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를 살아가는 학생들이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고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며, 성경적 관점에서 공동의 문제를 풀어가도록 돕는 디베이트 교육 방안이 제시됐다.
한국대안교육기관연합회 디베이트분과가 주최하고 은혜의동산기독교학교가 주관한 ‘2026 제9회 디베이트 교사 세미나’가 지난 23일 경기도 화성시 은혜의동산기독교학교에서 ‘디베이트로 세우는 교실’을 주제로 열렸다. 전국 기독교 대안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한 이번 세미나는 ‘성경적 관점으로 소통하는 수업문화’를 부제로 내걸었다.
세미나는 은혜의동산기독교학교 예배팀의 찬양과 기도회로 시작됐다. 이어 이미향 한국대안교육기관연합회 이사장의 시작 인사와 정진우 디베이트분과위원장의 환영 인사, 이혁재 은혜의동산기독교학교 교장의 강의가 진행됐다.
이후 이정은 소명학교 교사가 학교 현장에서 운영한 디베이트 수업 사례를 발표했으며, 정승민 소명학교 교사는 교과와 학년 수준에 맞는 디베이트 논제와 형식을 설계하는 실습을 진행했다. 정진우 밀알두레학교 교사는 심판의 역할과 채점 기준을 다뤘고, 한동운 꿈의학교 교사가 진행한 토크 콘서트에서는 성경적 디베이트의 가치와 교실 적용을 주제로 논의를 이어갔다.
“디베이트, 승패보다 서로의 다름 존중하는 과정”
이미향 이사장은 초대의 글을 통해 디베이트가 논리와 사실만으로 상대를 이기는 과정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주장 안에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담기고, 이를 일관성과 책임감, 자율성과 성숙함으로 표현할 때 진정한 설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디베이트가 단순히 승패를 가르는 자리가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다양한 생각을 모아 공동체의 방향을 만들어가는 시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베이트분과는 학생들이 어른과 동일한 물리적 환경에서 살아가더라도 세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방식은 다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교사의 기대와 다른 행동을 보이는 학생을 탓하기에 앞서 행동의 이유와 학생이 바라보는 세계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교사와 어른이 학교와 수업을 자신의 관점이 아닌 ‘예수님의 눈’으로 바라볼 때 교육의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세미나도 서로 다른 수준과 특성을 지닌 학생들이 수업의 능동적인 주체가 되도록 돕기 위해 교사들이 공동의 해답을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됐다고 밝혔다.
소명학교 사례로 살펴본 성경적 디베이트 수업
이정은 교사는 ‘소명학교 현장 적용 사례’를 통해 사회에서 대화가 단절되고 갈등이 커지는 현실을 언급하며, 디베이트가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고 다른 입장을 살펴보게 하는 교육적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디베이트를 일정한 절차에 따라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공정하게 토론하는 활동으로 정의했다. 학생들이 혼자만의 생각에 머무르지 않고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며, 제한된 발언 시간을 지키고 존중과 예의를 갖춰 의사를 표현하도록 돕는 것이 디베이트 수업의 특징이라고 밝혔다.
기독교 대안학교에서 디베이트 수업을 진행할 때는 논리적 말하기에 앞서 성경적으로 사고하는 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자신의 주장과 상대방의 주장을 분석하는 수준을 넘어, 논제와 관련해 무엇이 성경적 관점에서 더 나은 방안인지 탐색하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 ‘CTT(Christian Thinking Tool)’를 소개했다. CTT는 해당 주제와 관련해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한 목적을 살펴보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분석한 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해결 방향을 찾도록 하는 사고 도구다. 이후 자신이 할 수 있는 행동과 그 행동이 가져올 결과를 생각하고, 실천을 위해 무엇을 기도해야 하는지까지 연결하도록 구성됐다.
