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딥페이크 범죄와 AI 중독, 알고리즘 기반 ‘도파민 경제’의 확산이 청소년의 자유의지와 뇌 발달을 위협하고 있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사단법인 청소년중독예방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가 주최하고 새움평생교육원, KNAADAC가 공동주최한 ‘청소년중독예방 촉진 연구 포럼’이 9일 오후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열렸다.
이날 포럼에서는 디지털 성범죄, AI 의존, 숏폼 콘텐츠 중독 등 청소년을 둘러싼 새로운 중독 환경의 위험성과 제도적 대응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먼저 발제한 김영한 대표(NEXT세대Ministry)는 최근 중학생이 연루된 딥페이크 성범죄 사례를 언급하며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그는 “AI를 활용해 좋아하는 연예인의 얼굴을 합성해 음란 영상을 제작·유포하는 범죄가 청소년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며 “중독 상태에 빠진 청소년들은 죄책감이나 범죄 의식 없이 이를 공유하고 전염시키는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남녀 청소년 모두가 ‘몸캠 피싱’이나 음란 영상 유포 협박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며 “온라인 대화 과정에서 녹화된 영상으로 협박·금품 갈취를 당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성 비행 영상 유포가 또 다른 집단 범죄와 연결될 수 있다”며 과거 집단 성폭력 사건을 사례로 들고, 디지털 성범죄와 중독의 연결고리를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창배 박사(오이코스대학 교수)는 청소년 AI·플랫폼 중독 문제를 단순한 생활 습관의 일탈이 아닌 ‘자유의지의 약화’로 짚었다. 이 박사는 “청소년기는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선택하고, 그 결과를 책임지는 과정을 통해 자아가 형성되는 시기”라며 “그런데 AI에 과도하게 의존하거나 중독되면 이 과정 자체가 무너져 자유의지가 박탈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청소년이 주체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대신, 추천 알고리즘과 AI가 제공하는 선택지를 따라가며 ‘결정권’을 외주화하게 된다”고 했다.
그는 “AI 기반 서비스가 청소년의 뇌와 행동을 ‘편리함’이라는 이름으로 길들이고 있다. 특히 AI는 사용자에게 갈등, 거절, 타협이 없는 관계를 제공한다”며 “현실의 인간관계는 상처도 있고 조율도 필요하지만, AI 관계는 그런 비용이 없다. 그래서 청소년에게 현실보다 더 매력적인 초정상 자극이 된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이 현상이 반복될수록 실제 학교·가정·친구 관계 속에서 필요한 사회적 기술이 약해지고, 관계 맺기 능력이 퇴보할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AI가 정서적으로 취약한 청소년에게 미칠 수 있는 위험을 강조하며 “우울감이나 자해 충동을 가진 청소년이 AI에게 부정적 감정을 토로할 때, AI는 제지하거나 균형 잡힌 관점으로 전환시키기보다 ‘공감’이라는 형식으로 그 감정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예컨대 ‘너무 힘들어’라고 말했을 때 ‘그 마음 이해해, 네 감정은 타당해’ 같은 AI의 반응이 반복되면, 일시적으로는 위로처럼 느껴지지만 결과적으로는 부정적 사고의 반향실(에코 체임버)을 만들 수 있다”며 “그 과정에서 불안 반응이 가라앉기보다 증폭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캘리포니아대학교 어바인의 글로리아 마크 박사팀이 20년간 수행한 연구를 언급하며 “2004년 평균 2분 30초였던 스크린 상의 주의 지속 시간은 2024년 측정 결과 평균 47초로 급감했다”며 “청소년의 평균 집중력이 과거보다 크게 줄어드는 경향이 보고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끊임없이 끊겨 들어오는 숏폼 공세 속에서 깊은 몰입 상태로 들어가지 못한 채, 아이들이 만성적 인지 과부하에 노출될 수 있다”며 “이 과정은 단순히 ‘산만해졌다’는 차원이 아니라, 지속적인 긴장과 각성 상태로 인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상승 상태에 놓인 결과로 그 결과 스트레스 반응이 높아지고, 아이들이 ‘안전하고 편안하다’는 쉼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청소년의 뇌는 아직 성장 중이고, 절제력과 판단을 관장하는 전전두엽이 성인보다 취약할 수밖에 없다. 