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재부 장관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재부 장관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로 투자금이 과도하게 쏠리면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개인별 투자한도를 전체 투자금액의 20%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선물시장에 적용하고 있는 과다호가부담금을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도 도입하고, 투자자가 실제 거래 환경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모의거래 과정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시장이 급격히 불안해질 경우에는 당국이 레버리지 배율을 낮출 수 있도록 관련 법적 근거도 마련하기로 했다.

재정경제부는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이 29일 오후 7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기관 합동 ‘긴급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과 향후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회의에는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와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하준경 청와대 경제성장수석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자금이 집중되는 현상이 증시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고 판단하고 추가 규제를 신속하게 추진하기로 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투자 총량 관리

정부는 우선 개인별 투자한도를 설정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투자 총량을 관리할 계획이다. 개인이 보유한 전체 투자금액 가운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투자 비중을 20%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이 예시로 제시됐다.

구체적인 투자한도 산정 방식과 규제 적용 대상은 향후 제도 마련 과정에서 확정될 전망이다. 정부는 투자자의 자금이 고위험 상품에 집중되는 것을 억제하고 특정 종목의 가격 변동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것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과도한 거래 행태를 줄이기 위한 거래비용 강화 방안도 추진한다. 선물시장에서 일정 수준을 넘어 지나치게 많은 호가를 제출한 투자자에게 부과하는 과다호가부담금을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거래에도 적용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사전교육에 더해 실제 거래 방식과 손실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모의거래 과정도 도입한다. 투자자가 상품 구조와 위험성을 충분히 이해한 뒤 거래에 참여하도록 관련 절차를 강화한다는 취지다.

시장 급변 시 ‘가변 레버리지’ 적용 검토

정부는 홍콩에서 운영하는 ‘가변 레버리지’ 제도 등 해외 사례를 참고해 시장이 급격하게 불안해질 경우 당국이 상품의 레버리지 배율을 낮출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가변 레버리지는 시장 상황과 변동성에 따라 상품의 배율을 조정하는 제도다. 주가 변동 폭의 2배를 추종하도록 설계된 상품이라도 시장 불안이 확대되면 배율을 1.5배나 1배 수준으로 낮추는 방식이다.

정부는 가변 레버리지 제도를 통해 시장이 급변할 때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손실 규모와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되는 것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구체적인 적용 요건과 조정 절차는 해외 제도와 국내 시장 상황을 검토해 마련할 예정이다.

앞서 정부가 지난 16일 발표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보완 대책도 예정대로 시행한다. 오는 31일부터 국내외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투자자에게 현금 기준 3,000만 원의 기본예탁금이 적용된다.

신규 상장 중단하고 투자 위험 안내 강화

기본예탁금 제도는 신규 투자자뿐 아니라 기존 투자자가 상품을 추가로 매수할 때도 적용된다. 국내 단일종목 상품과 해외 단일종목 상품 모두 동일하게 예탁금을 맡겨야 한다.

정부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신규 상장을 잠정 중단하고 관련 광고도 금지한 상태다. 다음 달부터는 투자자 심화교육을 1시간 추가해 전체 교육시간을 기존 2시간에서 3시간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증권사 애플리케이션 알림 등을 통해 상품의 손실률과 투자 위험에 대한 안내도 강화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기초자산 가격보다 더 큰 폭으로 움직이는 고위험 상품이라는 점을 투자자에게 지속해서 알릴 방침이다.

증권사 유동성공급자와 자산운용사에 부과하는 시장가격과 순자산가치 간 괴리율 관리 의무도 강화한다. 관리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을 때 적용하는 제재 수위도 높일 예정이다. 오는 11월에는 현재 1좌인 최소 매매수량 단위를 잠정적으로 20좌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 “경제 기초체력 견조…24시간 시장 점검”

회의 참석자들은 중국발 메모리 반도체 경쟁 심화와 미국 빅테크 기업의 자금 조달 우려가 확산하면서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국내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주가가 빠르게 상승한 데 따른 조정 과정에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수급 불안까지 겹치면서 낙폭이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으로 투자금이 집중된 현상도 시장 변동성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됐다.

다만 반도체를 비롯한 주력 품목의 수출 호조가 이어지고 기업 실적 전망과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확대되는 등 국내 경제의 기초체력은 견조하다고 평가했다. 증시 전망을 둘러싼 지나친 불안 심리가 확산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데도 의견을 모았다.

정부는 최근 국내 증시가 다른 국가나 과거와 비교해 큰 변동성을 보이는 만큼 당분간 최고 수준의 경계감을 유지하기로 했다. 관계기관 합동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하는 한편 상장사의 기업가치 제고와 지배구조 개선, 코스닥시장 체질 개선 등 자본시장의 구조적인 제도 개편도 신속히 추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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