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파키스탄 신드주에서 기독교 가족법을 전면 개정하는 법안이 발의된 가운데, 현지 주요 기독교 교단들이 사전에 동의한 적이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고 9월 16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번 법안은 식민지 시대의 낡은 법률을 대체하고 여성과 아동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추진되었으나, 교계와의 소통 방식을 두고 심각한 진실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신드주 의회의 안토니 나비드 부의장은 지난 8일 개인 의원 법안 형태로 '2026 기독교 가족법'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기독교 남녀의 최소 결혼 연령을 18세로 상향하고, 1872년 제정된 기독교 혼인법과 1869년 이혼법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자발적 동의에 기반한 혼인 절차와 이혼 사유, 미성년 자녀 양육 기준 등을 규정하며 신속한 재판 진행을 도모하고 있다.
나비드 부의장은 법안 발의 전 가톨릭교회와 파키스탄 교회 등 주요 교단 대표들과 수개월간 협의를 거쳤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안 공개 직후 카라치 가톨릭 대교구와 파키스탄 교회 측은 즉각 성명을 내고 해당 주장을 전면 부인하며 파장이 일었다.
교단 동의 여부 진실 공방 및 기독교 교리 침해 우려
카라치 가톨릭 대교구의 베니 트라바스 대주교는 파키스탄 가톨릭 주교회의 차원에서 이번 법안을 지지하거나 승인한 적이 결코 없다고 못 박았다. 대교구 측은 회의 참석이 곧 법안 승인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헌법적 및 법률적 우려를 담은 수정안을 이미 제출했음에도 당국이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파키스탄 교회의 프레더릭 존 주교 역시 자신의 이름과 권위가 사전 논의 없이 무단으로 도용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존 주교는 현재의 법안이 불완전하고 미성숙하여 의회에 상정될 단계가 아니라고 평가했다. 그는 결혼이 단순한 사회적 계약이 아니라 성스러운 언약인 만큼 성경적 가르침과 교회 전통에 부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각 주마다 개별적인 가족법이 제정될 경우 파키스탄 전역의 기독교 공동체가 심각한 법적 혼란과 분열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전국 단위의 통일된 법률 체계 마련을 촉구했다.
가톨릭교회와 파키스탄 교회 등 현지 교계는 주정부 차원의 독자적인 법 체계 추진에 반대하며, 국가가 기독교의 성례전과 교회 내부 통치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헌법상 보장된 종교의 자유와 기관의 자율성을 철저히 보장하고, 교계와의 진정성 있는 재협상을 진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성년자 강제 결혼 및 소수자 인권 보호 딜레마
이번 신드주 가족법 논란은 파키스탄 내 다른 지역에서도 기독교 가족법 개정 움직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불거졌다. 펀자브주에서도 지난 4월 최소 결혼 연령을 18세로 상향하는 기독교 혼인법 개정안이 발의되는 등 소수자 보호를 위한 입법 시도가 다방면으로 전개되고 있다.
정치권의 이러한 입법 강화 움직임은 기독교를 비롯한 소수 종교 여성들을 향한 납치와 강제 개종, 강제 결혼 범죄가 끊이지 않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 인권 단체 쥬빌리 캠페인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수년간 소수 종교 소녀들을 상대로 한 강제 개종 및 성폭력 피해 사례가 수백 건에 달하며, 피해자의 대다수가 18세 미만 미성년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파키스탄 사회가 소수자 인권 보호와 교계의 독자적 신앙 가치 수호 사이에서 어떤 해법을 찾아낼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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