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 ©기독일보 DB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공습을 확대하고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해상 봉쇄를 재개했다. 전쟁 발발 이후 군사 전략을 거듭 수정해 온 미국이 다시 무력 압박을 강화하면서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장기 소모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4일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이란의 레이더 시설과 대함미사일, 무인기 등을 겨냥한 정밀 타격을 확대했다. 미국 중부사령부는 미국 동부시간으로 이날 오후 4시부터 이란 항구와 연안을 오가는 선박의 통항을 봉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의 ‘수호자’ 역할을 맡겠다며 통과 화물에 20%의 통행료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으나, 해당 방침은 하루 만에 철회했다.

이번 공습 확대와 봉쇄 재개는 약 5개월 동안 이어진 전쟁에서 전황을 바꾸기 위한 세 번째 주요 전략 전환으로 평가됐다. 미국은 대규모 공습과 휴전, 해상 봉쇄를 거쳐 다시 공중·해상 전력을 활용한 압박으로 돌아섰다.

공습에서 휴전·봉쇄로 이어진 전략 변화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월 말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작전에 참여하면서 이란 지도부 제거와 탄도미사일 전력 무력화를 주요 목표로 제시했다.

미군은 공군력 우위를 바탕으로 이란 영공을 타격하면서 전쟁의 핵심 국면이 4∼6주 안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당시 전략을 압도적인 화력으로 단기간에 전쟁을 끝내려는 ‘충격과 공포’ 방식으로 해석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과 같은 장기전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며 지상군 투입 대신 공중과 해상 전력을 중심으로 이란을 압박했다.

약 5주간의 집중 공습 이후 미국과 이란은 휴전에 합의했다. 지난 4월에는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 이란 고위 당국자가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협상을 진행했으나 회담은 결렬됐다.

미국은 이후 호르무즈 해협 해상 봉쇄를 통해 경제적 압박을 강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미 해군이 해협을 통과하려는 선박을 봉쇄하겠다고 밝히며 이란에 석유 운송 방해 중단과 핵 프로그램 축소를 요구했다.

호르무즈 통제권 놓고 합의 해석 충돌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주요 해상 통로다. 해협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국제유가 상승 우려가 커졌고, 미국 내에서도 전쟁 피로감과 경제적 부담이 정치적 변수로 떠올랐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달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핵 협상 재개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나, 합의 내용을 둘러싼 해석 차이로 다시 충돌했다.

미국은 양해각서가 해협을 통한 석유 수송 재개를 의미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란은 해협 통제권을 자국에 인정한 합의라고 해석했다. 이후 이란 혁명수비대가 지난 6일 상선을 향해 반복적으로 발포했고, 미국은 보복 공습을 단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이란 공습 확대와 해상 봉쇄 재개를 선언했다. 최근 미군은 이란의 레이더와 대함미사일, 드론 전력을 집중적으로 타격하고 있다.

반다르압바스 항구 공격에는 미국이 처음으로 무인 수상함을 투입했으며, 러시아·중국과의 교역에 활용되는 이란 북부 철도 교량도 공격 대상에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들이 협상 테이블로 나오지 않는다면 다음 주에는 상황이 정말 나빠질 것”이라며 발전소와 교량도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습 종료 시점에 대해서는 “내가 그만됐다고 말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 “정권 교체 아닌 협상력 확보 위한 전쟁”

전문가들은 미국과 이란이 상대국의 전쟁 수행 능력과 정치적 의지를 약화시키려는 소모전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케네스 폴락 중동연구소 부소장은 월스트리트저널에 “양측 모두 상대를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의 한계까지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며 “이런 형태의 전쟁은 끝없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발리 나스르 존스홉킨스대 교수도 현재 상황을 “전쟁의 새로운 국면”으로 규정했다. 그는 “정권 교체를 위한 전쟁이 아니라 협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쟁”이라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력을 유지하는 한 미국이 핵 프로그램 포기나 종전을 강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미국의 공습 강도는 전쟁 초기보다 다소 낮아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영국에 배치됐던 B-52 폭격기 6대가 미국으로 복귀한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 행정부가 제한된 전력을 운용하면서 이란의 호르무즈 장악 의지를 장기적으로 약화하려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됐다.

핵 협상 재개 가능성이 낮아진 가운데 미국은 지난해 B-2 폭격기와 순항미사일로 공격한 이란의 농축우라늄 저장시설을 다시 타격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유조선과 걸프 지역 국가들을 공격하면서도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직접 공격은 자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란 역시 확전의 수위를 조절하면서 협상력을 유지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사남 바킬 채텀하우스 중동 담당 이사는 “양측 모두 협상력을 높이고 상대를 약화하기 위해 위험한 수준으로 긴장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해결책을 찾지 못할 경우 현재의 대치가 더 큰 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셉 보텔 전 미 중부사령관은 미국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 시도와 미사일·드론 위협, 핵 프로그램을 동시에 억제할 장기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며 “단기간에 끝날 문제가 아니라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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