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헌제 박사
한국교회법학회 회장인 서헌제 교수 ©기독일보 DB

◈부교역자의 현실적 상황과 교회의 딜레마

부교역자는 담임목사를 보좌하여 목회활동을 하는 부목사 또는 전도사를 가리킨다. 대부분 교단총회 헌법에 따르면 부목사도 담임목사와 같은 자격을 구비해야 하지만 당회 결의로 소속 노회의 승인을 받아 1년 단위로 사역하는 점이 다를 뿐이다. 신학교 난립과 목사 대량배출로 담임목사로 청빙받기 어려운 현실에서 교회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부목사의 담임목사에 대한 종속성이 심한 경우도 있다.

전도사는 신학교 재학중에 일종의 인턴과정으로 교회에서 봉사하는 교육전도사와 정기적인 보수를 받고 한 교회에 전념하는 전임전도사로 구분할 수 있는데 주로 전임전도사가 문제된다. 규모가 작은 교회에서는 전도사가 말씀이나 교육 등 목회활동에만 전념할 수 없고 운전, 청소, 교회관리 등 일반적인 교회노동에도 종사하게 된다. 또 대부분 다른 수입이 없이 교회에서 주는 명목적인 사례비에 생활 전부를 의존하기 마련이어서 외형상 저임금에 혹사당하는 일반 비정규직 근로자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이렇게 어려운 처지에 놓인 부교역자를 근로자로 볼 경우에는 주 52시간 엄수, 시간외 수당, 휴일근로수당 지급, 해고제한 등 근로기준법이 정하는 대우를 해야 한다. 앞에서 소개한 판결 5에서 보면 고정급으로 평균 120여 만원 정도 받은 전도사가 5년 반 근무기간 중 계산하여 청구한 시간외 수당과 휴일근로수당의 합계액이 무려 7천 2백만원에 달한다. 규모가 적은 개척교회로서는 4명의 전도사 모두를 이렇게 대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교회뿐 아니다. 이렇게 되면 안 그래도 어려운 대부분 중소교회로서는 더 이상 교회를 유지할 수 없는다는 데에 한국교회의 딜레마가 있다.

◈근로자의 판단 기준

결국 부목사, 전도사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것인가 아니면 본인의 신앙에 따라 자발적으로 헌신, 봉사하는 사역자로 볼 것인가가 핵심이다. 앞에서 소개한 판결 5에서 담임목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법원은 부교역자가 수행하는 사역(성직)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근로자가 아니라고 보았지만 유죄를 선고한 항소심법원은 그렇지 않은 차이가 있다.

법원이 근로자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크게 부교역자가 하는 사역(근로)의 성격이 담임목사에게 종속되어 있는가, 부교역자가 받는 사례비가 사역(근로)의 대가로 받는 임금에 해당하는가에 모아지고 있다. 판결 5에서는 원심법원과 항소심법원이 아주 대조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어 이를 좀 더 상세하게 살펴본다.

◈종속적 근로관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 여부는 계약의 형식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한다. 여기에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등이 고려된다,

판결 5의 원심법원은, 첫째, 전도사는 교회법이 요구하는 학력과 절차를 거쳐 전도사로 임명된 자로 교회에서 종교 활동으로서 교인들을 신앙생활로 이끄는 업무를 주로 하였으며, 임용시 에도 사역자로서 충성을 다할 것을 서약한 점, 둘째, 성직자에게 지급되는 사례비를 종교 활동이라는 근로의 대가로 보게 되면 종교적 신념에 기한 자발성을 본질로 하는 종교활동이 본질이 훼손되는 점을 고려하여, 전도사는 담임목사와 종속적 근로관계에 있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대해 판결 5의 항소심법원은, 고소인(전도사)은 첫째, 담임목사의 직무지시에 따라 담당할 교구를 분배받아 주로 예배 및 기도회 참석, 교인들의 심방을 하는 외에도 예배 참석자나 기도회 참석자를 위하여 교회 차량 운전, 교구관리를 위한 자료 작성, 신도 관리 등 교회행정 업무를 처리하였고, 둘째, 담임목사의 지시로 매월 목회계획서와 매주 주간사역보고서를 작성하여 예배, 심방, 당직, 기타 집회, 전화상담 내용을 보고하는 등 담임목사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업무에 관한 구체적인 지시·감독을 받았으므로, 그 업무에 예배, 심방 등 종교활동이 일부 포함되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오로지 본인의 신앙이나 종교적 신념에 따라 자율적으로 영위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여, 종속적 근로관계를 인정하였다.

