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통일학회(회장 안인섭)는 24일 서울 성락성결교회에서 제38차 정기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한반도 두 국가론?: 함의와 성경적 조망’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진행했다. 개회예배 설교는 성락성결교회 담임 지형은 목사가 맡았다.
이어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북한의 대남 인식 변화와 통일 담론의 구조적 재편을 다룬 기조발제와 주제발제가 이어졌다. 기조발제를 맡은 이규영 박사(서강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는 북한이 최근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것은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체제 전략과 국가 정체성 전반에 걸친 구조적 전환이라고 분석했다.
이 박사는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것은 일시적 정치 상황에 따른 대응이 아니라 북한 체제의 정당성과 생존 전략, 대외 정책 전반을 반영하는 패러다임 변화”라고 밝혔다. 이어 “이는 북한이 더 이상 통일을 체제 목표로 설정하기보다, 독립된 국가로서 체제 유지와 생존을 우선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북한의 두 국가론을 독일 분단 사례와 비교하며 그 차이를 강조했다. 이 박사는 “동서독은 분단 상태에서도 서로를 국가로 인정하면서 교류를 확대했고, 이러한 관계가 통일로 이어지는 기반이 됐다”며 “그러나 북한은 남한과의 교류를 차단하고 적대적 관계를 제도화함으로써 통일이 아닌 분단의 고착화를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북한의 두 국가론이 내부 정치적 목적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분석했다. 이 박사는 “북한이 남한을 별도의 적대국으로 규정하는 것은 주민들에게 체제 위협을 강조하고 내부 결속을 강화하기 위한 정치적 기능을 수행한다”며 “남한과의 경제적 격차와 체제 차이를 주민들이 직접 비교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려는 전략적 의도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통일 담론을 축소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 박사는 “통일 담론은 필연적으로 남북 간 체제 비교를 수반하게 되는데, 이는 북한 체제의 정당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따라서 북한은 통일 담론 대신 독립된 국가 정체성을 강조함으로써 체제 정당성을 유지하려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그는 북한의 두 국가론이 단순한 외교적 전략을 넘어 장기적인 체제 전략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이 박사는 “북한의 두 국가론은 공존을 통한 통합이 아니라 분단 상태를 장기적으로 유지하려는 전략적 선택의 성격을 갖고 있다”며 “이는 통일을 전제로 한 기존의 남북관계 패러다임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독일 통일 모델을 한반도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독일은 경제력 격차가 상대적으로 작았고 국제 환경도 통일에 우호적이었지만, 한반도는 경제 격차와 정치 체제 차이, 국제정치 환경 등 여러 측면에서 매우 다른 조건을 가지고 있다”며 “북한의 두 국가론은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 체제 생존 전략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북한의 두 국가론이 향후 한반도 정세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두 국가론이 공식적인 국가 이념이나 정책으로 더욱 공고화될 경우, 남북관계는 기존의 통일 지향적 관계에서 국가 간 경쟁 관계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한반도 통일 환경에 구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북한의 이러한 전략이 장기적으로는 한계를 가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박사는 “두 국가론이 단기적으로는 체제 안정과 내부 결속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경제적 어려움과 국제적 고립이 지속될 경우 체제 정당성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북한의 두 국가론은 체제 생존을 위한 전략이지만 동시에 구조적 한계를 내포하고 있는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반도 통일 담론에 대한 새로운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박사는 “북한의 두 국가론은 기존의 통일 담론이 전제해 온 민족 공동체 중심 접근이 현실적으로 도전에 직면했음을 보여준다”며 “앞으로 한반도 통일 문제는 보다 현실적인 국제정치 환경과 북한의 체제 전략을 고려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상순 박사(평택대 교수)는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이 단순한 대남 비난 수사가 아니라 통일 담론 자체의 근본적 변화를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임 박사는 “김정은 정권 이후 북한은 남북관계를 더 이상 하나의 민족 공동체 내부 문제로 보지 않고, 별도의 국가 간 관계, 그것도 교전 가능성이 있는 적대적 국가 관계로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단순한 표현상의 변화가 아니라 북한의 국가 정체성과 대남 전략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 통일 담론의 성격 변화에도 주목했다. 임 박사는 “과거 북한은 통일을 ‘민족의 역사적 과업’으로 강조하며 민족 공동체 개념을 중심에 두었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민족 중심 통일 담론이 약화되고 군사력과 국가 주권을 중심으로 한 국가 중심 담론이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정은 정권 들어 나타난 제도적 변화는 이러한 담론 변화가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임 박사는 “북한은 통일 관련 기구를 폐지하고 통일 상징물을 철거하는 등 통일을 강조하던 기존 정책 기조에서 벗어나고 있다”며 “이는 북한이 통일을 단기적 목표로 추진하기보다 체제 유지와 국가 생존 전략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북한의 이러한 변화가 내부 체제 안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임 박사는 “두 국가론은 외부적으로는 남한과의 관계를 단절하고 내부적으로는 주민들의 체제 충성도를 강화하기 위한 정치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며 “남한을 더 이상 동일한 민족 공동체로 인식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체제 비교로 인한 내부 동요를 차단하려는 의도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임 박사는 향후 북한의 통일 담론 변화가 공식 정책으로 확정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향후 노동당 당대회나 헌법 개정 등을 통해 두 국가론이 공식적인 국가 이념이나 정책으로 명문화될 경우, 이는 남북관계의 구조적 전환을 의미하는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변화는 한반도 통일 환경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며, 기존의 통일 접근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김병로 박사(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은퇴교수)는 남북한이 분단 이후 서로 다른 국가 정체성을 형성해 왔으며, 이러한 변화가 두 국가론의 배경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박사는 “남북한은 동일한 민족적 기원을 공유하고 있지만, 분단 이후 각기 다른 정치 체제와 사회 구조 속에서 서로 다른 국가 정체성을 형성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과정에서 민족 공동체라는 인식보다 국가 중심 정체성이 점차 강화되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역사 인식의 차이가 국가 정체성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김 박사는 “남한은 신라 중심의 역사 계승 의식을 강조해 왔고, 북한은 고구려 중심의 역사 인식을 강조해 왔다”며 “이러한 역사 인식은 각각의 국가 정통성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또한 김정은 정권 이후 국가 중심 정체성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김정은 정권은 ‘국가제일주의’를 강조하며 민족 공동체 개념보다 국가 중심 정체성을 우선시하고 있다”며 “이는 북한이 통일보다 국가 생존과 체제 유지에 정책적 우선순위를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의 두 국가론이 단순한 정치적 선언이 아니라 오랜 기간 형성된 국가 정체성 변화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두 국가론은 갑작스럽게 등장한 개념이 아니라 분단 이후 누적된 정치·사회적 변화와 국가 정체성 형성의 결과”라며 “북한은 이미 오래전부터 남한과의 차별성을 강조하며 독립된 국가 정체성을 강화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변화가 향후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도 언급했다. 김 박사는 “남북한이 서로를 별도의 국가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화될수록 통일에 대한 인식도 변화할 수밖에 없다”며 “향후 남북관계는 민족 내부 문제라기보다 국가 간 관계라는 틀 속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변화 속에서 통일 담론 역시 새로운 현실을 반영한 보다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며, 남북한 관계를 보다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발표에서는 이수봉 박사가 ‘북한의 두 국가론에 대한 성경적 조망’을, 조경일 작가가 ‘내란 이후 혐중 담론 확산 메커니즘 연구’를 각각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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