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헌제 박사
한국교회법학회 회장인 서헌제 교수 ©기독일보 DB

정교분리원칙에 따라 교회에는 세속법의 적용이 가급적 제한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치외법권적 특권이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 교회도 국가 영역 내에 소재하는 사회적 단체로서의 측면을 지니므로 그 한도 내에서 국가법이 적용된다. 교회에는 대표자인 담임목사 외에 부목사, 전도사 등 부교역자가 담임목사를 보좌하여 목회사역을 수행하는데 이들 부교역자의 법적 지위가 사역자인가 아니면 근로자인가 하는 점이 특히 문제 된다.

만일 이들을 근로자로 보면 근로기준법, 노동조합법 등이 적용되어 교회는 최저임금, 주 52시간 근로, 시간외 수당, 해고제한, 퇴직금, 파업권을 보장해야 한다. 이는 주일성수, 새벽기도, 심방 등 부교역자들의 전인격적 사역에 의존하는 한국 교회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다. 그래서 ‘주님의 일에 충성한다’는 명목하에 적은 사례비를 받고, 언제 그만둘지도 모르는 불안한 지위에서 힘에 겨운 사역을 감당하는 부교역자들로서는 그 억울함을 (국가)법에 호소하는 일이 잦아졌다.

법원은 부목사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근로자임을 부인하고 있음에 비해 (전임)전도사는 근로자로 인정하는 대조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교회 내에서의 평가가 어떻든 교회 밖에서는 목사라는 자격에 대한 존중이 깔려있는게 아닌가 한다. 부목사가 근로자가 아니라고 한 판결(1,2)과 부목사를 임시직 사역자로 본 판결(3)을 먼저 살펴보고, 전도사가 근로자임을 전제로 근로기준법상 유족보상을 인정한 판결(4)과 전도사에게 시간외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담임목사에게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유죄(벌금형)를 선고한 판결(5)은 다음에 소개한다.

■ 판결 1 – 근로자가 아닌 부목사를 회원으로한 노동조합은 불법이라는 판결(2008구합30625)

∎ 사건의 개요

교회에서 차량을 운전하던 두 명의 관리집사가 노동조합을 결성하면서 그 규약에서 부목사의 가입을 허용하였다. 이 노동조합이 교회 앞에서 하려는 집회를 담임목사가 막자 노동조합 은 교회를 상대로 노조활동 방해금지소송을 제기하였다. 교회는 이 조합이 근로자가 아닌 부목사의 참가를 허용한 단체라는 이유로 소송상 당사자 적격이 없다는 항변을 제기하였다.

∎ 판결의 요지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에 대한 판단기준은 근로기준법에 따르는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 계약이 민법상 고용계약이든 또는 도급계약이든 형식에 관계없이 실질에 있어서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그런데 교회의 부목사는 첫째, 담임목사를 보좌하는 지위에 있는 사람으로서 담임목사가 지정해 주는 교구의 교인들을 위해 심방활동을 하고 예배를 인도하는 등으로 종교적·영적 가르침을 중점으로 하는 목회활동을 하고 교회로부터 목회활동에 대한 대가로 사택 및 소정의 사례비를 교부받음으로써 생활보조를 받는데 그 과정에서 교회와의 사이에 근로계약 등을 체결하지는 않는 점,

둘째, 교인들을 위한 종교적·영적 가르침을 중점으로 하는 부목사의 목회활동업무 내용 및 성격상 타인으로부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는다고 보기 어려운 점,

셋째, 교회로부터 받는 사례비 등은 부목사들이 행한 목회활동을 근로로 평가하여 이에 대한 대상적 차원에서 지급되는 것이라기보다는 특별히 다른 영리활동을 하지 않고 목회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부목사들에 대한 생활보조 차원에서 지급되는 것이고, 근로소득세를 납부하지 않고 있는 점 등으로 판단할 때 부목사는 노동조합법에서 말하는 근로자에 해당되지 않는다.