이 교사는 디베이트 주제를 창조와 타락, 구속의 관점에서 해석하며 “이 주제에서 어떤 하나님을 발견할 수 있는가”, “우리의 삶에 어떤 의미를 주는가”를 질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논제를 학생의 실제 삶과 연결하고, 디베이트가 지식과 기술을 익히는 활동을 넘어 기독교 세계관을 형성하는 과정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료 검색부터 입안·반박문까지 단계별 지도
소명학교의 디베이트 수업은 오리엔테이션과 채점 기준 안내, 기독교적 사고 훈련, 주제 선정, 입안문과 반박문 작성, 실제 경기와 피드백 등으로 구성됐다. 학생들은 한 학기에 두 차례 디베이트 경기에 참여하고, 경기 전후에 워크북 검사와 모둠별 경기 평가를 받았다.
이 교사는 학생들이 디베이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료 검색과 독해, 핵심 내용 정리, 글쓰기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연구자료와 언론기사, 통계, 법률자료 등을 검색하는 방법을 안내하고, 자료의 제목과 핵심 내용, 출처를 기록하는 자료수집 카드를 활용했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찬성과 반대 입장에서 예상되는 주장과 질문, 답변을 정리하는 리서치 노트를 작성했다. 상대 측 주장의 취약한 부분과 근거의 정확성, 논제와의 관련성을 검토한 뒤 이를 반박문에 반영하도록 했다.
실제 경기에 앞서 이전 디베이트 영상을 시청하고 필요한 역할과 절차를 스스로 찾아보는 과정도 마련했다. 학생들은 입안과 교차 질의, 반박, 마지막 정리에 필요한 내용을 준비한 뒤 퍼블릭 포럼 디베이트를 변형한 방식으로 경기에 참여했다.
경기 이후에는 교사의 평가뿐 아니라 동료평가와 학생 피드백도 실시했다. 동료평가에서는 팀원들의 준비 과정과 책임성, 토론 태도 등을 살폈으며, 학생 피드백을 통해 수업 전후의 생각과 태도 변화, 만족도, 개선할 점을 확인했다. 학교생활기록에는 학생이 자료를 조사하고 주장을 구성한 과정과 경청 태도, 리더십, 논리적 표현 능력 등을 반영했다.
이 교사는 디베이트를 역사 수업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역사적 사건과 인물, 제도, 문화 등을 분류하고 논쟁이 가능한 개념을 찾아 논제를 만든 뒤, 학생의 역사 이해 수준을 고려해 조를 구성하는 방식이다. 자료에는 흥선대원군의 개혁정책과 갑신정변, 산업혁명의 영향을 주제로 한 수업 설계 사례가 제시됐다.
사실·가치·정책 논제 구분해 교실에 맞게 설계
정승민 교사는 ‘내 수업에 맞는 디베이트 주제·형식 설계하기’를 통해 디베이트 논제를 사실논제와 가치논제, 정책논제로 구분했다.
사실논제는 특정 명제가 사실인지 확인하는 방식이며, 가치논제는 어떤 대상이나 판단이 정당한지를 묻는 주제라고 설명했다. 정책논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주요 기관의 정책에 대한 찬반을 다루는 주제로, 학생들이 갈등의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데 적합하다고 밝혔다.
특히 정책논제는 학생들이 교실에서 배운 내용을 삶에 적용하고, 양측 입장을 검토하며 협력적으로 해결책을 찾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교육적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논제를 선정할 때는 찬반이 명확하고 중립적이어야 하며, 평서형 문장으로 작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나의 논점만 담고 충분한 자료를 찾을 수 있어야 하며, 정치나 종교, 성과 관련된 민감한 주제는 학생과 학교의 상황을 고려해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교사는 논제를 정한 뒤 핵심 개념의 정의와 관련 성경 구절, 논제가 등장한 사회적 배경, 정책을 통해 기대하는 변화를 미리 정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회용품 무상 제공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논제를 예로 들어 환경오염과 자원 절약뿐 아니라 소비자의 부담과 대체품의 환경 문제까지 양측 관점에서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을 주제로 개념지도를 만드는 실습도 제시됐다. 학생들이 AI와 관련해 떠오르는 이미지와 정의, 질문, 연관 개념, 구체적인 사례, 가치 등을 정리하면서 논제에 대한 생각을 넓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세미나에서는 최저임금과 선거연령, 난민 입국 규제, 징병제, 촉법소년 연령, AI 판사, 통일, 일회용품 규제 등 여러 정책논제 후보도 제시됐다. 최종 논제는 교사들의 제안과 논의를 거쳐 선정하도록 했다.
