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기독일보 DB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 오후 예고했던 이란에 대한 공습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종식 협상과 관련해 “이란 최고지도부에 내용이 전달돼 승인을 받았다”며 “서명식 일시와 장소를 곧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과 이란이 사실상 종전 합의에 근접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양국은 지난 4월 휴전에 합의한 이후 협상을 이어왔으나, 최근 무력 충돌과 호르무즈 해협 긴장이 겹치면서 확전 우려가 커진 상태였다.

그러나 이란은 아직 최종 결론에 이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이란 관영 IRNA통신과 국영방송을 통해 “아직 최종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며 미국 측 발표와 거리를 뒀다.

이에 따라 미국은 합의 임박을 강조하고, 이란은 최종 승인 전이라고 선을 긋는 양상이 됐다. 미국·이란 종전 합의가 막판 단계에 들어선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문안 조율과 승인 절차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문서 최종 조율만 남아”… 공습 예고에서 협상 타결 주장으로 선회

백악관이 이날 공개한 성명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논의 내용과 최종 쟁점은 개념적 측면뿐 아니라 세부 사항에 이르기까지 미국,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튀르키예, 파키스탄, 바레인, 쿠웨이트, 요르단, 이집트 및 기타 관련 당사자들 모두의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포고문 서명식에서도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방금 이란과의 전쟁에 관한 훌륭한 합의를 했다”며 “문서 최종 조율 단계만 남았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며칠 내 마무리될 것”이라며 주말쯤 J.D. 밴스 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서명 행사가 열릴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이란 주변국 정상들과도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카타르 등 관련국 정상들과 협의했으며, 튀르키예 대통령과도 대화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합의의 핵심 목표가 이란의 핵무기 보유 차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란이 결코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기로 하는 합의가 궁극적 목적이었다”며 “따라서 이는 매우 큰 성과”라고 자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에 대한 공습 가능성을 거론했다. 또 이란의 석유 관련 인프라를 장악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내놨다. 그러나 오후 들어 공습 취소와 합의 임박을 밝히면서 미국의 대이란 대응 기조가 군사 압박에서 외교 협상 쪽으로 급선회하는 모양새가 됐다.

◈이란 “문안은 상당 부분 정리됐지만 최종 결론은 아냐”

이란 외무부는 미국 측 발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바가이 대변인은 “문안 자체는 거의, 상당 부분 이미 정리돼 있다”면서도 “미국 측의 엇갈리고 모순된 태도 때문에 협상이 계속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차 합의문 서명 시기와 장소에 대한 보도에 대해서도 “언론의 추측 범주에 속한다”고 일축했다. 이어 “우리가 최종 결과에 도달하는 즉시 공식적으로 국민에게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이 지난해 12월23일 주간 기자회견에서 브리핑하고 있다.(사진 IRNA 통신 홈페이지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 ⓒIRNA 통신 홈페이지

바가이 대변인은 이란 내부의 의사결정 절차가 남아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의사결정 절차는 매우 명확하다”며 “체제의 관련 기관들이 합의 텍스트의 한 문장, 한 단어까지, 어떤 잠재적 합의이든 모두 검토해 최종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이어 “서명 형식과 방식 등은 다음 단계에서 논의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미국 측이 서명식 일시와 장소 발표를 예고한 것과 달리, 이란은 아직 합의문 최종 승인과 공개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바가이 대변인은 “상대 측의 수사와 위협, 각종 주장과는 별개로 이란 국민의 이익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안과 합의의 큰 틀을 두고 이란 국민의 이익을 충분히 담보한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이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핵 협상·동결 자금 해제 막판 쟁점

미국과 이란이 논의 중인 종전 양해각서에는 휴전 연장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이란 비핵화 협상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휴전을 60일 연장하고, 그 기간 이란 비핵화에 관한 최종 합의를 도출하는 방안을 논의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양국이 이란의 동결 자금 해제 메커니즘,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핵 협상 전개 방안 등 핵심 의제에서 이견을 좁혔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란 최고지도부의 최종 승인 절차가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어떤 방식으로도 핵무기를 구매하거나 개발하지 않겠다는 데 합의했으며, 종전 합의 문서에 서명하는 즉시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악관은 다만 이번 협상이 최종 타결될 때까지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미군 해상 봉쇄는 유지된다고 밝혔다.

이란 측은 호르무즈 해협 상황에 대한 책임이 미국에 있다고 주장했다. 바가이 대변인은 “이란과 이란군은 그간 해협을 지나는 선박의 안전한 항해를 돕기 위해 책임 있는 역할을 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최근 미국의 일련의 행동으로 이 지역 상황이 그 어느 때보다 불안정해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군은 미국의 공격으로 인해 지금과 같은 조건에서는 해협을 통한 안전한 통항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고, 이에 따라 모든 선박에 해협 폐쇄 사실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바가이 대변인은 “이 상황을 만든 유일한 책임은 남부 이란의 기간 시설을 공격하고 상선들에 치명적인 공격을 가한 미국에 있다”고 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폐쇄가 자국의 일방적 조치가 아니라 미국의 군사 행동에 따른 불가피한 대응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미국·이란 종전 합의가 최종 체결될 경우 지난 2월 28일 시작된 미국의 대이란 군사 작전은 외교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은 국제 원유 수송과 중동 정세 안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으로 평가된다.

다만 양측의 발표 수위에는 여전히 차이가 있다. 미국은 종전 합의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이란은 합의 문안의 세부 검토와 내부 승인 절차가 끝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결국 향후 며칠간 문안 조율과 이란 측 최종 승인 여부가 중동 정세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합의문이 최종 체결되면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은 일단 진정 국면에 들어설 수 있지만, 조율 과정에서 이견이 다시 부각될 경우 호르무즈 해협과 이란 핵 문제를 둘러싼 긴장은 재차 고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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