■ 판결 2 – 부목사는 근로자가 아니므로 재청빙 하지 않은 것은 근로기준법상 해고가 아니라는 판결(2020다225473)

∎ 사안의 개요

교회는 당회 결의로 부목사를 청빙하였으나 부적절한 설교 등을 이유로 시무만료일을 청빙일로부터 1년이 되는 날로 정하고 소속 노회에 연임 청원을 하지 않았다. 이에 부목사는 교회와 3년간 근무하기로 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근무하던 중 교회로부터 구두로 해고 통지를 받았는바, 이 해고는 근로기준법에 따른 해고예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으며,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은 등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정당한 해고 사유가 존재하지 아니하여 무효라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 판결의 요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 보다 실질적으로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부목사는 위임 목사를 보좌하는 목사로서 교인들을 위한 심방활동을 하고 신앙지도를 하는등으로 종교적·영적 가르침에 중점을 둔 목회활동을 주로 수행하는데, 그와 같은 목회활동의 내용 및 성격상 교회나 위임 목사로부터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는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부목사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라고 볼 수 없다.

■ 판결 3 – 임시직인 부목사 사택은 ‘교회의 목적에 직접 사용되는 재산’이 아니므로 비과세 혜택의 대상이 아니라고 한 판결(2009두4708)

∎ 사건의 개요

교인 수가 약 5,000명 정도 되는 서울의 어느 교회에 담임목사 외에 부목사 24명과 전도사 등 다수의 부교역자가 시무하고 있었다. 이 교회 담임목사는 다락방 운동에 바빠서 주일설교만 하고 나머지 수요일과 금요일 설교는 물론이고, 새벽기도나 교인 심방 등 교회업무의 대부분을 부목사들에게 위임하였다.

이 교회에서 부목사 사택용 아파트를 구입하여 8명의 부목사들에게 제공하자 관할구청에서취득세를 부과하였다. 교회측에서 부목사 사택은 「지방세특례제한법」에서 규정한 종교단체의 ‘목적에 직접 사용’되는 부동산으로서 비과세 대상이라고 주장하며 관할구청을 상대로 과세처분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이 사건의 초점은 부목사가 교회라는 종교단체의 목적달성에 필요불가결한 존재인가 하는 점이다. 흥미로운 것은 원심인 고등법원에서는 이를 인정하였지만 대법원은 부목사가 임시직이라는 이유로 판결을 뒤집었다.

∎ 판결의 요지

[1] 고등법원 판결
부목사는 위임받지 못한 임시목사로서 임기가 1년이지만 실제로는 교회를 이동할 때까지 노회의 연임허락을 받지 않고 계속 시무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목사가 담임목사를 보좌하는 업무를 주로 수행하더라도 전통적인 농촌의 소규모 교회와는 달리 대형화된 현대 교회에서는 부목사의 도움이 없이 담임목사 혼자서는 교회의 본질적 사업인 예배와 전도 등을 감당하며 교회를 유지·발전시켜 나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현실이다. 따라서 부목사는 교회의 종교사업에 필요불가결한 존재이므로, 부목사 사택은 교회의 목적사업인 예배와 포교에 직접 사용하는 재산으로서 면세대상으로 보아야 한다.

[2] 대법원 판결
이 교회의 신도 수에 비추어 담임목사 외에 부목사가 필요한 사정은 수긍이 되지만 부목사가 담임목사를 보좌할 목적으로 수시로 노회의 승낙을 받아 임시로 시무하는 것이라면 이 교회의 종교 활동에 필요불가결한 중추적인 지위에 있다고는 할 수 없다. 따라서 부목사 사택으로 제공된 부동산들이 이 교회의 목적사업에 직접 사용되는 재산이라고는 할 수 없다. <계속>

서헌제(교회법학회장, 중앙대 명예교수, 대학교회 목사 )

☎ 1600-9830, 스마트폰앱 ‘처치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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