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 외부 전경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민간과 협력하거나 직접 주도하여 기독교 역사박물관 및 기념관을 건립·운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각 지자체는 이를 종교 시설에 국한하지 않고, 지역 근대문화유산 보존과 관광 자원 확보라는 행정적 목적 달성을 위한 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현재 운영 중이거나 착공·추진 단계에 있는 주요 시설의 개관 시기, 건립 현황과 역사적 배경을 정리했다.

개관 및 운영 중인 시설

서울 은평구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 (2025년 8월 개관)은 서울시와 은평구의 협력하에 건립 예산 100억 원 가운데 국비와 시비 35억 원을 지원받아 서울 은평구 진관동 한옥마을 및 진관사 인근 부지에 들어섰다. 문화예술 진흥 법령에 따른 ‘문화예술 공간 설치 권장’의 일환으로 추진된 이 사업은, 지난 2022년부터 3개년에 걸친 정부와 지자체의 집중적인 인프라 건립 지원을 거쳐 지하 1층, 지상 2층에 연면적 1,341㎡ 규모로 건립되어 2025년 8월 개관을 완료하고 제1종 전문박물관으로 등록되어 운영 중이다. 지자체의 예산은 전액 일반 행사가 아닌 문화체험실, 역사실, 기획전시실, 수장고 등 보존 가치가 높은 핵심 공간의 건축비로만 엄격하게 제한되어 투입됐다.

이곳은 한국 개신교 140년사 속 근현대사 유물을 집약해 전시하고 있다. 서울 지역 선교의 선구자인 호러스 언더우드(Horace G. Underwood) 선교사와 그 가족이 한국어를 공부하며 손글씨로 적은 한국어 학습 노트가 전시되어 있다. 노트에는 ‘우연히’ 옆에 ‘unexpectedly’, ‘통촉하다’ 옆에 ‘to know’ 등 당시 외국인 선교사들이 한국어를 익히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한 흔적이 남아 있다. 또한 캐나다 선교사 제임스 게일(James S. Gale)이 번역한 성서와 1897년 발간된 최초의 한영사전 초판본도 공개 중이다. 항일운동에 나선 기독교인들이 일장기를 검은색으로 덧칠해 변형해 사용한 1910년대 추정 태극기 유물도 보존되어 있다.

이와 관련 서울시 문화본부 관계자는 “한국 개신교가 지난 140년간 대한민국의 교육·의료·문화 및 항일 독립운동 등 근현대사 전반에 걸쳐 남긴 유산의 역사적 가치는 매우 지대하다”라며 “기독교계가 축적해 온 소중한 역사·문화적 기여도를 공식적인 공익 자산으로 인정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보존해 시민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문화 공간을 조성하고자 문화체육관광부의 엄격한 타당성 심의를 거쳐 건립 예산을 지원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 개관식
한국기독교역사문화기념관 개관식 당시 내부 모습.©기독일보DB

강원 고성군 ‘화진포 셔우드 홀 문화공간’(2022년 11월 개관)은 강원 고성군과 기독교대한감리회가 협력해 화진포 관광지 인근에 조성됐다. 2022년 11월에 공식 개관하여 1층 로제타 홀 전시관, 2층 셔우드 홀 부부 전시관, 3층 크리스마스 씰 전시관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고성군의 주요 역사·안보 관광 코스로 기능하고 있다.

이 시설은 의료 선교사 가문인 로제타 셔우드 홀(Rosetta S. Hall)과 그의 아들 셔우드 홀(Sherwood Hall) 일가가 한국의 보건의료 분야에 남긴 업적을 기록하고 있다. 아들 셔우드 홀은 일제강점기 조선에 결핵이 만연했으나 치료법과 예방 인식이 전무한 것을 보고 1932년 한국 최초의 결핵 요양원(해주구세요양원)을 설립하고 크리스마스 씰을 도입했다. 당시 일제 총독부는 씰의 도안 중 ‘남대문’이 조선의 독립 의지를 고취한다는 이유로 발행을 검열하고 방해했으나, 그는 도안을 수정해가며 발행을 강행해 결핵 퇴치 기금을 마련했다.

