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종전 기대감이 커지면서 국제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국내 주유소 휘발유와 경유 가격도 이달 하순부터 리터당 2000원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5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30분 기준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당 2009.58원으로 집계됐다. 전날보다 0.02원 오른 수준으로 사실상 보합세를 나타냈다.
같은 시각 전국 주유소 경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당 2004.28원을 기록했다. 휘발유와 경유 모두 2000원 초반대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국제유가 하락분이 국내 판매가격에 반영될 경우 하락 폭이 점차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올해 2월까지만 해도 리터당 1600원대였지만 중동 전쟁이 본격화한 뒤 빠르게 상승했다. 지난 3월 초 1800원선을 넘어선 데 이어 1900원대에 진입했고, 4월 18일에는 2000원을 돌파했다.
국제유가 하락, 국내 가격에 2~3주 시차 반영
정부가 석유가격 최고가격제를 시행한 이후 주유소 기름값 상승세는 다소 진정됐다. 휘발유 가격은 지난달 10일 리터당 2011.90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최근까지 2000원 초반대에서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주유소 기름값은 통상 국제유가 변동이 2~3주가량의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 최근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만큼 이달 하순부터 전국 주유소 판매가격도 본격적인 하락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전 거래일보다 3.22% 내린 배럴당 84.88달러를 기록했다. 북해산 브렌트유도 3.05% 하락한 배럴당 87.33달러로 내려앉으며 최근 3개월 내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국제유가 하락의 배경에는 중동 지역의 종전 기대감이 자리하고 있다.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완화되면서 시장의 불안 심리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 기대감 확산
시장에서는 미국과 이란이 종전 협상을 사실상 마무리하고 오는 19일 스위스에서 종전 양해각서를 체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원유 수급 불안이 완화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합의가 성사될 경우 세계 에너지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도 정상 운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산 원유와 석유제품 운송의 핵심 통로로, 그동안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국제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협상 타결 사실을 공개하며 호르무즈 해협 통행 제한 해제를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중동 정세 안정이 현실화할 경우 국제유가 하락 압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국제유가 하락세가 이어지면 국내 주유소 휘발유와 경유 가격도 2000원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환율과 정유사 공급가격, 유류세 정책 등 변수가 남아 있어 하락 속도와 폭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고가격제 종료와 손실 보전 논의 쟁점
국제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정부가 시행 중인 석유 최고가격제도 종전 이후 종료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제도 시행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 보전 규모를 두고 정부와 정유업계 간 입장 차가 남아 있어 관련 논의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 최고가격제 종료 방안과 손실 보전 기준을 공개할 예정이다. 정유업계는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누적 손실이 4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하며 국제 석유제품 가격과 수출 제한에 따른 기회손실도 보상 범위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부는 실제 원가를 기준으로 손실을 산정해야 한다고 보고 있어 최종 보전 규모를 둘러싼 협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정세 안정과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가 현실화하면 국제유가 하락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며 “국내 주유소 가격도 하락 흐름을 보이고 있어 향후 인하 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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