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이 사실상 철회되면서 환자단체, 수험생, 노동계, 시민사회 등 각계에서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교육부는 18일,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기존 5058명에서 3058명으로 줄인다고 발표했다. 이는 당초 정부가 밝힌 2000명 증원 계획을 전면 철회한 셈이다. 정부는 앞서 의대생들이 일정 수준 이상 수업에 복귀할 경우에 한해 정원을 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지난 16일 기준 전국 40개 의대의 평균 수업 참여율은 25.9%에 불과했으며, 그럼에도 교육부는 입시일정과 복귀 유도 필요성을 이유로 정원 동결을 결정했다.
정부 결정 직후 환자단체들은 일제히 반발하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4월 17일은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을 포기한 날로, 의사 집단의 영향력이 다시 한 번 확인된 상징적인 날"이라며 "이는 국민 앞에서의 의료개혁 약속을 뒤집은 배신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1년이 넘는 의료공백 속에서도 국민과 환자들은 피해를 감내해왔으나, 결과는 정부의 굴복"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교육부는 국민의 고통은 외면한 채 의료계 요구만 수용했다"며 "결국 의대 정원 정책은 국민을 상대로 한 사기극이었음이 드러났다"고 성토했다.
의대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불만과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은 "의대생 복귀가 전제 조건이라 해놓고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결국 25학번만 혜택을 보고, 우리는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고3 수험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정원 동결 자체는 받아들이더라도 각 대학의 모집 요강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어 불안하다"며 "정원은 그대로인데 수능 최저기준만 완화되면 입시전략이 더 어려워지고, 결국 고액 입시 컨설팅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료현장에서 근무하는 병원노동자들과 시민단체들도 정부의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정부가 의사단체 건의를 핑계 삼아 사실상 의사 집단에 무릎을 꿇은 셈"이라며 "의대생 복귀, 교육 정상화, 의료기관 운영 정상화 그 어느 것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결정"이라고 밝혔다.
전국공공연대노동조합연맹은 "이번 결정은 지난 1년간의 국민적 인내를 무의미하게 만든 최악의 결과"라며 "정부는 오히려 의사들이 국민 위에 군림한다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줬다"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정부는 의대 정원 논의를 학생 전원 복귀와 교육 정상화를 전제로 하겠다고 밝혀놓고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이번 결정은 대국민 사기극이며, 의료계에 사실상 백기투항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동안 의대 정원 확대와 의료개혁을 주도해온 보건복지부 역시 이번 결정에 대해 불편한 반응을 보였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은 교육부 발표 브리핑에 참석하지 않았으며, 복지부는 출입기자단에 보낸 입장문을 통해 "의대 학사 일정이 완전히 정상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교육 여건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이지만, 3월 초 발표한 정원 확대 원칙을 바꾸게 된 점은 안타깝다"며 유감을 표했다.
이번 결정으로 인해 의사 인력 확충을 기대했던 국민들의 실망감은 더욱 커졌으며, 향후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의료개혁 과제를 재추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의료공백 해소와 의료체계 정상화를 위한 실질적인 후속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요구에 직면해 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