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4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의 직접 수사권과 보완수사권까지 전면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지난달 31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에 대통령의 재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각계에서 쏟아졌지만, 이 대통령은 여당의 강행 처리에 대해 "사필귀정의 필연적 조치"라며 묵살했다. 이로써 1954년 이후 72년 유지됐던 국가 사법체계가 민주당이 당론으로 확정한지 10일만에 허물어졌다.
여당이 밀어붙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국민 대다수가 반대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61%가 ‘보완수사권 존치’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박탈되면 피해자의 고통이 가중되고 범죄자만 이득을 보는 폐해를 누구보다 국민이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검찰의 보완 수사 기능이 사라지면 ‘광주 여고생 성폭행 살인사건’과 ‘부산 돌려차기 사건’과 유사한 사건 재발 시 부실 수사로 흉악 범죄가 단순 범죄로 뒤바뀌고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돌아가는 일이 빈번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장윤기 사건에서 강간 살인 혐의가 밝혀진 건 검찰의 보완 수사 덕분이고 ‘부산 돌려차기 사건’도 경찰이 무시한 성범죄 증거를 검찰이 보완 수사로 찾아냈다.
법률 전문가들은 보완 수사 폐지로 가장 큰 피해가 사회적 약자에게 돌아갈 거로 우려했다. 전세 사기와 장애인 피해 범죄 등에 경찰 수사가 지지부진할 경우 피해자가 구제받을 길이 막히게 된다는 거다. 검사 대신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변호사 비용까지 떠안는 이른바 ‘소송 지옥’에 빠지게 될 거라고 했다.
개정안에 ‘부산 돌려차기 피해’ 당사자가 직접 보완수사권 유지를 공개적으로 호소하고, 여성·장애인 단체들이 끝까지 반대한 건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도 개정안 통과에 앞장선 김용민 의원은 본회의 통과 직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사진과 함께 ‘내주신 숙제 다 끝냈습니다. 대통령님’이라고 쓴 글을 공개했다. 마치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지시했고 그 뜻을 자신이 이뤘다는 듯이.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의원은 자신의 SNS에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검수완박’을 추진한 적이 없다’며 ‘노 대통령의 마지막 선택을 정치적 노리개로 쓰는 것이고, 그의 이름을 한낱 조롱거리로 만드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곽 의원은 민주당 당론인 이 개정안에 당내에서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이 개정안에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또는 위헌법률심판 제기로 이어질 거로 보인하다. 헌법에 명시된 ‘검사의 영장 청구권’이 수사를 전제로 한 것인데 이걸 없앤 건 위헌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위헌 여부를 판단할 헌재의 시간이 더디게 흘려가는 데 있다. 그 사이에 범죄자만 활개 치고 범죄 피해자가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세상을 막을 방법이 사라진 거다. 국민을 대변하고 약자를 보호해야 할 집권 여당이 누굴 위해, 무슨 목적으로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에서 서둘러 통과시켰든 힘없는 국민이 져야 할 고통의 뒷감당은 이 법 통과에 앞장선 모든 이들이 오롯이 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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