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22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은 이번 주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유조선 운항을 차단했다. 22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뉴시스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 흑해의 주요 에너지 운송로가 동시에 흔들리면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세계 원유 공급의 약 4분의 1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각국의 비축유도 수십 년 만에 낮은 수준으로 줄었다.

22일 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은 이번 주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유조선의 운항을 차단했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원유의 주요 수출 통로로 부상한 곳이다. 전쟁 이전에는 전 세계 해상 원유 운송량의 약 12%가 이곳을 통과했다.

흑해에서도 원유 공급 차질이 이어졌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원유 수출의 약 3분의 1을 처리하는 노보로시스크항 인근을 집중 공격해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산 원유를 흑해로 운송하는 송유관의 가동을 중단시켰다.

핵심 해상 병목지점 동시 흔들려

호르무즈 해협과 바브엘만데브 해협, 흑해 등 세 곳의 주요 해상 병목지점에서 공급 차질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세계 원유 공급의 약 25%가 위협받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에너지 시장이 공급 충격에 대응할 여력도 약화한 상태다. 미국의 상업용 원유 재고와 전략비축유를 합친 원유 재고는 지난 17일 기준 일주일 동안 300만 배럴 감소했다.

미국의 원유 재고는 레이건 행정부 시절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의 정부 비축유도 지난달 4400만 배럴 줄어 1990년 말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공급망 불안이 이어지면서 국제유가는 이날 배럴당 95달러를 넘어섰다. 미국과 이란이 양해각서를 체결하기 전인 지난 6월 10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러시아 정유시설 타격에 디젤 공급난

시장에서는 원유 부족보다 디젤과 항공유 등 정제유 공급난이 더 심각해질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 정유시설 상당수가 피해를 입으면서 세계 2위 디젤 수출국인 러시아의 정제 능력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EA애널리틱스에 따르면 러시아의 이달 원유 정제량은 하루 평균 400만 배럴을 밑돌아 20여 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러시아는 지난 8일부터 이달 말까지 디젤 수출을 전면 중단했다. 휘발유와 항공유에 대한 수출 제한도 유지하고 있다.

우드맥킨지의 이사벨 길크스는 러시아 정제 능력의 3분의 1 이상이 가동을 멈췄으며 디젤 수출도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제재로 부품과 기술자를 확보하기 어려워 시설 복구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정제유 대체 운송로 부족…운임도 상승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정제유 공급난을 더욱 키우고 있다. 원유는 일부 우회 수출이 가능하지만 디젤과 항공유 등 정제유는 이를 대신할 운송 경로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는 정제시설의 가동이 충분하지 않아 원유를 석유제품으로 전환하지 못하고 있다며, 원유 가격의 상승 폭은 제한되는 반면 정제유 시장에서는 심각한 공급 부족이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홍해 항로 차질로 원유 운송 비용도 급등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산 원유를 아시아로 운송하려면 수에즈운하와 희망봉을 거치는 우회 항로를 이용해야 해 항해 기간이 10∼15일 늘어난다.

초대형 원유운반선은 원유를 가득 실은 상태로 수에즈운하를 통과하기 어려워 운송 효율도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티 반군 정치국의 히잠 알 아사드는 소셜미디어 엑스를 통해 지중해를 이용한 우회 수송을 비판하며, 필요할 경우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생산시설을 공격해 공급 자체를 차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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