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 6장 8–9절에서 바울은 그리스도와 연합한 자에게 주어진 부활의 소망을 선포한다. 그는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다면 또한 그와 함께 살 줄을 믿는다고 고백한다. 이 믿음은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신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에 근거한 확신이다. 그리스도의 죽으심이 우리의 죽음이 되었다면, 그리스도의 생명 또한 우리의 생명이 된다.
바울의 고백 속에는 그리스도와의 깊은 연합이 담겨 있다. 그는 예수님의 십자가를 멀리 떨어진 과거의 사건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실 때 자신의 옛사람도 함께 죽었고, 그리스도께서 다시 살아나셨을 때 자신도 새로운 생명으로 일으킴을 받았다고 믿었다. 복음은 그리스도께 일어난 사건이 믿는 자의 삶에도 그대로 이어지는 연합의 은혜다.
예수님은 자신을 포도나무로, 제자들을 가지로 말씀하셨다.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을 때 나무의 생명을 공급받듯이, 믿는 자도 그리스도 안에 거할 때 그분의 생명을 누린다. 그리스도와의 연합은 단순히 같은 뜻을 품는 것이 아니라, 그분의 사랑과 생명 안에 거하는 것이다. 주님의 죽으심과 부활이 우리의 삶을 새롭게 규정하게 되는 것이다.
이 연합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사랑이다. 예수님은 “나의 사랑 안에 거하라”고 말씀하셨다. 그리스도의 사랑을 알고 받아들이는 사람은 더 이상 주님과 자신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주께서 나를 위해 죽으셨고, 그 죽으심으로 나의 죄와 옛사람을 십자가에 못 박으셨다는 사실을 믿는다. 그리고 주께서 살아나셨기에 나도 그분과 함께 살게 될 것을 믿는다.
바울은 그리스도께서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신 뒤 다시 죽지 않으신다고 말한다. 나사로와 같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사람도 결국 육체의 죽음을 다시 맞이했다. 그러나 예수님의 부활은 이전의 생명으로 돌아온 사건이 아니었다. 사망의 권세를 완전히 깨뜨리고 다시는 죽지 않는 영원한 생명으로 일어나신 사건이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부활은 사망에 대한 완전한 승리다. 사망은 한때 인간 위에서 왕 노릇하며 모든 사람을 두려움에 가두었다. 그러나 부활하신 그리스도에게는 사망이 더 이상 아무런 권세를 행사할 수 없다. 사망은 그분을 붙들지 못했고, 다시 주장하지도 못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망의 통치를 끝내시고 생명의 새로운 시대를 여셨다.
인간에게 죽음은 가장 큰 공포 가운데 하나다. 인간은 죽음 앞에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하고, 자기 힘으로는 그 경계를 넘어설 수 없다. 사탄은 이 죽음의 공포를 이용해 인간을 두려움과 절망에 묶어둔다. 그러나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믿는 자에게 죽음은 더 이상 마지막 말이 아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사망 뒤에는 영원한 생명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스도와 연합한 사람은 새로운 법과 새로운 나라에 속한 사람이다. 과거에는 아담 안에서 죄와 사망의 법에 지배받았지만, 이제는 그리스도 안에서 생명의 성령의 법 아래 살아간다. 죄와 사망이 우리를 위협할 수는 있어도 더 이상 우리의 최종적인 주인이 될 수 없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다스림을 받는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 되었다.
이 말씀은 현재의 삶에도 중요한 의미를 준다. 그리스도와 함께 산다는 것은 미래의 부활만을 기다린다는 뜻이 아니다. 오늘 이미 부활의 생명을 받아 살아간다는 뜻이다. 절망 속에서도 다시 일어서고, 미움 대신 사랑을 선택하며, 죄의 습관을 버리고 의의 길을 걷는 삶이 부활의 생명을 드러내는 삶이다.
우리는 때로 자신의 연약함과 실패를 보며 여전히 죽음과 죄의 권세 아래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믿음은 감정보다 하나님의 약속을 더 굳게 붙드는 것이다. 그리스도께서 살아나셨고 사망이 다시 그를 주장하지 못한다면, 그분과 연합한 우리 역시 사망의 최종적인 지배 아래 있지 않다. 그리스도의 승리는 곧 그분께 속한 자들의 승리다.
오늘의 말씀은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그리스도와 함께 살게 되리라는 부활의 확신을 가지고 있는가. 죽음과 실패와 절망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두려움에 붙잡혀 있지는 않은가. 믿는 자의 마지막은 사망이 아니라 생명이며, 정죄가 아니라 구원이며, 절망이 아니라 부활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리스도의 생명 안에서 담대히 살아야 한다. 우리의 옛사람은 그분과 함께 죽었고, 우리는 그분과 함께 새로운 생명으로 살아났다. 사망은 더 이상 우리의 주인이 될 수 없다.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신 예수 그리스도와 연합하여 오늘도 부활의 소망을 품고 새 생명 가운데 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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