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헌제 박사
한국교회법학회 회장인 서헌제 교수 ©기독일보 DB

◈연환계가 당했다 ?

유지재단 명의로 등기한 지교회 재산이 다른 교회의 부도 사태로 경매처분 될 위기를 불러온 예장통합교단 서울노회유지재단 사건을 두고는 교계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교회재산의 공적 관리를 위해 여러 교회의 재산을 유지재단으로 묶어둔 것이 오히려 화를 자초하여, 마치 삼국지에 나오는 연환계에 교회가 역으로 당했다는 자조의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교회재산을 유지재단의 기본재산으로 편입해 둔 덕분에 경매처분 위기를 면했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다.

그 평가가 어떻든 이 사건은 교회재산, 특히 부동산을 어떻게 유지⋅관리해야 하며 유지재단의 역할은 무엇인지, 유지재단과 각 교회는 어떤 관계에 있는지, 한국교회는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하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교회재산은 누구의 소유인가 ?

설립된 지 오래된 교회는 예배당, 사택, 수양관 등 부동산을 보유하며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그 재산이 수십억 수백억에 달하는 경우도 많다. 자기 땅과 건물이 없이 빌려 쓰는 교회라고 하더라도 임차보증금 등의 형태로 재산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교회재산은 누구의 소유인가 ? 수많은 소송에서 법원이 내린 결론은 교회재산은 교인들의 총유라고 한다. 이렇게 보는 근거는 교회재산은 대부분 교인들의 헌금으로 조성되었기 때문에 그 소유권도 교인들에게 있다고 보는 것이다.

공동소유의 한 형태인 ‘총유(總有’)는 우리나라 법에만 있는 개념으로 ‘공유(共有)’와는 달리 지분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즉 교회재산은 교회의 구성원인 교인들의 단체(사단)에 집단적으로 귀속하지만 이를 나누어 가질 수는 없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단체 구성원들이 합의만 하면 이를 처분해서 그 대금을 사실상 나누어 가지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 총유도 엄연히 사적 소유권이므로 교회의 법적 주인인 교인들이 총회결의로서 얼마든지 처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인 수가 급격히 감소한 지방교회에서 교권을 장악한 사람들이 교회재산을 팔아서 사적으로 유용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현행법상 교인총회 결의만 거치면 합법이기 때문이다.

◈교회재산의 공적 관리 장치로서의 유지재단

이처럼 하나님께 드려진 헌금을 바탕으로 조성된 교회재산이 사적으로 유용되지 않도록 공적으로 유지⋅관리하기 위한 장치가 유지재단이다. 유지재단이란 교회의 재산, 특히 부동산을 보존하고 관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재단으로 민법 제32조에 의거 법인설립허가를 받고 법인등기를 한 재단법인이다. 재단법인이 되면 기본재산에 대한 처분은 재단이사회의 결의와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므로 교회재산에 대한 공적관리가 이루어지는 셈이다.

유지재단이라고 하더라도 각 종교별로 그 운영방식이 다르다. 천주교의 경우에는 각 교구별로 유지재단이 설립되어 있는 반면 개신교는 교단총회에 하나의 유지재단을 두는 경우, 여러 개의 노회를 묶어 유지재단을 설립하는 경우, 심지어는 하나의 지교회가 단독으로 설립한 유지재단도 많다. 이번에 문제된 예장통합 서율노회유지재단은 서울지역 27개 노회가 합동으로 설립한 사례이다.

◈명의신탁과 유지재단

교회재산은 교인들의 총유재산으로서 부동산등기법에 의하면 비법인사단인 교회 명의로 소유권등기 또는 전세권등기를 할 수 있다. 따라서 지교회 부동산은 원칙적으로 담임목사를 대표자로 표기하여 등기하면 된다. 그러나 교회재산의 사적 처분을 방지하기 위해 교인총회 결의를 거쳐 이를 유지재단에 증여의 형식으로 이전하고 등기명의인을 유지재단으로 하여 등기를 한다. 이를 가리켜 명의신탁이라고 한다.

명의신탁은 부동산의 실제 소유자와 등기명의인을 달리하는 것으로 세금탈루나 재산은닉 등 불법적인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1997년 부동산실명제법이 제정되어 명의신탁은 원칙적으로 무효로 하고 처벌까지 하고 있다. 다만 종중재산과 배우자간 및 종교단체에 대해서는 특례가 인정된다.

지교회재산을 유지재단에 명의신탁했다는 의미는 유지재단은 등기명의인일 뿐 실제 소유자는 지교회로서 만일 지교회측에서 명의신탁 약정을 해지하고 반환을 요청하면 언제든지 돌려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법원은 “지교회가 그 교회건물과 그 부지인 부동산을 교단유지재단 명의로 등기한 것은 그 소유권을 유지재단으로 하여금 종국적으로 취득하게 하겠다기보다는 가입교회의 교단에 대한 소속감을 강화하고 교단의 결집성을 확보하기 위한 상징적 의미로서 한 것으로서, 일종의 명의신탁에 해당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심지어는 지교회가 교인 전체의 3분의 2 이상의 결의로 기존 교단을 탈퇴하는 경우에도 유지재단은 탈퇴교인들의 반환요청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 2006년 대법원 판결의 입장이다. 다만 감독정체인 천주교회와 구세군교회에 대해서는 명의신탁 관계를 인정하지 않는다.

