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에너지 전환이 전 세계적인 과제로 부상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원자력발전을 안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법적 기반 마련이 추진되고 있다. 특히 소형모듈원자로(SMR)를 포함한 차세대 원자력 기술의 발전을 뒷받침하는 '원전특별법' 제정안이 국민의힘 주도로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는 지난 16일 원전특별법 제정안을 처음 상정해 논의했지만, 의결에는 이르지 못했다. 해당 법안은 국민의힘 소속 고동진, 구자근, 이철규 의원이 각각 발의했으며, 내용상 일부 차이는 있지만 모두 원자력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 계획 수립, 기술개발, 인력양성, 세제 및 금융지원, 수출 촉진을 위한 국제협력과 보조ㆍ융자 등의 특례 규정을 주요 골자로 담고 있다.
이철규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특히 원전산업발전기금 설치, SMR 기술의 연구개발과 실증사업, 관련 클러스터 지정 및 지원 등 차세대 원전 기술에 대한 세부적인 지원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원전특별법 제정 자체에는 동의하는 입장이며, 이 의원안을 중심으로 일부 조항의 수정과 보완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부처 간 의견 조율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날 법안소위에서는 제정안이 첫 상정되었지만,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요구로 표결은 보류됐다. 특히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은 해당 법안을 '원전 알박기법'이라 비판하며 폐지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원전특별법은 정치적 사안이 아닌 국가 산업 발전을 위한 조치로 봐야 하며, 차기 정권에 따라 추진 동력이 약화될 수 있는 만큼 신속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측은 "이번이 법안소위 첫 상정인 만큼 산업부뿐 아니라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등 관계 부처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며 "제정안은 단일 부처 차원의 입법이 아닌 만큼 숙의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논의가 민주당의 에너지 정책 기조 변화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는 탈원전 기조에서 점차 벗어나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반면, 김경수와 김동연 후보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강조하며 원전 확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민주당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관련 기능을 환경부와 통합해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는 내용의 별도 법안도 발의한 상태다. 해당 부처가 신설될 경우 에너지 정책에 환경 논리가 더 강하게 작용하게 되면서 원자력 발전의 비중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전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에 대해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정동욱 중앙대 교수는 "원전 산업을 진흥하는 동시에 규제를 정비하는 법적 틀이 필요하다"며 "특히 중소기업과 수출 금융 지원 측면에서 실효성이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도 "설계와 시공 능력을 갖춘 한국은 원전을 전략 산업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체계적 지원을 뒷받침할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반대 의견도 충분히 수렴해 여야 합의로 법안을 통과시켜야 하며, 이재명 후보가 원전 정책에 긍정적인 만큼 최종적인 정치적 합의는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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