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의 언어들
도서 「고백의 언어들」

오랜 세월 청파교회를 섬겨 왔고 은퇴를 앞두고 있는 김기석 목사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CBS ‘잘잘법’(잘 믿고 잘 사는 법)을 비롯한 방송 및 온라인 설교를 통해 국내외 그리스도인에게 많은 위로와 희망을 주었다. 이 책은 김기석 목사의 고별 설교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풀리지 않는 인생 문제로 고민하는 이들, 교회 안과 밖에서 서성이는 이들, 시대의 어둠 속에서 방황하는 이들을 위해 집필됐다.

저자는 책 속에서 “인간은 시간 속에서 안식을 누리지 못한다. 불안이라는 숙명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간헐적으로 평화로운 순간을 경험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불안 속에서 지낸다. 이것을 뭐라고 하면 좋을까? ‘안식 없음’, ‘고향 상실’ 등의 단어가 떠오른다. 에덴 이후 시대의 인간은 늘 두려움 속에 살게 마련이다. 성경은 가인이 동생을 죽인 뒤 자기가 살던 땅을 떠나서 에덴 동쪽 놋에 정착했다고 말한다(창 4:16). ‘놋’은 ‘유리하다’, ‘방황하다’라는 뜻이다. 방황이 상수인 삶, 이게 바로 우리의 실존이다. 이러한 불안은 언제 그칠까? 어거스틴은 ‘우리 마음이 당신 안에서 안식할 때’라고 답한다. 하나님의 품에 닻을 내릴 때 우리는 비로소 불안이라는 숙명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말이다”고 했다.

이어 “살다 보면 부득이하게 한계상황 속에 직면할 때가 있다. 그때는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볼 수가 없다. 내 가족이 정신적 혹은 신체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무력감에 머리를 쥐어뜯을 수밖에 없다. 그런 한계상황에 직면할 때 어떤 사람은 그냥 무너지고 만다. 그에 비해 실존적 도약을 시도하는 사람도 있다. 도약은 그 한계상황을 뛰어넘는 것이다. 도약을 하는 순간 지평이 넓어진다”며 “도약을 해야 경험 세계가 확장된다. 그런데 아무리 도약을 감행해도 발이 땅에 닿지 않는 경우도 있다. 불가항력적인 일들이다. 이런 경험을 할 때 사람은 비로소 ‘아, 이 세상에는 인간의 이성이나 경험으로 통합할 수 없는 더 큰 세계가 있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더 큰 세계와의 접속, 거룩한 것과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편협한 신자들은 하나님에 대한 자기들의 이해의 틀을 만들어 놓고 거기에 맞지 않는 이들은 무조건 틀렸다고 말한다. 물론 이단들은 우리가 반드시 구별해야 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만들어 놓은 거미줄 같은 가르침 속에 사람들을 끌어들여 결국 그들의 내면을 황폐하게 만든다. 사회적 자아가 파괴되어 외부의 사람들과 소통할 능력을 잃어버리는 이들이 많다. 이단 종파들은 사람들에게서 스스로 사유하는 능력을 빼앗아 자기들의 교의나 지도자를 맹종하게 한다. 미국의 정치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책에서 ‘사유하지 않음’ 곧 무사유가 악의 뿌리라고 말한다. 이런 경우를 경계해야 하겠지만, 우리는 하나님 체험이 다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주님은 나의 목자’라고 고백하는 사람이 ‘하나님은 나의 등불’이라고 고백하는 사람과 누가 옳은지 다투면 안 된다. 우리가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때 하나님 체험은 더욱 풍성해진다”고 했다.

끝으로 저자는 “오늘 우리는 우리를 세심하게 보살피시는 하나님의 이미지에 집착하면서, 역사를 바라보며 분노하시고 심판하시는 하나님은 잊고 있는 것이 아닌지 돌아보아야 한다. 세상에는 여전히 짙은 어둠이 드리워 있다. ‘하나님이 계시다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까’ 사람들은 대답이 없는 줄 알면서도 이 질문을 던진다. 정답을 모르면서도 하나님을 믿고 신뢰할 수 있을까? 신뢰해도 좋은 것일까? 정답이 없다 하여 인생을 포기할 수도 없다. 삶이란 결국 선택이다. 부조리한 세상에 부딪혀 난파할 수도 있고, 그 세상을 뚫고 나아가 더 나은 세계에 이를 수도 있다. 세상의 무의미성에 짓눌린 채 숙명론자가 되어 살 수도 있고, 숙명의 당기는 힘에 저항하면서 새로운 삶을 향해 도약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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