◈서울노회유지재단 사건의 경우는 ?

이처럼 부도가 난 은성교회가 그 토지를 서울노회유지재단 명의로 등기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명의신탁에 불과하기 때문에 은성교회가 점유하고 있던 토지 사용료를 유지재단에 청구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법원은 유지재단의 책임을 인정하고 더 나아가 유지재단 명의로 등기한 다른 지교회 부동산에 대한 경매절차까지 허용하였을까 ?

이는 선우측이 서울노회유지재단을 상대로 2013년 창원지법에 제기한 토지사용료 청구소송(제1판결)에서 유지재단이 보인 소극적 내지는 무책임한 대응에 그 원인이 있다. 대법원 판결에서도 “만약 원고(유지재단)가 제1판결 소송과정에서 이와 같은 명의신탁 관계를 밝혔다면.... 원고가 토지를 점유하였다고도 할 수 없으므로 원고에 대한 지료 또는 부당이득금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이 선고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원고는 제1판결이 선고되기 전 명의신탁 주장을 하지 않았다. 변론주의 원칙상 공격방어방법을 제출하지 아니함으로써 발생하는 불이익은 원칙적으로 그와 같은 공격방어방법을 제출하지 아니한 당사자에게 발생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이길 수 있는 좋은 무기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기를 그냥 내려놓고 항복한 셈이다.

더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은, 유지재단은 패소한 제1판결에 대해 항소하지 않았고 오히려 승소한 선우측이 항소하였다가 항소심에서 뒤늦게 유지재단이 명의신탁 주장을 하자 불리하다고 판단한 선우가 항소를 취하하여 제1판결이 그대로 확정된 것이다. 일단 판결이 확정되면 기판력에 의해 되돌릴 수 없다.

제1판결이 확정된 후 4년이 지난 2018년 선우측은 이 판결에 의해 유지재단에 등기된 다른 10개 교회 부동산을 압류하고 경매절차에 들어가자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유지재단은 경매청구가 부당하다는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앞에 글에서 본 바와 같이 1심과 2심은 물론이고 대법원에서도 패소하고 말았다. 버스 떠난 뒤 손 흔드는 격이다.

◈10개 교회 경매가 불허된 이유는 ?

이처럼 서올노회유지재단이 선우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유지재단 소속 10개 교회의 경매처분이 법원에서 불허된 이유는 무엇인가 ? 사립학교법, 공익법인의설립․운영에관한법률과 민법 제43조 이하에서 사립학교, 공익법인 또는 민법상의 재단법인의 기본재산이 함부로 처분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그 재산의 처분행위 시에 주무관청의 허가를 얻도록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교회재산이 민법상 비영리 재단법인인 유지재단의 기본재산으로 편입된 경우에는 그 처분은 반드시 재단이사회 3분의 2 이상의 결의로 문화광공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만일 재단이사회에서 기본재산 처분을 승인하는 결의를 하지 않고 버티면 교회재산의 반환청구나, 매각, 담보설정뿐 아니라 이번 사건과 같이 경매를 통해 타인이 교회재산을 취득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유지재단 기본재산 편입이 지교회재산에 대한 사적 처분을 막아주는 안전장치가 된다는 이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지재단에 편입되었던 다른 10개 교회에 대한 경매가 실제로 진행되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주무관청의 허가는 반드시 사전에 얻어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경매집행법원으로서는 그 허가를 얻어 제출할 것을 특별매각조건으로 경매절차를 진행하고, 매각허가 결정시까지 이를 제출하지 못하면 매각불허가결정을 하면 된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서올노회유지재단 이사회결의나 문화관광부의 허가 없이도 경매절차는 개시되었지만 입찰보증금까지 기탁한 하나님의교회측이 최종적으로 문화관광부의 매각허가를 얻지 못해 경매가 불허된 것이다. 지옥의 문턱까지 갔다가 살아 돌아온 셈이다.

◈연환계로서의 유지재단

이번 사건은 교회재산의 사적인 처분을 방지하고 이를 공적으로 유지⋅관리하기 위한 유지재단의 역할과 책임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이다. 교인들의 헌금으로 조성된 지교회재산은 기본적으로 교인들의 단체(사단)의 소유이다. 국가가 나서서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사적 소유권이다. 그런데 이를 유지재단에 신탁하여 그 기본재단으로 편입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교회가 정교분리원칙을 포기하고 스스로 국가의 관리하에 교회재산을 맡긴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 여러 교회의 재산을 하나의 유지재단에 묶어 둠으로써 거친 풍랑으로부터 안전을 지켜주는 일종의 연환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연환계가 성공하려면 선장이 그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날아오는 불화살을 지혜롭게 피해야 할 것이다.

서헌제(교회법학회장, 중앙대 명예교수, 대학교회 목사), ☎1600-9830, 스마트폰앱 ‘처치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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