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헌제 박사
한국교회법학회 회장인 서헌제 교수 ©기독일보 DB

장애인, 여성, 노령자, 외국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법, 즉 개별적 차별금지법과는 달리 모든 차별 사유를 한꺼번에 묶어 금지하는 법을 포괄적 차별금지법이라고 한다. 2008년 노회찬 의원이 법안을 발의한 이래 제22대 국회에는 현재 4개의 법안이 제출되어 있다. 한국교회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내세우고 있는 ‘차별 없는 세상’이라는 그럴둣한 구호 속에 숨기고 있는 동성애 합법화, 이단사이비 합법화라는 독소조항 때문에 범 교계적으로 이를 반대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같은 내용의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이미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는 듯하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3.은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성적(性的) 지향 등 19가지 사유를 정하고 있어 기독교가 반대하는 동성애 합법화가 이미 법적 지위를 얻고 있다. 다만 법 위반에 대해서는 직접 이행강제, 손해배상, 형벌에 처할 수 없고 시정권고를 할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국가인권위원회를 위시한 소위 진보세력들은 강제력을 가진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목을 매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2022년 8월에 대법원이 확정한 판결 1에 의하면, 동대문구 시설공단이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체육관 대관을 취소한 것을 헌법상 평등권 침해의 위법행위로 보고 거액의 손해배상을 명함으로서, 국회에 제출된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같은 힘을 사실상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부여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굳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없이도 국가인권위원회법만으로도 동성애 차별, 이단사이비 차별을 처벌할 수 있다. 홍수를 막기 위해 힘겹게 쌓은 제방 밑으로 물이 줄줄 새고 있는 것이다. 판결 1과 이 판결이 참조하고 있는 YMCA 판결(판결 2)을 살펴본다.

■ 판결 1 : 성소수자 단체에 체육관 대여 결정을 취소한 시설공단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2021나47810)

∎ 사건의 개요

[1] 성소수자 인권단체인 퀴어여성네트워크는 2017년 '퀴어여성 생활체육대회'를 열기 위해 동대문 시설관리공단으로부터 동대문체육관 대관을 허가받았다. 그러나 민원이 제기되자 시설관리공단은 천장 공사 등의 명목으로 대관을 취소하였고 체육대회는 개최되지 못하였다.

[2] 퀴어여성네트워크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시설관리공단의 대관허가 취소는 ‘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하는 차별행위라는 취지의 진정서를 제출하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9.5.8. 시설관리공단에 대해 ‘시설대관과 관련하여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 등을 내용으로 하는 권고결정을 하였다.

[3] 퀴어여성네트워크와 그 단체 활동가들(원고)은 동대문 시설관리공단(피고)을 상대로 차별행위로 인한 손해로서 여성네트워크라는 단체에게 1천만원, 단체활동가 4인에게 각각 5백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1심법원은 원고패소판결을 하였으나 2심법원은 이를 뒤집고 5백만원과 100만원씩 지급하라는 핀결을 하였다. 대법원은 2022년 8월 심리불속행 판결로 2심판결을 그대로 확정하였다.

∎ 당사자의 주장

[1] 원고의 주장

첫째, 대관허가 취소는 체육대회의 목적 및 예상 참가자들의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해당하여 위법하다. 둘째, 대관허가 취소로 인하여 원고 단체는 신용이 훼손되고 평등권 및 결사 및 집회의 자유가 침해되는 등의 손해를 입었으므로 피고는 비재산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피고의 주장

첫째, 대관허가 취소는 공사로 인하여 부득이한 것이었고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이 아니다. 둘째, 설령 대관허가 취소가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원고 단체가 주장하는 손해와 대관허가 취소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고, 평등권 침해 등의 손해를 입었다고 볼 수도 없다.

∎ 판결요지

[1] 대관허가 취소의 위법성

헌법 제1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여 평등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는 ‘성적 지향’을 금지되는 차별사유 중 하나로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기본권의 수범자인 국가, 지방자치단체, 기타 공법인이 공공시설의 이용에 관하여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특정인을 배제하는 행위는 평등의 원칙에 위반하여 위법하다.

