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위법 판결 이후 ‘트럼프 글로벌 관세’ 대응 기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연방 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이후 새로운 글로벌 관세를 부과한 가운데, 강경화 주미대사는 트럼프 행정부의 후속조치를 면밀히 파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 대사는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한국 특파원단과의 간담회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후속조치 동향을 면밀히 파악하는 한편 (한국 정부의) 대미 협의가 우호적 분위기 속에서 조성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강 대사는 미 연방 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과 관련해 “대법원 판결에 대해 우리 정부는 국익에 가장 부합하는 방법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판결에서 구체적 지침이 제시되지 않은 상호관세 환급 문제에 대해서는 “절차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기업에 정확한 정보가 적시에 전달될 수 있도록 미국 진출 기업과 경제 단체 등과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상호관세 위법 판결 이후 단행된 트럼프 글로벌 관세 조치는 한미 통상 현안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국익 중심의 대응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무역법 122조·301조·232조…추가 관세 가능성 변수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최고 15%의 글로벌 관세를 150일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무역법 301조와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불공정 무역 관행’ 조사와 ‘안보 위협’ 조사를 병행해 추가 관세 부과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글로벌 관세가 한시적 조치에 그칠지, 후속 조사 결과에 따라 확대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무역법 301조는 한국에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수사 대상에 오른 쿠팡의 미국 내 투자자들이 미 무역대표부(USTR)에 조사를 요청한 근거 조항이기도 하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USTR이 요청을 받아들여 301조 조사를 개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법원 판결 이후 주요 교역 상대국을 상대로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공언한 상황에서, 쿠팡 사안이 USTR이 301조 조사에서 중점적으로 살펴보는 ‘디지털 상품·서비스에 대한 차별 여지’에 해당한다고 판단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 연방 하원 법사위원회는 쿠팡을 상대로 비공개 조사(deposition)를 진행하기에 앞서 한국 정부에 사안에 대한 설명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쿠팡 조사 경위와 현재 상황에 대한 정부 입장이 법사위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외교가에서는 USTR이 다음 달 초 301조 조사를 개시하더라도 한국 정부의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며, 조사 개시가 곧바로 관세 부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대미투자특별법과 안보 협력 이행…한미 협상 동향
미 연방 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과 트럼프 글로벌 관세 부과와는 별도로, 한미 간 조인트 팩트시트 이행 문제도 주요 현안으로 떠올라 있다. 대미 투자합의 이행과 관련해 한국 정부 실무협상단은 지난주 미국 측과 투자 프로젝트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뒤 귀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에 계류 중인 대미투자특별법안에 대해 여야 간 큰 이견이 없는 만큼, 법안이 통과될 경우 1·2호 대미 투자 프로젝트가 발표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안보 분야 합의 이행과 관련해서는 핵추진잠수함, 원자력 에너지 농축·재처리, 조선 협력 등이 조인트 팩트시트에 포함된 사안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 협상단 구성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는 배경에 대해 외교가에서는 시기 조율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필요할 경우 한국 측 협상단이 미국을 방문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 대사는 “안보 분야 합의 이행이 속도감 있게 진행될 수 있도록 대사관 차원에서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대미투자특별법 입법 과정에 대해서도 “미국 측에 적극 설명하고 관련 사항을 세심히 관리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북미 대화 가능성과 핵심광물 무역블록 논의
트럼프 대통령의 3월 말에서 4월 초 중국 방문과 관련해 북미 대화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강 대사는 “북미 대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진행 상황, 미·중 관계, 북·중 관계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대사는 또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국무부 등 행정부와 각급에서 수시로 소통하면서 북한의 대내외 동향을 공유하고 대북 정책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며 “미국은 일관되게 대북 정책에 변화가 없으며, 한국이 놀랄 만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긴밀히 사전·사후 소통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기간 중 실제 북미 간 접촉이 이뤄질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북핵 수석대표인 정연두 외교전략정보본부장의 방미 역시 해당 사안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미국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에 대응해 추진 중인 ‘핵심광물 무역블록’ 결성과 관련해 한국 정부는 구속력 있는 무역 합의를 위한 논의에 참여하되, 최종 참여 여부는 국익을 최대한 반영하는 방향으로 결정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이 제안한 핵심광물 ‘가격 하한제’에 대해서는 신중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가격 하한이 현실화할 경우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등 핵심광물을 사용하는 한국 주력 산업의 원가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동시에 중국의 보복 가능성도 주요 변수로 거론되고 있다.
상호관세 위법 판결 이후 촉발된 트럼프 글로벌 관세 조치와 무역법 301조 조사 가능성, 대미투자특별법 처리와 안보 협력 이행, 북미 대화 및 핵심광물 무역블록 논의까지 맞물리면서 한미 통상·안보 현안은 복합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정부는 트럼프 글로벌 관세의 향방과 미국 내 정책 변화를 지속적으로 점검하며 국익 중심의 대응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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