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외톨이
국내에 소위 '히키코모리'로 불리는 은둔형 외톨이의 모습.

청년 취업난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사회와 단절된 ‘은둔 청년’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 실패와 인간관계 단절이 겹치면서 일상에서 이탈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단기 일자리를 전전하던 30대 김모씨는 어느 순간 주변과의 연락을 끊고 방 안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대부분이 됐다. 재취업 의지를 잃은 채 온라인 공간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생활 리듬이 무너졌고, 과거의 가정폭력 경험까지 겹치며 고립 상태가 깊어졌다.

공무원 시험 준비를 이어오던 30대 유모씨 역시 반복된 낙방 이후 불안 증상이 심해지며 외부 활동을 중단했다. 타인의 시선을 두려워하게 되면서 7년 가까이 집 밖을 나서지 않는 생활이 이어졌고, 그는 “어디에서도 지지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가장 힘들었다”고 밝혔다.

◈은둔 청년 증가 규모와 정의

6일 한국경제인협회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19~34세 청년 중 약 53만8000명이 은둔 상태인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전체 청년의 5.2% 수준으로, 2022년 약 24만4000명과 비교해 두 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은둔 청년은 질병이나 장애 등 불가피한 사유 없이 집이나 방 등 제한된 공간에 머물며 사회적 관계를 단절한 상태를 의미한다. 일정 기간 경제활동이나 구직, 학업 활동이 없는 경우 등이 포함된다.

전문가들은 단순 미취업 상태를 의미하는 ‘니트(NEET)’와 달리, 은둔 청년은 인간관계와 지지체계까지 약화된 상태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두 집단은 고용 취약성과 사회적 고립이 결합된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취업 실패→관계 단절→은둔’ 악순환 구조

청년 은둔의 주요 원인으로는 취업 문제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은둔 이유 1위는 취업 문제였으며, 인간관계 어려움과 학업 중단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구직 기간이 길어질수록 은둔 위험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구직 실패가 반복되면서 자신감이 약화되고, 이는 다시 관계 단절로 이어지며 고립 상태를 심화시키는 구조가 형성된다.

전문가들은 은둔을 단순한 개인의 심리 문제로만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성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은둔은 다양한 사회적 조건이 결합된 결과”라며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고자 하는 경로가 막히면서 자연스럽게 고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한 고립·은둔 청년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관계망이 부족하고 삶의 만족도 역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수준과 소득에서도 격차가 나타나며 사회적 불평등과 연결되는 양상도 확인됐다.

◈장기화되는 고립…청년기 은둔의 영향

은둔 상태가 장기화될수록 회복이 어려워진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관계 형성 능력은 경험을 통해 유지되기 때문에 고립 기간이 길어질수록 사회 적응이 더욱 어려워지는 구조가 형성된다.

지역 조사에서도 유사한 경향이 확인됐다. 부산시 조사에서는 현재 은둔자의 절반 이상이 20대에 은둔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청년기의 고립이 중장년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사회적 비용 확대와 정책 대응 필요성

은둔 청년 증가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관련 보고서는 연간 사회적 비용이 약 5조287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반면 지원사업 비용은 상대적으로 낮아 조기 개입 시 비용 대비 효과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은둔 청년 지원을 단순한 복지 지출이 아닌 사회적 투자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리 회복을 시작으로 관계 형성, 사회 참여, 노동시장 복귀로 이어지는 단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 연구위원은 “은둔은 단순한 극복의 문제가 아니라 변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고립의 각 단계에 맞는 촘촘한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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