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헌제 박사
한국교회법학회 회장인 서헌제 교수 ©기독일보 DB

‘차라리 불의를 당하고 속을지언정 가이사의 법정에 서지 말라’는 성경 말씀에도 불구하고 국가 사법당국에는 교회의 결정에 불복해서 교인이나 목사들이 제기하는 소송, 고소⋅고발이 난무하는 상황이다. 싸우는 사람들을 보면 “여기가 교회인 줄 아느냐”는 비아냥까지 들린다. 소송을 제기하는 측도 문제지만 교단총회, 노회, 지교회의 결정에 그만큼 문제가 많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는 정교분리원칙에 따라 국가법원은 교회 내부 문제에 개입해서 사법심사를 하지 않는 것이 원칙임에도 불구하고 예외를 적용해서 교회의 결정을 뒤집는 사례가 너무 많은 것을 보아도 짐작할 수 있다.

급기야 한국교회의 장자교단인 예장합동총회에서는 총회의 위상과 대외신인도 제고를 위해 「사회소송대응시행세칙」까지 마련한 바 있다. 이 ‘사회소송세칙’은 교단총회 결정과 국가사법당국의 결정 중 어느 쪽에 우선순위를 두느냐를 정하는 규범으로 정교분리와 관련해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사회소송세칙’ 제정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 예장합동 충남노회 분쟁 관련 판결을 먼저 살펴보고 정교분리원칙을 짚어본다.

■ 판결 1 – 노회의 정기회가 폐회된 후 권한 없는 노회장에 의해 소집된 속회 결의는 무효라는 판결(2017다24765)

▪ 사건의 개요

예장합동총회 충남노회 소속 B목사는 ‘총회의 청원 없이 강도사 인허를 불법으로 하였다’는 이유로 2014.9.16. 총회판결에 의해 공직정지 2년의 징계를 받았으나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총회판결의 효력 정지를 구하는 가처분결정을 받았다.

2015.4.6. 개최된 충남노회의 제132회 정기회에서 A목사는 노회장으로, B목사는 서기로 선출되었다. 그러나 교단총회는 위 충남노회 정기회에서 선출된 임원 중 B는 총회판결에 근거하여 임원이 될 수 없음을 들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재선임한 후 보고 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충남노회 노회장을 수신인으로 하여 송부하였다.

충남노회의 전 노회장 N목사는 총회 공문에 따라 임원 선거를 다시 한다는 취지로, 정기회의 속회 개최를 통지하였고, 2015.6.5. 개최된 속회에서 D목사를 노회장으로, E목사를 서기로 각각 선출하였다.

이에 A,B목사는 충남노회와 D,E목사를 피고로 하여 2016.6.3.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에 충남회결의 무효확인 및 위자료청구소송을 제기하여 제1,2심은 물론 2020.9.24. 대법원에서도 승소하였다.

▪ 당사자의 주장

[1] 원고의 주장

1. 2015.6.5.자 속회 결의는, 2015.4.6.자 정기회가 폐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속회 형식으로 개최된 점, 정기회에서 충남노회 노회장으로 선출된 A가 아닌 직전 노회장 N이 소집하여 속회를 진행한 점, 속회 장소에 충남노회 회원인 B 등의 출입이 봉쇄된 절차상 하자가 있고, 원고들을 충남노회 노회장 또는 서기로 선출한 정기회 결의와 모순되는 내용상 하자가 있어 무효이다.

2. 속회 결의 이후 D과 E가 충남노회 노회장과 서기의 권한을 행사하는 한편, 정기회에서 충남노회 노회장과 서기로 선출된 원고 A,B로 하여금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게 함으로 정신적 고통을 받았으므로, 피고 D, E는 원고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피고의 주장

1. 속회 결의의 효력은 종교적 자율권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원고들의 임기는 정기회로부터 1년이 지난 2016.4.6. 이미 만료되어 원고들에게는 피고 D과 E를 충남노회 노회장과 서기로 선출한 속회 결의의 무효확인을 구할 이익도 없으므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본안전 항변).

2. 원고 A는 정기회 결의 이전인 부노회장 선거 당시 사전 선거운동 전력이, 원고 B는 형사처벌 전력이 있어 피선거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고들을 충남노회 노회장과 서기로 선출한 정기회 결의가 무효이므로,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다.

