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유럽연합(EU) 의원들과 국제 인권 단체들이 파키스탄 내 소수 종교 미성년 소녀들을 대상으로 한 납치와 파키스탄 강제 개종, 조혼 범죄를 규탄하며 즉각적인 보호 조치를 촉구했다고 7월 15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피해 소녀들은 납치범들에 의해 강제로 이슬람으로 개종되고 원치 않는 결혼을 강요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4일 국제 인권 단체 쥬빌리 캠페인 네덜란드 지부에 따르면, 유럽의회 보수개혁당(ECR) 소속 베르트-얀 루이센 의원과 유럽국민당(EPP) 소속 마테이 토닌 의원은 유럽의회에서 파키스탄 소수 종교 인권 보호를 위한 공동 행사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지난 9일 유럽의회가 채택한 13세 파키스탄 기독교 소녀 마리아 샤바즈 사건 결의안의 후속 조치로 이뤄졌다. 참석자들은 유럽연합이 양자 관계를 통해 파키스탄의 강제 개종 및 미성년자 강제 결혼 문제를 더욱 체계적으로 제기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마리아 결의안 통과를 주도했던 루이센 의원은 마리아와 같은 소수 종교 소녀들의 납치 및 아동 결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인 국제사회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토닌 의원 역시 국제사회가 취약한 공동체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파키스탄 정부가 종교적 소수자들의 권리를 철저히 수호할 것을 요구했다.
파키스탄 사법부 법 집행 한계 지적 및 피해 실태
CDI는 행사 참석자들은 파키스탄 사법부의 소극적이고 일관성 없는 법 집행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고 밝혔다. 인권 변호사 술레마 자한기르는 파키스탄 현행법상 16세 미만 소녀와의 결혼은 법정 강간으로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존재하지만,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법원이 성문법 대신 사춘기 이후의 결혼을 허용하는 이슬람 법학을 자의적으로 적용해 아동 보호법을 우회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한기르 변호사는 법적 보호 장치의 부재가 아니라 이를 일관되게 적용하지 않는 사법부의 실패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꼬집었다. 법원이 아동 보호법을 외면함에 따라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무력화되고, 피해 소녀들은 법적 구제 수단 없이 방치되고 있다. 그는 강제적인 종교 개종이 소녀들을 가족으로부터 고립시켜 정의를 실현하거나 귀가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조셉 얀센 쥬빌리 캠페인 옹호 책임자는 파키스탄의 아동 결혼법이 기독교 소녀가 연루된 사건에서 유독 불공정하게 적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유럽의회의 결의안이 국제사회의 엄중한 기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파키스탄 당국이 취약한 소수 종교 소녀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기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잃어버린 소녀들' 보고서 발간… 210건 강제 개종 피해 고발
이날 쥬빌리 캠페인 네덜란드 지부와 인권 단체 보이스 포 저스티스는 '잃어버린 소녀들: 파키스탄 내 기독교 미성년 소녀들의 숨겨진 고통 폭로'라는 제목의 공동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6년까지 기독교 소녀들을 대상으로 한 납치, 파키스탄 강제 개종, 아동 결혼, 성폭력 등 총 210건의 피해 사례가 파악됐다. 전체 사건의 89%가 펀자브주에 집중되었으며, 피해자의 83%는 18세 미만의 미성년자로 확인됐다.
얀센 책임자는 이번 조사 결과가 단편적인 사건이 아니라 파키스탄 기독교 박해를 보여주는 일관된 학대 패턴이라고 설명했다. 조사에 따르면 피해 소녀들과 가해 남성들의 평균 나이 차이는 23세에 달했으며, 가해자 다수는 40대에서 60대 사이인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 과정에서 광범위한 서류 조작도 자행됐다. 대부분의 피해 소녀들은 개종 직후 기독교식 이름을 빼앗겼으며, 가해자들은 이들을 성인으로 위장하기 위해 혼인 기록상 나이를 허위로 기재했다.
사법부의 무책임한 재판 진행 방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얀센 책임자는 피해 소녀들이 납치범의 철저한 통제 아래 놓인 상태에서 진술을 강요받고 있음에도, 법원이 이러한 진술과 위조 문서를 근거로 납치범에게 양육권을 부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단체는 파키스탄 정부에 강제 종교 개종의 범죄화, 재판 기간 중 피해 미성년자의 독립된 쉼터 보호, 위조 문서 조사 및 아동 보호 메커니즘 강화를 강력히 요구했다.
EU 무역 혜택 연계 압박 및 시스템 개선 촉구
국제사회는 파키스탄 정부의 실질적인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해 경제적 압박 카드를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파키스탄은 인권과 지속 가능한 발전 등의 이행을 전제로 유럽연합의 일반특혜관세제도 플러스(GSP+)에 따른 무역 혜택을 받고 있다. 샤히드 모빈 교수는 무역 특혜로 얻는 경제적 이익이 반드시 의미 있는 인권 진전과 일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쥬빌리 캠페인의 훌다 파미 역시 파키스탄 강제 개종이나 아동 조혼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세우고, 국제 협약의 단순 비준을 넘어 실질적인 이행 여부를 철저히 평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제자유수호연맹(ADF) 소속 카르멘 코레아스 변호사는 파키스탄 국내법이 국제 인권 의무에 부합하게 해석되도록 현지 법관들에 대한 사법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패널들은 혼인 전 아이들의 정확한 나이를 확인하고 연령 조작을 방지하기 위해 파키스탄 국가데이터등록청(NADRA)의 전자 검증 시스템을 의무적으로 활용할 것을 현지 당국에 권고했다.
유럽연합이 내년 1월부터 중대한 인권 침해 발생 시 무역 혜택을 신속하게 중단할 수 있도록 개정된 GSP 규정을 시행할 예정인 가운데, 이러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실효성을 거둘지 주목된다. 한편, 국제 선교 단체 오픈도어스는 2026년 세계 감시 목록에서 파키스탄을 기독교인 박해가 가장 심각한 국가 8위로 선정하며 구조적인 파키스탄 기독교 박해와 공권력의 미온적인 대처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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