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고착화와 뇌의 숨겨진 장벽
인간의 마음과 행동은 왜 이토록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일까? 많은 그리스도인이 매일 말씀과 기도로 결단하지만, 돌아서면 다시 과거의 역기능적인 분노, 염려, 혹은 중독적인 습관으로 되돌아가는 자신을 발견하며 깊은 영적 자괴감에 빠지곤 한다.
사도 바울이 로마서 7장에서 고백했던 “내가 원하는 바 선은 행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원하지 아니하는 바 악을 행하는도다”라는 탄식은 인간 실존의 본질적인 한계를 보여준다. 최근 뇌과학은 이러한 영적·심리적 고착화 현상의 배후에 뇌세포를 단단하게 감싸고 있는 물리적 구조물인 ‘PNN(Perineuronal Nets, 뉴런신경망)’이 존재하고 있음을 명확히 밝혀내고 있다. 이는 인간의 완악함이 단순히 의지의 문제를 넘어, 뇌의 생물학적 구조와 밀접하게 얽혀 있음을 시사한다.
PNN의 다면적 기능: 보호의 방패이자 기억의 창고
PNN은 유아기와 청소년기의 폭발적인 뇌 발달 단계(결정적 시기, Critical Period)가 지나 성인기에 접어들 때, 특정 신경세포(특히 패스트 스파이킹 가바성 억제성 신경세포)와 시냅스 주위를 그물망처럼 촘촘하게 둘러싸는 연골 형태의 세포 외 기질이다. 최신 신경생물학 연구들이 밝혀낸 PNN의 기능은 매우 입체적이며 경이롭다.
첫째로, PNN은 신경세포를 외부의 유해 물질로부터 지키는 ‘보호막과 방패’의 역할을 수행한다. 뇌가 활동하면서 발생하는 유해한 산화적 스트레스(Oxidative Stress)와 독성 물질이 신경세포를 파괴하지 못하도록 물리적으로 방어하여 뇌의 항상성을 유지시킨다.
둘째로, PNN은 우리가 학습한 중요한 정보와 기억을 장기간 보존하는 ‘기억의 창고’다. 신경세포 간의 연결 부위인 시냅스(Synapse)의 구조를 단단하게 고정함으로써, 한 번 형성된 유익한 지식과 생존에 필요한 기억이 쉽게 유실되거나 왜곡되지 않도록 붙잡아 두는 역할을 한다. 즉, PNN은 하나님께서 인간의 뇌가 무너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기능하도록 설계하신 치밀한 ‘창조의 보호 장치’인 셈이다.
은혜의 장치가 역기능의 감옥이 될 때
그러나 문제는 이 견고한 보호 장치가 과거의 깊은 상처나 중독, 부정적인 사고방식까지도 동일하게 보호하고 고정해 버릴 때 발생한다. 성인기의 PNN은 새로운 신경망이 형성되는 과정(신경 가소성, Neuroplasticity)을 강력하게 제한하는 ‘자물쇠’로 돌변한다. 어린 시절에 겪은 극심한 트라우마, 거절감, 혹은 오랜 시간 반복해 온 죄의 습관들은 뇌 안에서 강한 부정적 신경망을 형성한다.
성숙기 이후 PNN이 이 부정적 신경망을 단단하게 감싸안아 고정해 버리면, 그것은 영적·심리적인 ‘견고한 성(Stronghold)’이 되어 버린다. 이 단계에 이르면 외부에서 아무리 좋은 조언을 듣거나 스스로 다짐을 해도, PNN이라는 물리적 장벽에 막혀 뇌의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기 극히 어려워진다. 과거의 상처 입은 자아와 왜곡된 세계관이 생물학적 ‘감옥’에 갇혀 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PNN의 고착화 현상은 성경 에스겔서가 지적하는 영적 상태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에스겔 36장 26절은 “또 새 영을 너희 속에 두고 새 마음을 너희에게 주되 너희 육신에서 굳은 마음을 제거하고 부드러운 마음을 줄 것이며”라고 선포한다. 여기서 ‘굳은 마음’은 히브리어로 ‘돌처럼 딱딱해진 마음(Lev HaEven)’을 뜻하는데, 이는 외부의 충격이나 자극에도 전혀 변하지 않는 생물학적인 PNN의 과도한 고착 상태를 영적으로 완벽하게 묘사한 표현이다.
하나님께서는 이 굳어진 마음을 그대로 방치하지 않으시고 ‘새 영’과 ‘새 마음’을 부어주어 ‘부드러운 마음’으로 바꾸어 주시겠다고 약속하신다. 뇌과학적으로 이는 고착화된 PNN의 장벽이 완화되고 뇌의 가소성이 다시 활성화되어, 건강하고 새로운 신경망이 재조직되는 ‘뇌의 거듭남’과 그 맥을 같이 한다.
뇌치유상담과 성령의 임재 ‘가소성의 회복’
그렇다면 어떻게 이 견고한 PNN의 자물쇠를 열고 뇌를 다시 부드럽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현대 뇌과학은 특정 환경적 자극, 깊은 정서적 유대감, 그리고 고도의 집중을 동반한 내면적 훈련이 일어날 때 뇌 내의 특정 효소(예 MMP-9 등)가 활성화되어 PNN의 구조를 느슨하게 조절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 과학적 사실은 기독교 뇌치유상담이 왜 영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지를 설명해 준다. 로마서 12장 2절의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는 말씀처럼, 하나님의 말씀을 깊이 묵상하고 성령의 임재 안에서 뜨겁게 기도할 때, 우리의 뇌는 최고의 집중 상태와 정서적 안정감에 도달하게 된다.
성령의 비추심을 통해 과거의 상처를 직면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수용받는 경험은, 굳어져 있던 PNN의 구조적 빗장을 풀고 부정적인 기억의 사슬을 끊어내는 영적·생물학적 촉매제가 된다. 말씀의 은혜가 임할 때, 뇌는 비로소 과거의 상처를 지워내고(PNN 해체), 하나님의 선하신 뜻을 따르는 새로운 거룩한 신경망을 구축(신경 가소성 활성화)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날마다 새롭게 빚어지는 창조의 신비
뇌과학이 밝혀낸 PNN의 비밀은 우리에게 큰 위로와 소망을 준다. “내 성격은 원래 이래”, “나는 이 상처에서 평생 벗어날 수 없어”라는 절망은 과학적으로도, 신앙적으로도 진실이 아니다.
손매남 박사
한국상담개발원 원장
경기대 뇌심리상담전문연구원 원장
美 코헨대학교 국제총장
국제뇌치유상담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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