전남 신안군 ‘문준경 전도사 순교기념관’(2013년 5월 개관)은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회가 건립을 주도하고 신안군이 행정적 지원 및 관광 자원 연계를 진행해 2013년 5월 개관했다. 신안군 증도면의 슬로시티 정책 및 ‘성지순례 섬’ 브랜드의 중심 축 역할을 하고 있다.

신안군 일대 수많은 섬을 돌며 교회를 개척하고 주민을 돌보다가 6·25 전쟁 중 좌익 세력에 의해 순교한 문준경 전도사의 삶을 조명한다. 문 전도사는 나룻배를 타고 신안 앞바다의 섬들을 직접 찾아다녔다. 우체부가 없던 시절 섬 주민들의 편지를 전달해 주는 우체부 역할을 자처했고, 임산부의 출산을 돕는 산파 역할을 하며 주민들의 고단한 삶에 밀착했다. 1950년 10월, 증도 앞바다 백사장에서 좌익 내무서원들에게 총격을 당해 사망했다.

문준경 기념 역사관 내부
문준경 전도사 순교기념관 내부 모습.©신안군

인천 강화군 ‘강화기독교역사기념관’(2022년 3월 개관)은 강화군이 군유지를 제공하고 총사업비 약 72억 원을 직접 투입해 2022년 3월 건립한 군립 시설이다. 강화군의 역사 문화 관광벨트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1893년 영국 성공회 및 감리교를 통해 들어온 기독교가 강화도의 독특한 선비 문화, 촌락 공동체와 결합하며 자생적으로 성장한 역사를 다룬다. 특히 강화 지역 교회가 주도한 민족운동과 신학 학풍을 조명한다. 강화 최초의 신앙인 중 한 명인 김상임은 본래 완고한 유학자였다. 처음에는 기독교를 오랑캐의 종교라 여겨 배척했으나, 성경의 평등 사상과 근대 학문에 감화되어 개종했다. 이후 자신의 종들을 해방시키고 양반과 상민의 구별 없이 한 예배당에서 예배를 드리는 파격을 선보이며 강화 지역 공동체 변화의 시초가 되었다.

전남 순천시 ‘순천시 기독교역사박물관’(2012년 11월 개관)은 순천시가 예산을 주도적으로 투입해 2012년 11월에 개관한 공립 박물관이다. 현재 순천시청 문화유산과에서 행정적 관리와 운영 지원을 담당하며, 인근 매산 등 선교 유적지와 연계한 도보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박물관은 20세기 초 미국 남장로교 선교사들이 순천을 거점으로 전남 동부권(순천, 여수, 광양, 고흥 등)에서 전개한 선교, 의료(순천기독진료소), 교육(매산학교)의 역사를 보존하고 있다. 순천 선교 기지를 개척한 플로렌스 루트(Florence E. Root, 한국명 유화례) 선교사는 신사참배 거부 운동으로 인해 일제에 의해 강제 추방당했다가 해방 후 다시 순천으로 돌아왔다. 여순사건 당시 좌우익의 대립 속에서 생명의 위협을 받는 지역 주민들과 학생들을 자신의 사택에 숨겨주며 보호한 기록이 남아 있다.

순천시 국가유산과 관계자는 “매산등은 과거 선교사들이 선교 기지를 세우며 순천이 근현대화로 나아가는 시작점이 되었던 공간인 만큼 역사·문화적 상징성이 매우 크다”라며 “이 과정에서 선교사분들과 기독교가 순천의 근대화에 지대하게 이바지한 역사적 사실과 문화적 가치를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고자 시에서 직접 예산을 투입하고 운영까지 주도하며 이 박물관을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추진 및 착공 단계 시설

전남 목포시가 주도하는 ‘목포권 기독교 근대역사관’ (2027년 6월 개관 예정)은 총사업비 102억 원 규모의 국·시비 지원 사업이다. 목포시 북교동 성결교회 일원에서 착공식이 개최됐으며, 2027년 6월 준공 및 개관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목포시 원도심 근대역사문화공간 재생 사업의 핵심 거점으로 기획됐다.

