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 6장 10–11절에서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살아나심이 믿는 자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선포한다. 그리스도께서는 죄에 대하여 단번에 죽으셨고, 다시 살아나 하나님을 향해 영원히 살아 계신다. 그분과 연합한 그리스도인도 자신을 죄에는 죽은 자이며 하나님께는 살아 있는 자로 여기며 살아가야 한다.
그리스도의 죽으심은 반복되어야 하는 죽음이 아니다. 주님은 우리의 모든 죄를 담당하시고 단번에 십자가에서 죽으셨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죄를 위해 계속해서 희생제사를 드려야 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께서 자신의 몸을 완전한 제물로 드리심으로 죄의 값을 온전히 청산하셨다. 그분의 죽으심은 부족함이 없는 완전한 속죄였다.
“단번에”라는 말에는 십자가의 충분함이 담겨 있다. 우리는 자신의 죄가 너무 많거나 깊어서 주님의 은혜로도 해결되지 않을 것처럼 생각할 때가 있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희생은 인간의 죄보다 크고, 그 피의 능력은 모든 죄를 씻기에 충분하다. 우리가 거듭해서 과거의 죄를 붙들고 자신을 정죄한다면, 십자가에서 이미 이루신 주님의 구원을 온전히 신뢰하지 못하는 것이다.
주님이 죄에 대하여 죽으셨다는 것은 죄가 그분에게 다시는 어떤 권세도 행사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예수께서는 우리의 죄를 짊어지고 죽으셨지만, 사망의 권세를 깨뜨리고 다시 살아나셨다. 죄와 사망은 그분을 영원히 붙들 수 없었다. 십자가에서 죄의 문제가 해결되었고, 부활을 통해 영원한 생명의 시대가 열렸다.
바울은 “그가 살아 계심은 하나님께 대하여 살아 계심”이라고 말한다.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생명은 다시 죽음으로 끝나는 유한한 생명이 아니다. 주님은 영원히 살아 계시며, 하나님과 온전한 사랑과 순종의 관계 안에 거하신다. 예수 그리스도의 살아 계심은 죽음이 패배했고 생명이 승리했다는 복음의 확실한 증거다.
바울은 이어서 “이와 같이 너희도”라고 말한다. 그리스도에게 일어난 죽음과 생명의 사건이 그분과 연합한 우리에게도 적용된다는 뜻이다. 주께서 우리의 죄를 지고 죽으셨으므로, 우리도 죄에 대하여 죽은 자가 되었다. 주께서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셨으므로, 우리도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께 대하여 살아 있는 자가 되었다.
자신을 죄에 대하여 죽은 자로 여기라는 것은 단순히 그렇게 상상하거나 스스로를 설득하라는 말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이미 이루신 일을 믿음으로 받아들이라는 뜻이다. 우리의 감정과 경험은 때로 여전히 죄에 붙들려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할 수 있다.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은 우리의 옛사람이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으며 죄의 지배에서 해방되었다고 선언한다.
죄에 대하여 죽었다는 것은 죄의 유혹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는 여전히 연약하고, 성화의 과정에서 죄와 싸워야 한다. 그러나 죄는 더 이상 우리의 주인이 아니다. 죄가 우리를 유혹할 수는 있지만, 복종을 강요할 권세는 잃었다. 우리는 성령의 능력을 힘입어 죄를 거절하고 하나님께 순종할 수 있는 새로운 자유를 얻었다.
그리스도인은 자신을 죄인이라는 과거의 정체성으로만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의롭다 하심을 받고 새롭게 창조된 사람이다. 우리의 뿌리는 더 이상 아담과 죄에 있지 않고 예수 그리스도께 있다. 주님께 접붙임을 받은 가지처럼, 우리는 그분의 생명을 공급받으며 살아간다.
하나님께 대하여 살아 있다는 것은 삶의 방향과 목적이 달라졌다는 의미다. 과거에는 자신과 세상의 욕망을 위해 살았다면, 이제는 하나님을 사랑하고 그분의 뜻을 이루기 위해 살아간다. 우리의 생각과 말과 행동, 시간과 재능과 물질을 하나님께 드리며, 삶 전체로 그분을 영화롭게 하는 것이 새 생명을 얻은 자의 삶이다.
이 생명은 육신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리스도 안에 있는 자에게 육체의 죽음은 모든 것의 소멸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로 옮겨지는 과정이다. 부활하신 주님이 영원히 살아 계시듯이, 그분과 연합한 자도 영원한 생명을 누린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은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히지 않고 부활의 소망을 품고 살아갈 수 있다.
오늘의 말씀은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자신을 여전히 죄의 권세 아래 붙들린 사람으로 여기고 있지는 않은가. 주께서 우리의 죄를 단번에 청산하셨음에도 과거의 정죄와 두려움 속에 머물러 있지는 않은가. 또한 하나님께 대하여 살아 있는 자답게 삶의 방향을 그분께 두고 있는가.
그러므로 우리는 날마다 복음의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나는 죄에 대하여 죽었고,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께 대하여 살아 있는 자다. 죄가 나의 주인이 아니며, 사망이 나의 마지막도 아니다. 단번에 죽으시고 영원히 살아 계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도 새 생명을 누리며 하나님을 향해 살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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