▪ 판결의 요지

[1] 정교분리원칙과 사법심사

1. 권징재판이 아닌 한 종교단체 내에서 개인이 누리는 지위에 영향을 미치는 단체법상의 행위라 하여 반드시 사법심사의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소의 이익을 부정할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하여도 종교단체가 헌법상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의 원칙에 기초하여 그 교리를 확립하고 신앙의 질서를 유지하는 자율권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므로, 종교단체의 의사결정이 종교상의 교의 또는 신앙의 해석에 깊이 관련되어 있다면, 그러한 의사결정이 종교단체 내에서 개인이 누리는 지위에 영향을 미치더라도 그 의사결정에 대한 사법적 관여는 억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2. 이 사건은 2015.6.5.자 속회 결의의 효력 유무를 다투는 것이고, 속회 결의가 무효임을 전제로 피고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으로서 교단총회나 충남노회의 교의 또는 신앙의 해석과는 무관하고, 속회 결의의 효력 유무에 따라 원고들의 총회나 충남노회 내에서의 지위나 권한 행사의 가부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것이므로, 이에 대한 사법심사가 가능하다고 봄이 타당하다.

[2] 속회 결의의 효력

1. 충남노회 규칙 제14조 제1항은 '정기노회는 매년 4월과 10월 첫 주일 후 월요일 오전 10시에 개최하여 당일 폐회 시까지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정기회는 그에 따라 2015. 4. 6. 오전 10시에 개최되어 자정에 정상적으로 폐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속회는 정기회가 정회되었음을 전제로 개최되었다. 또한 속회를 충남노회 규칙 제14조 제1항이 정한 임시노회로 본다고 하더라도, 정기회 결의의 효력이 인정되는 이상, 그 소집 권한은 정기회에서 노회장으로 선출된 원고 A에게 있는 것인데, 속회는 직전 노회장인 N에 의해 소집되었다.

2. '원고 B에 대하여 강도권 외 공직정지 2년을 노회로 하여금 처하게 한다.'는 2014.9.16.자 총회판결'은 서울중앙지방법원 결정에 의하여 그 효력이 정지되었으므로, 총회판결을 들어 원고 B를 서기로 선출한 정기회 결의의 효력을 부정할 수 없다. 2015.6.5.자 속회 결의는 그 절차와 내용상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어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 판결 2 – 교회 대표자인 담임목사 지위에 관한 분쟁은 정교분리원칙의 예외로서 법원의 사법심사 대상이라고 한 판결(2018다248879)

▪ 사건의 개요

예장합동교단 총회재판국은 2014.8.11. 충남노회 소속 B목사에게 강도권 외에 공직정지 1년의 권징판결을 하고 제99회 총회가 판결을 채용하였다. 총회재판국은 2015.3.30. 제2차로 B목사에게 강도권 외에 공직정지 1년의 권징판결을 하고 제100회 총회에서 이 판결을 채용하였다. 총회재판국은 2015.8.17. 제3차로 B목사에게 “강도권 외에 공직정지 3년에 처한다" 는 판결을 하고 총회에서 이를 확정하였다.

B목사는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위 3건의 총회재판의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결정을 받고 합동교단총회를 상대로 총회판결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하여 제1,2심은 물론 2020.9.24. 대법원에서도 승소하였다.

 ▪ 판결의 요지

교회의 헌법 등에 다른 정함이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교회의 대표자(담임목사)는 예배 및 종교활동을 주재하는 종교상의 지위와 아울러 비법인사단의 대표자 지위를 겸유하면서 교회 재산의 관리처분과 관련한 대표권을 갖는다고 할 것이므로, 재산의 관리처분과 관련한 교회 대표자 지위에 관한 분쟁은 구체적 권리 또는 법률관계를 둘러싼 분쟁에 해당하므로 법원의 사법심사 대상이 된다.

각 총회판결은 원고의 심급의 이익을 박탈하는 관할위반의 하자와 방어권보호를 위한 절차 규정을 위반한 하자가 존재하고, 위와 같은 절차적 하자가 매우 중대하여 이를 그대로 둘 경우 현저히 정의관념에 반하여 무효라고 할 것이다. <계속>

서헌제(교회법학회장, 중앙대 명예교수, 대학교회 목사), ☎1600-9830, 스마트폰앱 ‘처치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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