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에서 일터까지, 그들도 우리처럼 매일 믿음으로 출근했다!” 치열한 경쟁과 고단한 노동이 반복되는 일터 한복판에서, 그리스도인들은 종종 신앙과 삶의 괴리를 느낀다. 과연 수천 년 전에 쓰인 성경이 오늘날 우리의 출퇴근길과 직장 생활에도 해답을 줄 수 있을까?
신간 『일하는 사람들의 성경』은 이 막막한 질문에 ‘미드라쉬(Midrash)’라는 독창적이고 흥미로운 방식으로 응답하는 책이다. 성경이 침묵하고 있는 행간의 틈새에 거룩한 상상력을 불어넣어, 성경 속 인물들을 오늘날 우리와 똑같이 땀 흘리며 일했던 ‘일터의 동역자’로 생생하게 소환해 낸다.
행복한 일터를 꿈꾸는 현대판 ‘하가다 미드라쉬’
‘미드라쉬’는 유대인들이 구약성경을 단순히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왜 이 구절이 이렇게 쓰였을까?”를 끊임없이 질문하며 이야기를 상상해 가르쳤던 오랜 전통이다. 그중에서도 비유와 전설, 우화로 성경을 한 편의 이야기책처럼 풀어내는 방식을 ‘하가다 미드라쉬’라고 부른다.
저자는 이 우아한 스토리텔링 기법을 빌려와 성경 속 인물들의 이야기를 ‘일터 사역’의 관점으로 재구성한다. 복잡한 신학적 교리나 딱딱한 훈계 대신, 성경의 한 단어나 짤막한 구절을 붙잡고 일상의 이야기로 엮어내어 독자들에게 신선한 울림을 선사한다.
앞치마를 두른 바울, 쟁기를 쥔 엘리사
이 책에는 복음서와 사도행전, 구약성경을 넘나드는 총 10편의 미드라쉬가 담겨 있다. 부자 청년의 고민, 세례 요한의 기도 수업, 포도원 품꾼의 비유부터 에녹, 요셉, 요나의 서사까지 다양한 장면이 일터의 언어로 번역된다.
특히 땀에 젖은 앞치마를 두르고 두란노 서원에서 일하며 말씀을 전하는 바울의 모습이나, 거친 밭에서 쟁기를 쥐고 농사짓던 청년 엘리사에게 엘리야의 겉옷이 날아드는 장면은 묘사가 무척 탁월하다.
“정오의 뜨거운 열기와 사람들의 체온이 뒤엉켜 강의장은 가마솥처럼 후끈 달아올랐다. 바울은 땀에 젖은 손수건으로 이마를 훔치면서도 목소리에는 점점 더 확신이 차올랐다. (…) 스스로 일하는 전도자의 모습을 보이는 것처럼 하나님의 창조 명령에 근거한 ‘일의 사명’을 강조하기도 했다.”
권력과 안정을 좇는 시대에 던지는 일의 참된 의미
예수님을 찾아왔다 근심하며 돌아간 ‘부자 청년’의 에피소드 역시 직장인들의 뼈를 때리는 통찰을 담아낸다. 청년이 진정 포기하기 어려웠던 것은 단순한 재물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재물과 권위가 보장해 주던 ‘삶의 안정감과 존중’이었다는 묘사는 승진과 연봉에 목매는 현대인의 서글픈 자화상과 정확히 겹쳐진다.
『일하는 사람들의 성경』은 교회 문을 나서는 순간 신앙의 스위치를 꺼버리는 직장인들, 혹은 자신의 노동이 영적인 일과 무관하다고 여기며 지쳐가는 모든 이들을 위한 훌륭한 해독제다. 매일 아침 무거운 발걸음으로 출근길에 오르는 당신에게, 이 책은 일터야말로 가장 치열하고 거룩한 사명의 자리임을 일깨워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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