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근거로 부과한 전방위적 상호관세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를 상대로 적용됐던 상호관세 조치는 법적 효력을 상실하게 됐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한 대안 관세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관세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 연방대법원 6대 3 판결…IEEPA 관세 권한 부인

미 연방대법원은 20일(현지 시간) 6대 3 의견으로 IEEPA에 근거한 대통령의 관세 부과는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다수 의견을 작성한 존 로버츠 대법관은 “IEEPA는 대통령에게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다”며 “제헌자들은 과세 권한의 어떠한 부분도 행정부에 부여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로버츠 대법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비상 과세 권한은 헌법적 맥락에서 명확한 의회의 승인을 필요로 한다”고 밝혔다. 또한 IEEPA의 ‘수입 규제’ 조항이 무제한적인 관세 부과를 허용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IEEPA가 보장하는 수입 규제 권한에 관세 부과가 포함된다고 주장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IEEPA가 제정된 이후 반세기 동안 어떤 대통령도 이를 근거로 관세를 부과한 전례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번처럼 규모와 범위가 광범위한 관세 조치는 역사적 선례가 없으며, 이는 대통령 권한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이번 판결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IEEPA를 근거로 한국 등 전 세계 국가에 부과한 상호관세와 캐나다·멕시코·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브라질에 대한 50% 관세 등은 무효화될 전망이다. 다만 무역확장법 232조나 통상법 301조에 따른 품목 관세는 유지된다. 자동차, 반도체, 철강 등에 대한 기존 관세 정책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

대법원은 이미 징수된 관세의 환급 문제에 대해서는 이번 판결에서 구체적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그러나 위법 판결이 확정된 만큼 환급 요구와 관련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일부에서는 환급 규모가 175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추정도 나왔다.

◈122조 대안 관세 추진…10% 글로벌 관세 예고

대법원 판결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안 관세 방안을 발표했다. 그는 “122조에 따라 기존에 적용되는 관세에 더해 10%의 글로벌 관세를 부과하기 위해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역법 122조는 1974년 제정된 조항으로, 미국의 무역수지 악화 등 긴급한 대외경제 상황이 발생할 경우 대통령이 일정 기간 관세나 수입할당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다만 관세 부과 기한은 150일로 제한되며, 이후에는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시행 시점과 관련해 “오늘부터 3일 후일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으나, 구체적인 일정은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그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매우 실망스럽다”고 밝히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또한 통상법 301조에 따른 불공정 무역 관행 조사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301조 조사는 법적으로 견고한 절차로, 막대한 무역 적자를 초래하는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행정부는 122조와 301조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관세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IEEPA에 따른 다른 권한 역시 여전히 활용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무역 금지, 금수조치, 라이선스 제한 등의 조치를 언급하며 정책 대응 여지를 남겼다.

◈무역합의와 환급 논란…글로벌 통상 환경 불확실성 확대

이번 미 연방대법원 판결은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를 지렛대로 활용해 체결한 각국과의 무역합의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당수 합의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지만, 일부는 다른 관세 조치로 대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역시 25% 상호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대규모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무역합의를 체결한 상태다. 상호관세의 법적 근거가 사라지면서 기존 합의의 효력과 재조정 여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환급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이 해당 사안을 다루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향후 법적 공방이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관세 환급 요구가 본격화될 경우 정부와 기업 간 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번 미 연방대법원의 IEEPA 관세 위법 판결은 트럼프 행정부 2기 무역정책에 중대한 변수가 됐다. 상호관세 무효화와 122조 관세 추진이 동시에 전개되면서 글로벌 무역 질서와 각국의 통상 전략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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