1897년 목포 개항 직후인 1898년, 미국 남장로교 배유지(Eugene Bell) 선교사와 오기원(Clement C. Owen) 의사가 목포에 도착해 선교, 의료, 교육 사업을 시작한 것이 시초다. 배유지 선교사는 목포 최초의 근대식 의료 기관인 ‘진료소’를 열고 환자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서양 의술에 대한 불신이 깊었으나, 전염병 환자들을 치료하며 신뢰를 얻었다. 그는 목포 정명여학교와 영흥학교를 설립해 전남 서남권 근대 교육의 기틀을 마련하기도 했다.

인천 옹진군 ‘영흥 기독교역사박물관’(2028년 하반기 개관 예정)은 옹진군이 국·시비를 확보해 총사업비 약 100억 원 규모로 추진 중인 사업이다. 영흥면 내리 일원에 연면적 약 1,900㎡ 규모로 계획되어 있으며, 행정 절차를 거쳐 공사에 착수하여 2028년 하반기 준공 및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천항을 통해 들어온 초기 기독교 복음이 강화도와 서해안 도서 지역(백령도, 대청도, 영흥도 등)으로 확산되던 해상 선교 경로를 기록하는 목적을 가진다. 백령도 중화동교회 설립에 기여한 허간 등 초기 자생적 신앙인들은 선교사가 직접 방문하기 어려운 섬 지역에 배를 타고 이동하며 복음을 전했다. 이들은 고립된 도서 지역에 근대적 위생 관념과 문맹 퇴치 운동을 보급하는 역할을 했다. 옹진군은 앞서 2001년 백령도에 중화동 교회 설립(1898년)을 기념하기 위해 백령기독교역사관을 건립한 바 있다.

옹진군 '기독교 전파 거점' 백령도에 기념공원
백령기독교역사관 전경 모습.©옹진군

경기 양평군 ‘기독교문화체험관’(2027년 개관 예정)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양평군이 협력하는 국가지원사업으로 확정되어 추진 중이다. 사단법인 하이패밀리가 주도하며, 종교문화 치유 및 영성 관광 테마 공간 조성을 목표로 한다. 2027년 완공 및 개관을 목표로 계획 중이며 ‘성경의 벽(K-Bible)’ 등 체험형 시설이 들어선다.

특정 개인의 역사보다는 성경의 역사적 변천과 한국 근현대사 지도자들의 정신적 기반을 조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역대 대통령들이 소장했던 성경 유물 등을 통해 근현대 정치·사회사의 이면을 보여주는 기획을 포함하고 있다.

“관광 비즈니스 논리 아닌, 명확한 기독교적 정체성 가져야”

이처럼 전국적으로 기독교 역사박물관 건립이 활발해지는 배경에는 지역 기독교 유산을 보존하려는 지역 교계의 열망과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지자체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각 지역 기독교연합회를 중심으로 지역 내 기독교 유산과 문화재를 보존하고 알리고자 하는 열망이 매우 강하다”라며 “교계 입장에서는 초기 기독교 복음이 대한민국에 전파되면서 지역 근대화에 기여했던 긍정적인 역사적 가치를 발굴하고 강조하려는 목적이 크다”고 했다.

또한 “지자체 역시 교회의 단체 관람 특성을 고려해 이를 지역 관광 상품으로 연결하려는 목적이 있다”면서도 “따라서 지자체와 정부는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종교편향 논란을 피하고자 박물관을 특정 종교 홍보관이 아닌 ‘종교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관광 자원화’라는 틀 안에서 지원하고 협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이해관계 속에서 태동되는 기독교 역사 박물관에 대한 제언도 있다.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이순자 박사는 “지자체가 기독교 문화 콘텐츠에 관심을 갖고 지원하는 취지 자체는 매우 긍정적이지만, 단순히 외형적인 건물을 짓는 데만 치중해 정작 내부 전시물은 복사본으로 채워지는 등 내실이 부실해지는 현상은 경계해야 한다”라며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전문가들의 철저한 고증과 깊이 있는 역사적 연구를 반드시 반영해야 하며, 교계 역시 지자체의 관광 비즈니스 논리에 휩쓸리지 말고 명확한 기독교적 정체성을 가지고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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