◈근로 대가로서의 임금

근로자성의 판단에 두 번째 고려사항은 사례비의 성격이다. 즉 근무자가 받는 보수의 성격이 근무 자체에 대한 대가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이다. 다만 사례비 형식이 고정급인 여부, 4대 보험 가입 여부는 사용자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렇게 정하지 않은 것만으로는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

판결 5의 원심법원은 고소인은 선교에 대한 생애의 헌신을 서약하였을 뿐 아니라 동역하는 다른 전도사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이 교회는 첫째, 통상 봉사직으로 전도사를 채용하고 다만 생계 지원을 위하여 사례금을 지급하는 것일 뿐 전도사의 사역 활동 자체에 대한 대가로 임금을 지급할 의사로 전도사를 채용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둘째, 전도사로서 교인들을 위한 차량 운전, 행정 업무 등 비종교 활동도 수행하였으나 이는 이 교회가 설립된 지 얼마되지 않고 목사 1인과 전도사 4명으로 구성된 소규모 교회로서 성직자들이 교회행정 업무도 부수적으로 분담하여 수행한 것으로 보이고, 지급된 대금이 이러한 비종교활동에 대한 대가로 보기도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여, 사례비를 근로의 대가인 임금으로 보지 않았다.

이에 대해 판결 5의 항소심법원은 첫째, 고소인이 교회에서 전도사로 재직하는 동안 교회로부터 고정적으로 일정 금원을 사례금 명목으로 지급받았는데, 이는 그 명목 내지 명칭과 무관하게 전도사로서의 근로의 대가로 지급된 것으로 이며, 서약서 제7항에 의하더라도, ‘연봉제’라는 표현이 기재되어 있고, 둘째, 고소인이 교회의 업무를 수행한 시간 및 서약서 제4항, 제11항 기재와 같은 겸직금지 조항 등에 비추어 이러한 급여는 생계수단인 것으로 보이므로, 이를 단지 사례금이나 생활보조금이라 볼 수는 없다는 이유로 사례비를 근로의 대가로 인정하였다.

◈교회와 사역의 본질과 근로자성

판결 5는 현재 대법원에 재상고 중이지만 항소심 판단이 번복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이는 법원이 부목사와는 달리 전도사에 대해서는 그 수행하는 사역의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회는 이윤 창출이 아니라 믿음 전파를 목적으로 하며, 교인들의 자발적인 헌금으로 운영되는 점에서 이윤추구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일반 사업장과는 구별된다. 이러한 교회의 믿음공동체성을 중시하면 일반 사업장에 적용되는 근로기준법이 당연히 교회에도 적용된다고 보아서는 않될 것이다. 또 부교역자들이 수행하는 사역을 자발적 헌신을 바탕으로 하는 성직으로 보아 근로의 대가로 임금을 받는 근로자로 보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주요교단 헌법이나 교회법학회에서 제정한 한국교회표준정관에 의하면 부교역자도 엄연히 교인들의 신앙을 지도하는 교회의 직원에 속한다. 또 임직시 충성을 다해 사역할 것도 서약한다. 이것만 보면 부교역자가 비록 현실적으로 적은 보수와 과다한 사역으로 혹사당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스스로 선택한 고난의 길이다. 주님은 천상의 모든 영화와 부귀를 내려놓고 머리 둘 곳도 없이, 눈 붙일 겨를도 없이 지상의 사역을 감당하셨다. 사도바울을 위시한 모든 제자들도 다 이길을 걸어갔다. 사실 성직의 고단함과 가난함은 비단 부교역자만의 몫이 아니다. 한국교회 대부분을 차지하는 작은 교회 담임목사 중에는 중대형교회 부교역자보다 훨씬 더 어려운 상황에서 목회사역을 수행하는 사람이 많다.

◈현실적 대안은 무엇인가 ?

부교역자의 사역에 어느 정도의 보상을 해야 하는 가는 결국 각 교회의 재정상황에 따라야 하며 일률적인 기준을 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보다는 부교역자, 특히 부목사에게 교회 내에서 목회자로서의 위상을 어떻게 존중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기독일보 보도에 따르면 목회데이터연구소에서 최근 실시한 조사에서 담임목사와의 관계가 부목사 생활만족도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한다. 이는 담임목사와의 종속적 관계에서는 부목사의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헌신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취지에서 모 교단에서는 교단헌법 상 부목사의 정의를 ‘담임목사를 보좌하는 목사이다’에서 ‘담임목사를 보좌하여 협력하는 목사’로 개명하는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종속성을 부교역자의 근로자성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법원판결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다.

또 한가지는 판결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부목사의 임시직에 대한 개선이다. 현재 대부분 교단 헌법은 부목사를 1년 단위로 청빙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이는 부목사의 지위를 불안하게 할 뿐 아니라 한번 부임하면 다년간 근무하는 교회 현실에도 맞지 않는다. 예장고신총회가 부목사의 청빙기간을 3년으로 정한 것은 좋은 선례가 될 것이다. <끝>

서헌제(교회법학회장, 중앙대 명예교수, 대학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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