특히 24세까지 발달돼야 하는 청소년들의 전전두엽이 알고리즘에 착취당할 경우 온전한 발달 단계를 밟을 수 없다”며 “따라서 개인에게만 자제력을 요구할 게 아니라, 플랫폼이 전두엽이 개입할 수 있는 ‘판단의 틈’을 제공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박사는 “도파민 경제는 불확실성이 만들어내는 중독 구조”라며 “이는 슬롯머신의 레버를 당길 때와 같은 쾌락 회로를 디지털 환경에 이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용자가 화면을 새로고침할 때 무엇이 나올지 모르는 ‘불확실성’ 자체가 도파민을 기저치 대비 폭발적으로 증가시키는 핵심 요인”이라며 “이 예측 불가능성이 반복될수록 보상 기대가 과열되고, 그 과정에서 도파민 분비가 극단적으로 증폭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들은 성장을 위해 무차별적 마케팅과 알고리즘 설계를 통해 소비자들의 도파민 과잉 자극을 추구하고 있으며, 일부 경제학자들은 이를 ‘도파민 경제’라고 부른다”며 “이 구조는 특히 자기 통제력이 완전히 성숙하지 않은 청소년의 뇌를 표적으로 삼는다”고 말했다.
그는 “매출 1조 원대 플랫폼 기업들이 알고리즘을 통해 청소년의 주의력과 보상 회로를 장악하고, 그 체류 시간과 몰입을 수익으로 전환하는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며 “이는 사실상 성장 과정에 있는 뇌의 취약성을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신경 권리의 법제화가 논의될 단계”라며 “세계 최초로 칠레가 이를 법제화한 것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했다. 그는 “정신적 프라이버시, 즉 뇌파와 생체 데이터가 상업적 감시와 분석의 대상이 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며 “동시에 알고리즘 조작으로부터 자유의지를 보호받을 권리 역시 명문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박사는 구체적 대안으로 “첫째, ‘정지 신호’의 의무화가 필요하다”며 “무한 스크롤과 자동 재생 기능을 제한하고, 일정 시간마다 사용자가 멈춰 판단할 수 있는 틈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 틈이 바로 전두엽이 개입할 수 있는 시간”이라며 “판단과 절제가 작동할 여지를 구조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둘째, 알고리즘 옵트아웃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며 “예측 불가능한 추천 피드 대신 시간순 배열을 기본값으로 설정해 도파민 예측 오류를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용자가 자극 중심의 추천 구조를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독일 연구팀의 실험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3일간 제한했을 때 뇌의 보상 처리 시스템 과활성이 진정되고, 충동 조절 기능이 회복되는 변화가 관찰됐다”며 “이는 환경 통제가 실제 신경학적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와 가정이 협력해 주말 동안 디지털 기기를 반납하고 오프라인 활동을 하는 ‘72시간 뇌 휴식 캠페인’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며 “주말 디톡스 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년이 다시 현실 관계와 신체 활동, 깊은 몰입을 경험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박사는 “지금은 기술을 금지하자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의 자유의지와 뇌 발달을 보호하는 사회적 안전장치를 설계하자는 것”이라며 “환경을 바꾸지 않으면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도파민 경제 구조를 이겨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이미숙 박사(중독전문치유새움교육 원장)는 “중독매개의 해로움과 악영향에 대해 전국을 대상으로 홍보 교육해야 하며, 청소년을 성인과 구분하지 말고 전인격적 대우와 책임과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며 “유아 때부터 중독 매개의 해로움을 교육받은 자녀들은 청장년기에 접어들면서 밝고 맑은 전인격적 사회인으로 성장한다”고 했다.
이날 토론에는 김도형 박사(기독교국제중독전문원장), 윤석주 교수(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장), 신애자 교수(하이맘심리상담센터 대표)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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