피고 공단은 대관허가 직후부터 체육대회 개최에 반대하는 항의 민원을 받았고, 대관허가를 취소하고서라도 체육관 천장공사를 시행하였어야 할 급박한 필요성이 보이지 않았고, 같은 시간대에 체육관 대관허가를 받았던 M어린이집에 대하여는 대관 일정을 조정해주었다. 이는 체육대회 예상 참가자들의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대관허가를 취소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며 대관허가 취소는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한 차별행위로서 평등의 원칙에 반하여 위법하다.

[2] 피고의 손해배상책임

손해배상법리

민법 제751조 제1항은 불법행위로 인한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규정하고 있고, 재산 이외의 손해는 정신상의 고통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외에 수량적으로 산정할 수 없으나 사회통념상 금전평가가 가능한 무형의 손해도 포함된다. 평등권이라는 기본권의 침해도 민법 제750조의 일반규정을 통하여 사법상 보호되는 인격적 법익침해의 형태로 구체화되어 논하여 질 수 있다(대법원 2011.1.27. 선고 2009다19864 판결 참조).

대관취소로 인한 원고의 손해

원고 단체는 체육대회를 2017년도 주요사업 중 하나로 계획하여 준비하여 왔고, 대관허가 취소로 체육대회 개최가 불가능하게 되고 말았다. 비영리단체인 원고 단체가 그 목적에 부합하는 활동을 할 기회를 부당하게 침해당한 것은 민법 제751조 소정의 손해에 해당한다. 또한 대관허가 취소로 인하여 체육대회 참가 신청자들 및 후원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참가 신청비 및 후원금을 개별적으로 환불해주기 위하여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했으며 체육대회를 계획대로 개최하지 못한 사례가 발생함으로서 원고 단체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저하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손해배상의 범위

피고 공단은 대관허가 취소의 주체로서 원고들의 손해에 대하여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는바, 차별행위의 내용과 성격, 피고 공단이 국가인권위원회와 전화 상담을 통해 대관허가 취소의 위법성을 충분히 알았을 것으로 보임에도 불구하고 대관허가를 취소한 점, 원고들에게 대관허가 취소사유를 허위로 통보하였을 뿐만 아니라 천장 공사에 관한 공문을 받는 등 허위의 취소사유에 부합하는 외관을 작출하여 원고들의 권리 구제를 어렵게 한 점, 향후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한 차별행위의 재발을 방지할 필요성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원고 단체의 위자료를 500만 원으로, 단체활동가 4인에 대한 위자료를 각 100만 원으로 정한다.

■ 판결 2 : 여성 회원에게 선거권 등을 제한한 YMCA에 헌법상 평등권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2009다 19864).

∎ 사건의 개요

서울 YMCA는 100여년의 오랜 역사 동안 주로 남성 위주의 조직과 활동을 전개하여 왔는데 1967년부터는 여성에게도 회원 지위를 개방하였고 이후 여성회원이 계속 증가하여 오히려 여성 일반회원이 남성 일반회원보다 더 많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 위주의 오랜 전통에 따라 여성 회원들에게는 총회에서의 선거권, 피선거권, 투표권을 인정하지 않아 여성계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이에 여성계는 성평등을 지향하는 시민모임인 「성차별철폐연대회의」를 주축으로 법원에 헌법상 평등권 침해를 이유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다.

∎ 판결의 요지

사적 단체는 사적 자치의 원칙 내지 결사의 자유에 따라 그 단체의 형성과 조직, 운영을 자유롭게 할 수 있으므로, 사적 단체가 그 성격이나 목적에 비추어 그 구성원을 성별에 따라 달리 취급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금지된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사적 단체의 구성원에 대한 성별에 따른 차별처우가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법감정에 비추어 볼 때 도저히 용인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난 경우에는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행위로서 위법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YMCA는 부분적으로 공공적 영역에서 활동하는 단체로서의 성격도 가지면서 그에 따른 사회봉사적 역할을 수행하여 왔으며 다양한 활동영역과 사회적 역할, 이에 대한 일반의 인식에 비추어 다른 단체로 대체될 수 없는 독자적인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YMCA서울회가 그 구성원인 회원들 중 여성에 대해서 오로지 그 성별만을 이유로 사단의 의사결정이나 기관 선출에 참여할 수 있는 지위에서 배제하는 것은 헌법 제11조가 선언한 평등원칙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성차별적 처우로서 우리 전체 법질서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위법행위에 해당하여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계속>

서헌제(교회법학회장, 중앙대 명예교수, 대학교회 목사)

☎1600-9830, 스마트폰앱 ‘처치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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