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범정부 자살예방 대책 추진 현황 관련 보고를 하고 있다. ©뉴시스

보건복지부가 자살 고위험군 대응 체계를 전면 강화한다. 자살예방상담전화 109를 통한 상담 요청이 최근 급격히 늘어나고 있지만, 상담 인력 부족 문제로 실제 응대율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정부가 긴급 대응 시스템 재정비에 나선 것이다.

복지부는 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자살 고위험군 대응 강화방안’을 보고하고, 자살 예방과 긴급 개입을 위한 24시간 대응체계 구축 계획을 공개했다.

이번 대책은 자살 상담 수요 증가와 함께 현장 대응 체계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마련됐다. 특히 자살예방상담전화 109의 상담 건수는 최근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감당할 인력과 지원 체계는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복지부에 따르면 자살예방상담전화 109로 접수된 상담 요청은 2023년 21만9000건에서 2025년 35만2000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반면 상담 응대율은 2024년 56.9%에서 올해 47.3%로 하락했다. 상담을 요청한 국민 가운데 절반 이상이 실제 상담 연결을 받지 못한 셈이다.

정부는 상담 수요 증가의 배경으로 사회적 불안 확대와 정신건강 위기 심화 등을 꼽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무엇보다 인력 부족 문제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자살예방상담전화 109 운영센터가 확대되며 정원은 150명 규모로 늘어났지만, 실제 운영 인력은 100여 명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현재 상담 현장의 어려움을 직접 설명했다. 정 장관은 연간 35만 건 이상의 상담전화를 받고 있지만 예산 부족 문제로 실제 상담 인력은 약 103명 수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예산 기준으로는 120명 수준 운영이 현실적이지만, 안정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최소 200명 규모의 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상담전화 응대 공백 문제를 언급하며 신속한 인력 확충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이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상담전화를 걸었음에도 인력 부족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현실은 국가적 책임 차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관계 부처에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 인력을 보완하라고 지시했다.

경찰·정신건강복지센터 합동 대응 확대

복지부는 단순 상담 기능을 넘어 자살 위험 상황 초기부터 적극 개입하는 방향으로 대응 체계를 개편할 방침이다. 특히 현장 중심 긴급 개입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해 경찰과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가 함께 운영하는 합동대응팀을 현재 10개소에서 18개소로 확대할 계획이다.

합동대응팀은 자살 시도자나 정신건강 위기 상황 발생 시 현장에 직접 출동해 초기 대응과 상담 연계를 담당하는 조직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자살 고위험군에 대한 신속한 개입과 사후 관리가 보다 촘촘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경찰 합동대응팀과 위기개입팀은 자살 시도자를 자살예방센터 등에 연계하고 있지만, 당사자 동의가 없을 경우 지속적인 사례 관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연평균 약 5만4000건의 자살 시도자가 자살예방센터에 의뢰되고 있으나, 이 가운데 지속 개입에 동의하는 비율은 27.9% 수준인 약 1만5000명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복지부는 이러한 한계를 해소하기 위해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일정 수준의 개입과 지원이 가능하도록 관련 법적 근거 마련에도 나설 계획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고위험군 관리의 사각지대를 줄이고, 위기 상황 이후에도 연속적인 지원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입장이다.

일시보호센터 도입 추진…24시간 대응체계 강화

정부는 구조 이후 귀가 조치 전까지 단기간 보호와 심리 지원을 제공하는 일시보호센터 도입도 추진한다. 해당 시설은 최대 24시간 동안 자살 시도자에게 안정 공간과 긴급 상담, 보호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운영될 예정이다.

일시보호센터 사업은 보건복지부와 경찰청, 소방청이 함께 시범사업 형태로 추진한다. 정부는 현장 구조 이후 곧바로 귀가 조치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재시도 위험을 줄이고, 보다 안정적인 사후 관리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자살 시도자에 대한 즉각적인 상담과 연계를 담당하는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도 확대 운영된다. 지난해 92개소였던 센터는 올해 98개소로 늘어나며, 정부는 이를 통해 전국 단위 대응 역량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 자살 사망 및 자살 시도 사례를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조정하는 ‘24시간 긴급상황 총괄관리·조정 기능’도 새롭게 마련된다. 정부는 위기 상황 발생부터 사후 사례 관리까지 전 과정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살예방센터 인력 확충 추진

복지부는 지역 자살예방센터 인력 확충도 병행하기로 했다. 정부는 올해 센터당 평균 인력을 기존 2.5명 수준에서 5명 수준으로 확대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인력 부족 문제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긴급 대응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광역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전국 17개소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사례관리 중심의 기초지자체 자살예방센터는 238개소 규모다. 복지부는 향후 관계 부처 협의를 거쳐 추가적인 인력 확충과 운영 지원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정은경 장관은 정부가 자살 관련 긴급 상황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긴급 심리 지원부터 일시 보호, 사례 관리에 이르는 전 과정이 끊김 없이 이어질 수 있도록 대응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대응 역량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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