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이탈리아에서 가톨릭과 정교회, 개신교, 일부 복음주의·오순절 교회가 참여한 국가 차원의 교회 일치 협약이 체결된 이후, 복음 전도와 신학적 정체성에 미칠 영향을 둘러싼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고 9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이탈리아 복음주의 연맹(Italian Evangelical Alliance)은 해당 협약이 복음주의 신앙과 전도 사역에 중대한 함의를 지닌다며 신학적·실천적 우려를 공식적으로 제기했다.
연맹은 지난 2월 발표한 성명을 통해 ‘기독교 교회 간 언약(Covenant Between Christian Churches)’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 협약은 지난 1월 23일 이탈리아 바리(Bari)에서 체결됐으며, 18개 기독교 교단과 단체의 대표들이 서명에 참여했다. 협약에는 이탈리아 주교회의 의장인 마테오 주피(Matteo Zuppi) 추기경을 비롯해 정교회 지도자들, 왈도파 교회, 침례교 연합, 이탈리아 복음주의 교회 연맹 소속 교단 지도자들이 포함됐다.
이번 협약은 참여 교회들이 서로를 기독교 공동체로 인정하고, 공동 증언과 협력을 추구하며, ‘모든 형태의 경쟁, 개종 강요, 과도한 확장’을 지양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전도와 개종 문제를 둘러싼 이 문구는 일부 복음주의 진영에서 복음 전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이번 바리 협약은 이탈리아 내 오랜 에큐메니컬 흐름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1993년 베네치아에서 지역 기독교 교회 협의회가 처음 출범한 이후, 현재 19개 도시에서 가톨릭, 정교회, 전통적 개신교 공동체들이 연합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다만 이러한 협력이 국가 차원의 공식 협약으로 체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탈리아 복음주의 연맹은 성명에서 이번 협약이 기독교 일치를 ‘공동 세례’와 제도적 화해를 중심으로 이해하는 신학적 틀에 기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맹은 이러한 접근이 교리적 차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일치를 절대적 가치로 다룰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복음주의 전통에서 핵심으로 여겨지는 성경적 복음 이해가 상대적으로 부차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연맹은 협약 제2조에 명시된 ‘개종 강요 금지’와 ‘자매 교회로서의 상호 환대’ 조항을 문제 삼았다. 해당 조항이 로마 가톨릭 교회와 복음주의 교회를 신학적으로 동등한 위치에 두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으며, 이는 종교개혁 전통에 기반한 복음주의 신학과는 상당한 거리감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연맹은 ‘개종 강요 금지’ 원칙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될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가톨릭이나 정교회에서 세례를 받은 개인을 대상으로 한 전도 활동이 협약의 틀 안에서 비윤리적이거나 부적절한 행위로 간주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연맹 지도부는 이러한 해석이 복음주의 교회의 전통적 전도 사역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에는 ‘화해의 교회(Church of Reconciliation)’로 알려진 오순절 교회가 참여해 주목을 받았다. 이는 이탈리아의 은사주의·오순절 계열 교회가 국가 차원의 에큐메니컬 협약에 참여한 첫 사례로 평가됐다. 그동안 이탈리아 오순절 운동의 상당수는 제도화된 에큐메니컬 구조 밖에서 독자적인 노선을 유지해 왔다.
이탈리아 복음주의 연맹은 이번 참여가 이탈리아 오순절 진영 전반의 방향 전환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개별 교회의 선택에 따른 예외적 사례인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2014년, 이탈리아 하나님의성회(Assemblies of God in Italy)와 이탈리아 오순절 교회 연맹 등 주요 오순절 단체들은 복음주의 연맹이 주도한 선언문에 동참한 바 있다. 당시 선언문은 로마 가톨릭 교회와의 에큐메니컬 참여가 ‘화해 불가능한 신학적·윤리적 차이’로 인해 수용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연맹은 이번 성명 말미에서 기독교 일치에 대한 두 가지 상이한 이해를 대비시켰다. 하나는 공동 세례와 제도적 인정을 중심으로 한 일치이며, 다른 하나는 회심과 성경적 복음에 대한 신앙 고백을 중심으로 한 일치라는 설명이다. 연맹은 후자의 관점에서 볼 때, 이번 협약이 기독교 일치의 성경적 온전성으로부터 한 걸음 더 멀어지는 방향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CDI는 이탈리아 교회 일치 협약을 둘러싼 논의는 향후 복음 전도, 교회 간 관계, 그리고 신학적 정체성을 둘러싼 논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