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 기간 운영 중인 전시회장에 마련된 자카르타신학교 성역할과성문제신학연구와사역센터의 부스. ⓒ손현정 기자.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총회를 반대하는 한국 보수 교계의 시위가 WCC의 동성애 관련 입장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키고 있다. 총회 첫날부터 계속해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이들은 WCC를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로 'WCC의 동성애 지지'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부산총회 둘째날인 31일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동성애에 대한 WCC의 공식적인 입장을 묻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WCC 울라프 트베이트 총무와 월터 알트만 중앙위원장이 확인해 준 입장은 "현재로서는 동성애자에 반대하는 정책(policy or program)도 지지하는 정책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동성애 자체에 대해서는 다소 모호한 이 같은 입장에 WCC 내에서 동성애에 반대하는 쪽과 인정하는 쪽 모두에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1일 회무 진행 중 러시아정교회 볼로콜람스크 교구 힐라리온 수좌주교(Metropolitan Hilarion)는 "동성애를 죄(罪)"로 규정하는 발언을 하며, 동성애에 확실히 반대하는 입장을 취해줄 것을 WCC측에 요청했다.

그는 "공격적 세속주의에 대해 세계 교회가 응답해야 한다"며, "세속주의는 공공의 영역에서 종교적 성역과 상징을 제거하기 원할 뿐 아니라 오늘날 결혼과 가족의 전통적 개념을 파괴하는 것을 주요 활동으로 삼고 있다. 여기에는 동성결합을 결혼과 동일시하고 동성부부에게 입양을 허용하는 세태도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성경적 가르침과 전통적 기독교 도덕 가치에서 볼 때 이는 심각한 영적 위기를 뜻한다. 죄에 대한 종교적 이해가 침식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수좌주교의 견해에 이미 동성결혼과 동성애자 성직을 허용하고 있는 유럽과 북미 지역 총대들을 비롯해 대부분이 반대를 표명했으나, 일부 아프리카와 아시아 총대들은 "모호한 태도는 WCC가 동성애를 포용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게 만든다"며 그에게 찬성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이와 반대로 WCC가 동성애를 포용하는 쪽으로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현재 총회에 참석 중인 네덜란드 교회 총대이자 LGBT기독교인협회 회장인 헬린 드 보어(Heleen de Boer)는 1일 미국 에큐메니컬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문제에 대한 WCC의 입장에 화가 나고 실망이 된다"며, "사람들은 (성적 취향 때문에) 핍박 받고 폭력을 경험하며, 아프리카나 일부 지역들에서는 죽임까지 당한다. 그런데도 지금 우리가 들은 것은 WCC가 동성애자들을 지지하는 그 어떤 정책도 갖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다"고 비판했다.

동성애 문제는 현재 진행 중인 제10차 총회의 핵심 논의 사안은 아니지만, 성적소수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신앙적 토대를 마련하는 것을 주제로 하는 워크숍이 5일 개최됐으며, 부대 행사인 전시회에서도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적소수자들을 위한 단체들이 부스를 개설하고 활동하고 있다.

그 중 하나인 자카르타신학교 성역할과성문제신학연구와사역센터의 아다마 시히테(Adama Sihite) 박사는 기독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성적 지향에 상관없이 성적소수자들이 그리스도인으로 존중 받으며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교회가 성적소수자들에게 문을 열고 이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센터가 운영 중인 부스에서 배부 중인 LGBT기독교단체유럽포럼의 소책자에는 성적소수자이지만 기독교인이거나 성직자인 12명의 간증이 들어 있다. 소책자 서문은 "교회 권위로 인해 성적소수자들에게 가해지는 낙인은 매우 큰 힘을 갖고 있어서 전 세계적인 동성애 혐오증을 유발시킨다"며 "모든 사람들의 하나님의 자녀로서의 가치와 존엄을 위해 연대하자"고 밝히고 있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WCC #동성애 #WCC부산총회 #동성애문제 #WCC반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