는 상시적인 근로감독 체계를 마련하고 위반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고, 임신·출산·육아휴직을 이유로 계약직이나 기간제 노동자의 계약 갱신을 거절하지 못하도록 명시하는 입법 보완도 제안했다.
김보연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모부성보호제도 이용률이 높아졌다고 해서 현장의 노동환경까지 개선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수치 관리에 그치지 말고 현장에서 발생하는 법 위반을 엄단할 수 있는 실질적인 감독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5인 미만 사업장과 비정규직·계약직 노동자 등 제도적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입법 보완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활용한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은 경제활동인구조사의 취업자 인구 비율에 따라 배분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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