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 ©현지 영상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란 정부가 평화 협정 합의를 공식화하면서 약 4개월간 이어진 군사 충돌이 종식 국면에 접어들었다.

미국과 이란은 오는 19일 스위스에서 공식 서명에 나설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 발표가 곧바로 전쟁의 완전한 종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양측이 군사 충돌 중단과 협상 재개라는 큰 틀에는 합의했지만, 서명 전후로 핵 프로그램과 제재 완화, 동결자산 해제, 이스라엘 문제 등 해결해야 할 쟁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중재를 맡은 파키스탄은 미국과 이란이 레바논 전선을 포함한 군사 작전을 즉각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란 항구 봉쇄 해제와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를 시사했으며, 이란은 후속 핵 협상에 참여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14개 항 MOU 초안 공개

외교가에서는 이번 합의를 최종 종전 협정보다는 정치적 합의 선언 또는 후속 협상을 위한 기본 틀로 보는 시각도 제기된다.

이란 국영 메흐르 통신은 이날 양국 간 협상 내용을 담았다고 주장하는 14개 항의 양해각서(MOU) 초안을 공개했다. 다만 해당 문서는 미국과 이란 정부가 공식적으로 진위를 확인하지 않았으며, 독립적인 검증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보도에 따르면 초안에는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군사 작전을 즉각적이고 영구적으로 중단한다는 내용이 첫 조항으로 담겼다.

또 미국이 이란의 내정에 개입하지 않고 이슬람 공화국의 주권을 존중한다는 원칙과 함께, 향후 30일 이내 해상 봉쇄를 해제하고 이란 인근 지역에서 병력을 철수하는 방안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맞춰 이란은 합의 이행 상황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는 국제 원유 수급과 중동 안보 질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으로 꼽힌다.

동결자산 해제 놓고 미국·이란 설명 엇갈려

가장 큰 쟁점 중 하나는 이란 동결자산 해제 문제다. 메흐르 통신은 초안에 미국이 60일간 진행될 후속 협상 기간 동안 동결된 이란 자산 240억 달러를 단계적으로 해제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주장했다. 또 이 가운데 절반인 약 120억 달러는 본격적인 협상 개시 이전부터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액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협상 개시 전 약 120억 달러 규모의 자금에 접근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왜곡된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합의는 성과 기반 보상 계약”이라며 “이란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동결 자금은 절대 해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자산 해제가 선제적으로 이뤄질지, 아니면 핵 프로그램 제한과 검증 조치 이행 이후 단계적으로 집행될지는 향후 미·이란 협상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핵 프로그램 협상도 본격 시험대

이번 합의에는 향후 60일 동안 이란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별도 협상도 포함됐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이란은 현재 순도 60% 수준까지 농축된 우라늄 약 440.9㎏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핵무기급으로 분류되는 90% 농축 우라늄에 기술적으로 근접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미국은 핵무기 전용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제한과 검증 체계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이란은 제재 완화와 해외 자산 접근 확대를 협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양측이 아직 핵 활동 허용 범위와 제재 해제 속도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과거 미·이란 협상 역시 세부 문구 조정과 검증 방식, 제재 완화 시점을 둘러싼 이견으로 반복적으로 무산된 전례가 있다.

따라서 19일 서명이 예정대로 진행되더라도 실제 평화 체제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핵 협상과 제재 완화의 세부 조건을 둘러싼 후속 협상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헤즈볼라 충돌도 변수

또 다른 변수는 이스라엘이다. 협정 발표 직전까지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충돌은 이어졌다. 이스라엘군은 베이루트 외곽의 헤즈볼라 시설을 타격했고, 레바논 측은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이루트 공습에 대해 “협정 체결에 가까워진 시점에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다”는 취지로 언급하며 사실상 자제를 촉구했다.

그러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협상 조건에 우려를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이란과 관계 정상화 과정에서 이스라엘의 군사적 선택지를 제한할 수 있다는 인식이 이스라엘 내부 강경파의 반발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란 내부 변수도 남아 있다. 이란 국영 매체 프레스TV 등에 따르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는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지시에 따라 미국과의 양해각서 문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협정 체결 자체에 대해 이란 최고 권력층의 정치적 승인 절차가 이뤄졌음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다만 향후 핵 협상 세부 조건과 제재 완화 속도를 둘러싸고 이란 내부 강경파의 견제가 다시 나타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19일 서명 이후 후속 협상이 관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협상 타결 과정에서 이미 강경파의 공개 비판과 시위에 직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정치권 일각에서는 미국이 실제 제재 완화에 나설지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란이 먼저 양보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 역시 최근 이스라엘의 공습을 거론하며 미국이 약속을 이행할 의지와 능력을 보여야 한다고 압박했다.

결국 19일 예정된 서명식은 종착점이 아니라 후속 협상의 출발점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과 이란은 서명 이후에도 핵 프로그램 제한, 제재 완화, 동결자산 해제, 이스라엘·헤즈볼라 변수 등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미국·이란 평화 협정이 실제 중동 질서 재편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일시적 휴전에 그칠지는 향후 수주간 진행될 후속 협상 결과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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