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딸 주애와 함께 지난 11일 제2경제위원회 산하 중요군수공장을 찾아 신형 권총을 사격하고 현지 지도를 했다고 지난 3월 12일 보도했다. ©뉴시스

북한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국경을 봉쇄한 이후 사형 집행과 사형 선고를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 드라마와 음악 등 외부 문화를 접하거나 유포한 혐의로 처형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북한 내부 통제가 한층 강화됐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일(현지시간) 서울의 인권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이 발표한 북한 처형 실태 보고서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13년간의 사형 선고 및 처형 사례를 분석한 결과, 북한이 국경 봉쇄를 시작한 2020년 1월 이후 약 5년 동안 확인된 사형 집행과 사형 선고 건수는 이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1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처형되거나 사형 선고를 받은 인원 규모도 3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북한 당국이 외부 문화 유입 차단에 강경 대응하면서 K콘텐츠 관련 처벌이 크게 늘어난 점이 가장 두드러진 변화로 꼽혔다. 보고서는 남한 영화와 드라마, 음악 등 외부 문화를 시청하거나 유포한 혐의, 종교 활동과 미신 행위 등과 관련된 사형 선고 및 처형 사례가 250%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유형의 처벌은 과거 가장 빈번했던 살인 관련 사형 사건을 넘어 김정은 집권기 북한에서 가장 흔한 사형 사유로 떠올랐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반면 살인 관련 사형 선고와 처형 사례는 같은 기간 4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보고서는 코로나19 봉쇄 기간 동안 북한 당국이 외부 정보 차단과 내부 통제를 동시에 강화하며 공포정치를 확대했다고 분석했다. 국제사회와의 접촉이 줄어든 상황을 활용해 주민 감시와 처벌 수위를 더욱 높였다는 것이다.

‘오징어 게임’·BTS 시청도 중범죄…한국 문화 단속 강화

북한의 K콘텐츠 단속 강화 움직임은 국제 인권단체들의 조사에서도 지속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지난 2월 발표한 자료를 통해 북한 내부에서 한국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나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시청하거나 방탄소년단(BTS)의 음악을 듣는 행위가 사형에 처해질 수 있는 중범죄로 취급되고 있다는 탈북민 증언을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북한을 탈출한 탈북민들은 북한 당국이 한국 문화 소비 행위를 체제 위협 요소로 규정하며 강도 높은 단속과 처벌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국 드라마와 K팝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자 북한 내부에서는 이를 차단하기 위한 통제가 더욱 강화됐다는 증언도 이어지고 있다.

보고서는 북한 당국이 코로나19 시기 외부와의 접촉이 차단된 상황을 활용해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 범위를 사실상 임의로 확대했다고 분석했다. 국제사회의 감시가 상대적으로 느슨해진 고립 기간 동안 공포정치를 강화하며 주민 통제를 극단적으로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또 북한 내부에서 한국 콘텐츠 유입이 단순 문화 소비 차원을 넘어 체제 유지와 사상 통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도 주요 배경으로 지목됐다.

실제로 북한 당국은 외부 문화 차단을 위해 주민 감시 체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한국 영상물과 음악 유통을 체제 불안 요소로 규정해 강경 대응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적 처형도 급증…“4대 세습 준비와 내부 통제 의도”

정치적 사유에 따른 처형 증가도 눈에 띄는 변화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를 어기거나 노동당 및 보안기관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처형된 사례는 이전보다 600% 폭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처형 지역 역시 크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평양과 중국 접경 지역 등 일부 지역에 처형이 집중됐지만, 코로나 봉쇄 이후에는 전국 19개 지역으로 확산됐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은 이번 조사 과정에서 총 46곳의 처형지를 확인했으며, 이 가운데 40곳의 구체적 좌표도 공개했다.

보고서는 북한 정권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내부 결속을 강화하고 체제 반발을 억누르려 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의 딸 김주애로 이어지는 4대 세습 체제 준비 과정에서 주민 통제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반영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법률분석관은 국제사회가 이러한 반인도적 범죄를 막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며, 책임자들에 대한 국제법적 처벌 논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 내부에서 벌어지는 공개 처형과 과도한 처벌 문제를 국제사회가 지속적으로 기록하고 감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은 이번 조사 결과를 올여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세계사형반대총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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