정 교사는 기독교 대안학교의 디베이트가 상대를 제압하거나 자신의 입장만 관철하는 데 목적을 두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나와 너를 넘어 공동체의 해답을 찾아가며, 학생들이 문제를 직면하고 대안을 제시해 하나님 나라를 이뤄가는 과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판은 형식·전략·태도 함께 살펴야
정진우 교사는 ‘심판 역할 및 채점 기준 실습’에서 교사가 디베이트 심판을 맡기 위해서는 경기 형식과 진행 방법, 채점 기준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미나에서 다룬 경기 방식은 퍼블릭 포럼 디베이트를 학생 수준에 맞게 변형한 형태였다. 양측이 각각 3분간 입안한 뒤 전체 교차 질의를 진행하고, 각 팀이 3분간 반박했다. 이어 다시 전체 교차 질의를 거쳐 양측이 2분씩 마지막 정리를 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각 팀에는 경기 중 사용할 수 있는 2분의 작전시간도 주어졌다.
심판은 경기 전 동전 던지기를 통해 먼저 발언할 팀과 찬반 입장을 결정하고, 진행 과정에서 발언 순서와 제한 시간을 관리하도록 했다. 발언자가 질문을 회피하거나 상대의 발언을 끊는 경우, 시간을 넘긴 경우에는 형식 준수 여부를 채점에 반영하도록 했다.
채점은 단순히 목소리가 크거나 말을 유창하게 하는지 평가하는 방식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학생이 디베이트를 통해 갖춰야 할 태도와 경기 형식에 대한 이해, 논제에 맞는 근본적인 주장과 전략, 주장을 전달하는 말하기 능력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개인의 실수만으로 팀 전체를 평가하지 말고 경기에서 실제로 제시된 내용에 근거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심판이 알고 있는 사전 지식이나 경기에서 나오지 않은 사실을 판정에 반영해서도 안 된다고 했다.
정 교사는 두 팀의 점수가 비슷하더라도 반드시 승패를 결정하되, 점수는 0.5점이 아닌 1점 단위로 부여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경기 결과를 발표할 때는 승패 자체를 강조하거나 응원하지 말고 양 팀의 수고를 격려해야 하며, 판정이 어렵다면 혼자 결정하지 말고 분과에 문의하도록 했다.
참가 교사들은 경기 영상을 보며 직접 채점표와 판정 해설지를 작성하고, 평가 결과가 달라진 이유를 서로 비교했다. 정 교사는 좋은 심판의 조건은 점수 자체보다 자신이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데 있다고 밝혔다.
성경적 디베이트로 생각하고 경청하는 교실 모색
마지막 토크 콘서트는 ‘성경적 디베이트의 가치와 교실 적용’을 주제로 진행됐다. 세미나 자료는 성경적 디베이트를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님의 진리를 향해 함께 나아가는 과정으로 설명했다.
디베이트를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능력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자신의 판단을 다시 살피며, 공동체의 더 나은 선택을 찾는 힘을 길러야 한다는 취지다.
주최 측은 이번 세미나가 교사들이 디베이트 수업을 직접 탐구하고 학교 현장에 맞는 방법을 실천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각 학교의 사례와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교사 간 교육 네트워크를 넓히며, 세미나 이후 교실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수업 설계안을 마련하는 데 목적을 뒀다고 설명했다.
세미나는 디베이트를 경쟁과 승리의 기술이 아니라 학생들이 성경적 세계관으로 세상을 해석하고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며 공동의 답을 찾아가는 수업문화로 정착시키는 방안을 모색하며 마무리됐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